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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창] ‘꿈돌이 누룽지’가 던지는 대전 로컬브랜딩의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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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창] ‘꿈돌이 누룽지’가 던지는 대전 로컬브랜딩의 질문

캐릭터의 도시를 넘어, 스토리의 도시로 가야 한다

‘꿈돌이 누룽지’가 등장했다.

누룽지는 오래전부터 한국인의 식탁과 함께한 음식이다. 특별할 것 없는 재료지만 구수한 향과 바삭한 식감, 그리고 어릴 적 추억이 깃든 정겨운 간식이다.

그런 누룽지를 대전이 도시 브랜드의 매개로 선택했다는 건 단순한 간식 출시가 아니라 ‘일상의 먹거리’를 지역 정체성의 언어로 바꾸려는 시도다.

대전시는 28일 대전관광공사와 티엔알컴퍼니㈜가 함께 ‘꿈돌이 누룽지’ 공동브랜딩 협약을 체결했다.

도시 브랜드 IP인 ‘꿈씨패밀리’를 일상 식문화로 확장하고,지역기업 편식공장이 제품 생산을 맡는다.

이 기업은 쫀드기·꽈배기·곡물과자 등 전통 간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지역 기반에서 주목받아 왔다.

이번에는 ‘누룽지’라는 전통적인 간식에 ‘꿈돌이’ 캐릭터를 입혀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했다.

이 흐름은 분명 긍정적이다. 지역의 상징과 로컬기업이 협력해 관광·소비·상권을 잇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남는다.

“이 상품은 정말 대전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가?”

지금 대전은 ‘꿈돌이’를 중심으로 로컬브랜딩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꿈돌이 막걸리, 꿈돌이 라면, 꿈돌이 쫀드기, 꿈돌이 호두과자, 그리고 이번의 꿈돌이 누룽지까지.

짧은 기간에 다양한 제품이 등장했지만 이 시도들이 서로 연결된 브랜드 세계관이나 지역 스토리라인을 공유하지 못하고 있는 점은 아쉽다.

로컬브랜딩은 단순히 귀여운 캐릭터를 붙이는 일이 아니다. 그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감정, 산업의 기반, 지역의 문화가 녹아야 한다.

‘꿈돌이’는 대전을 상징하는 출발점이지만 그 자체가 로컬브랜드의 완성은 아니다.

진짜 로컬브랜딩은 “이 제품이 왜 대전에서만 가능했는가?”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이미 몇몇 도시들이 보여주고 있다.

전주는 한옥마을을 중심으로 ‘전주 한옥막걸리’, ‘비빔밥 굿즈’ 같은 브랜드를 일관된 문화 서사로 묶어냈다. ‘맛과 멋의 도시’라는 정체성이 지역 상품과 관광, 디자인으로 이어진다.

통영은 전통 공예인 나전칠기와 바다의 이미지를 결합해 ‘바다의 예술도시’라는 브랜드 서사를 형성했다.

이곳의 브랜드 상품들은 단순한 기념품이 아니라, 도시의 역사와 손끝의 기술이 담긴 예술품으로 소비된다.

제주는 더욱 흥미롭다. ‘귤’이라는 단순한 지역 농산물을 중심으로, 음료·디저트·화장품·숙박까지 확장하며 ‘제주다움’이라는 감성 코드를 완성했다.

이들 도시는 공통적으로 ‘지역의 자원 → 지역의 이야기 → 브랜드의 철학’이 하나의 선으로 이어져 있다.

캐릭터나 디자인은 여기에 살을 붙이는 장치일 뿐, 본질은 ‘스토리’에 있다.

대전의 로컬브랜딩은 이제 ‘양적 확장’보다 ‘질적 정교화’가 필요하다.

‘꿈돌이’라는 상징이 갖는 정서를 살리되, 그 안에 대전의 기술력, 시민의 감성, 산업적 정체성이 함께 담겨야 한다.

대전은 과학과 교육의 도시이자, 동시에 생활문화가 살아 있는 지역이다.

이 두 축을 하나로 묶는 브랜딩 전략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대전의 과학도시 이미지를 살려 친환경·스마트 패키징을 적용하거나 지역 농산물과 연구 기반 기술을 결합한 ‘푸드테크형 로컬브랜드’를 개발하는 것이다.

행정이 주도하는 ‘사업형 브랜딩’에서 벗어나 로컬 기업·디자이너·창작자·청년 창업자들이 주도하는 생태계형 브랜딩으로 진화해야 한다.

‘꿈돌이 누룽지’는 단순한 간식이 아니다.

그 안에는 대전의 로컬브랜딩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담겨 있다. 대전이 만들어야 할 브랜드는 ‘꿈돌이 상품’이 아니라 ‘대전다운 이야기’다.

로컬브랜딩은 결국 도시의 기억을 포장하는 일이다. 그 포장이 단순히 예쁜 상자에 머물지 않으려면 그 안에 사람의 이야기와 도시의 철학이 함께 들어가야 한다.

대전이 지금의 속도를 잠시 늦추고 깊이를 더하는 선택을 할 때 ‘꿈돌이’는 비로소 귀여운 캐릭터가 아니라 대전을 대표하는 문화 상징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 꿈돌이 누룽지 ⓒ대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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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윤

세종충청취재본부 문상윤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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