한국 입양인 2세로 산다는 건 무엇을 의미할까요?
핏 속 깊이 선명하게 새겨져 가까우면서도, 어린 시절 부재했던 먼 한국. 이런 '한국'과 '자란다'는 건 우리에게 무슨 의미일까요?
그리고, 왜 그동안 아무도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하지 않았을까요?
이 시리즈는 이런 현실에 작은 변화를 일으키려는 시도입니다.
입양과 관련된 이야기는 한국 입양인 자신에 의해, 제도와 기관에 의해, 그리고 종종 입양 가정에 의해 수없이 반복적으로 말하고, 또 말해져 왔습니다. 그러나 그 이야기가 한 세대를 넘어 이어질 때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이 이야기가 입양인에서 끝나지 않고, 그 자녀 세대인 입양 2세에게까지 파도처럼 번져갈 때는요?
지난 70년 동안 약 20만 명의 한국 입양인들이 주로 북미와 서유럽의 14개국으로 보내졌습니다. 오늘날에는 그들의 자녀 세대인 입양 2세가 자라고, 또 태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마이테와 마릿, 두 명의 DoKADs(Descendants of Korean Adoptees, 한국 입양인 2세)입니다. 우리 부모님의 입양은 이주, 트라우마, 관료주의, 그리고 침묵이라는 복잡한 역사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따라서 우리 자신은 입양인은 아니지만, 동시에 국제 입양과 인종 간 입양의 흔적을 깊이 지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한국 입양인 2세 중 일부는 혼혈이고, 일부는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에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사람도 있고, 한국어를 배우고 이주하거나 여러 번 다녀온 사람도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한국 문화에 끌리고, 어떤 이들은 거리감이나 배척당한 양가적 감정을 느낍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한국 입양인 문제는 우리 스스로의 이야기가 아니지만, 한편으로는 태어나면서부터 우리와 깊게 관련된 우리의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이 시리즈는 미국, 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 호주 등지에서 살아가는 입양 2세(DoKAD)들의 목소리를 모은 글입니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방식으로 이 겹겹이 쌓인 유산을 헤쳐 나갑니다. 하지만 우리의 이야기가 함께 모이면, 서로 놀라울 정도로 닮은 무늬가 드러납니다. 우리의 소속에 대한 질문, 가족사에 드리운 침묵, 의료 기록이나 법적 정체성 같은 기본적인 권리에 대한 좌절, 알 수 없는 뿌리에 대한 그리움.
때로는 이 이야기들이 우리의 부모인 한국 입양인의 서사와 너무나도 닮아 섬뜩할 정도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글을 읽고 다듬으면서 반복되는 감정을 발견했습니다.
"이거, 어디서 들어본 것 같지 않아?"
소속감을 향한 갈망. 낯선 사람들의 얼굴에서 내 얼굴과 닮은 부분을 찾고 싶어 하는 욕망.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한국 이름을 가진 혼란. 뿌리를 찾고자 하는 갈증. 열어도 어디로 이어질지 모르는 문 앞에 선 두려움. 입양인 부모에게서 그 자녀에게 대물림되는 트라우마. 내 존재를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
흔히, 입양 2세들은 스스로도 모르게 연결고리의 역할을 합니다. 어떤 이들은 부모가 한국과 다시 연결되도록 돕고, 또 어떤 이들은 침묵에 도전합니다. 어떤 이들은 처음으로 그들의 가정에 새로운 언어와 전통을 들여오기도 합니다. 이는 치유로 이어질 때도 있고, 오히려 마음속 간극을 더 깊게 만들 때도 있습니다. 정해진 답은 없으며, 남들과 쉽게 공유할 수 있는 답조차 없습니다.
이 연재는 더 큰 움직임의 일부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이야기를 되찾고, 우리의 방식대로 다듬어 가고 있습니다. 단지 표현이 부족하기 때문에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우리의 이야기를 보고 듣기 위한 공간을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서로를 찾기 위해, 기록하기 위해, 들려주고 들리기 위해. 우리 중 많은 이들이 평생 느껴왔지만, 결코 언어로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을 표현할 언어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이 이야기들이 입양 2세들에게, 입양인들에게, 한국과 해외의 한국인들에게, 그리고 이주, 침묵, 생존에 의해 가족사가 형성된 모든 이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길 바랍니다.
이 글 속에서 여러분은 다른 여정을 걷고 있는 사람들을 만날 것입니다. 여전히 답을 찾고 있는 이들, 치유 중인 이들, 저항하는 이들. 모두 우리 곁에 실존하는 사람들의 삶이며, 더 이상 '보이지 않는 존재'가 아닌 '성장하는 공동체의 일부'입니다.
(필자 소개 : 마이테 마음 쥬아놀랭(Maïté Maeum JEANNOLIN)은 브뤼셀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프랑스-한국인 예술가입니다. P.A.R.T.S(Performing Arts Research and Training Studios)에서 공부한 후, 공연, 영화, 사진, 글쓰기, 기획 등의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계 해외 입양인의 세대 간 영향을 탐구하는 첫 장편 다큐멘터리를 연출 중입니다. 또한 입양인 공동체에도 글쓰기, 워크숍, 기획 등을 통해 활발히 기여하고 있습니다.
마릿 킴 반 더 스타이(Marrit Kim van der Staaij)는 한국 입양인의 후손으로, 네덜란드에서 태어난 연구원입니다. 현재 한국에 거주하며 연구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 입양인의 후손으로서 세대 간 트라우마, 정체성, 소속감을 주제로 한 자신의 여정을 담은 책을 집필 중입니다. 더불어 DoKAD들의 권리와 경험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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