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선정과 관련해 전국 지자체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는 가운데 전국 7개 시범지역 가운데 한 곳으로 선정된 전북 순창군의 '준비된 기획력과 단체장의 진두지휘'가 뒤늦게 알려지며 빛을 발하고 있다.
순창군은 이 사업 시범선정에 앞서 이미 3년 전부터 준비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최영일 군수는 사석에서 만난 언론인들에게 "모든 군민들을 어머니처럼 모실 것"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 자신이 만들어낸 순창군의 노인복지정책은 고령의 어머니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를 생각하면서 나온 것이었고 우리 동네 사람들이 '이런 일이 있을 때 어떻게 하면 군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를 생각했을 때 답이 나왔다.
그런 차원에서 군수선거에 나선 그에게 더불어민주당이 제시한 '기본사회'는 한 줄기 빛과 같았다고 회고한다.

최 군수는 '보편적 복지는 기본소득에서, 기본소득은 보편적 복지로'라는 생각으로 순창군이야말로 '기본사회'를 국가적 아젠다로 뿌리내리는 토양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 같은 고민의 결과는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대통령 당선 이후 새정부의 국정과제에 '농어촌기본소득 실현'이 포함되자 곧바로 실행력으로 굳어졌다.
아예 순창군은 7월에 있었던 하반기 인사에 '기본사회팀'을 신설한 것.
팀이 조직되고 업무를 파악하고 있던 정예지 기본사회팀장이 배치되자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최 군수와 팀장, 담당자들은 역할을 나눠 국정기획위원회의 사회·경제분과를 비롯해, 전북특별자치도청, 국회를 비롯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찾아 전국을 누볐다.
"순창형 기본소득 모델을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직접 듣고 부딪히고 느껴봐야 한다"는 최 군수의 의지와 신념 때문이었다.
이 때 함께 한 정예지 팀장은 "서울과 전주, 순창을 오가는 강행군을 곁에서 지켜보며 국가 공모사업 하나 때문에 단체장께서 이렇게까지 현장을 뛰어야 하나 싶었다"면서 "그러나 막상 함께 움직이다보니 '열정에 넘친 동료'를 대하는 것 같아 많이 배우면서 일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공모가 진행되자 순창군청의 불은 새벽까지 꺼지지 않았다. 군수 집무실에는 '기본사회'에 대해 언급한 수십편의 논문과 연구자료집에 쌓였고 새로운 모델을 접할 때마다 '이런 내용이 현실에 적용하고 작동될 수 있을까'를 자문했다.
실무진들과 공모계획서를 작성하는 단계에서는 토씨 하나 숫자 하나하나에도 혼신을 다했다.
실무팀장에게는 '이 부분은 좀 더 논리적으로, 여기에서는 감성적으로 접근하는게 어떨까요'라며 의견을 구하기도 했다.
이렇게 공모에 매달리던 어느 날인가는 회의 석상에 모인 공무원들에게 뜬금없이 '어제밤 꿈에 공모 발표가 났는데 전북에서는 한군데도 통과가 안 됐더라고요'라고 지나가는 말처럼 했다고 한다. 그 말을 들은 공무원들은 웃어 넘겼지만 '오죽하면 꿈에서 까지…'라며 스스로 각오를 다졌다는 후문이다.
공모 선정과정에서 가장 빛난 순간은 단체장들이 11명의 심사위원들 앞에서 직접 계획을 설명하는 프레젠테이션이었다.

최영일 군수는 강하고 자신에 찬 어조로 "기본소득은 단순한 제도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함께 가야한다'는 신호이자 '희망의 바이러스'"라며 "순창군이 시범지로 선정된다면 지금까지 주민들을 내 소중한 가족으로 생각해왔듯 성실하고 책임감 있게 임하겠다"고 말했다.
전문적인 내용도 내용이었지만 결연한 의지를 읽은 몇몇 심사위원들은 설명을 마치자 자그많게 고개를 주억거리는 모습이 관찰되기도 했다고 한다.
길고 긴 준비 끝에 순창군은 전국 49개 지자체 가운데 매우 좋은 평가를 받으며 농어촌기본소득 국가 시범지로 최종 선정됐다.
발표 직후 최영일 군수는 "이것은 저 개인의 성과가 아니라 모든 군민과 행정이 함께 만든 기적"이라며 "순창군은 늘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꿔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그리고 그 뒤에는 든든한 군민이 계셔서 이 모든게 가능했습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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