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15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부녀가 재심에서 마침내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심 재판부는 검찰의 강압적이고 위법한 수사로 얻어낸 자백은 증거가 될 수 없다고 판단, 사법 시스템이 만들어낸 비극에 종지부를 찍었다.
광주고등법원 형사2부(이의영 재판장)는 28일 살인 및 존속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씨(75)와 그의 딸(41)에 대한 재심 선고 공판에서, 원심의 무기징역과 징역 20년을 각각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위법 수사로 얻은 자백, 증거될 수 없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의 유일한 직접 증거였던 부녀의 '자백'이 위법한 수사 과정에서 나온 허위 진술이라는 변호인의 주장을 전적으로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검찰이 유죄의 핵심 증거로 제출한 피의자 신문조서 등은 적법성 자체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글을 읽고 쓰지 못하는 문맹인 아버지 A씨와 지능지수 74의 경계선 지능을 가진 딸이 장시간 이어진 검찰 조사에서 심리적 압박을 받았다고 판단했다.
특히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진술거부권 ▲변호인 조력권 ▲신뢰관계인 동석권 ▲조서 열람 및 변경 청구권 등 피의자의 기본적인 권리조차 제대로 보장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위법이라고 결론 내렸다.
◇"첩보 있었다"는 검찰 주장도 '허위'로 드러나
재판부는 "경찰 첩보에 근거해 부녀를 용의선상에 올렸다"는 당시 수사 검사의 증언 역시 허위라고 판단했다. 첩보 제공자로 지목됐던 퇴직 경찰관이 재심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검찰에 관련 첩보를 제공한 사실 자체가 없다"고 증언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재판부는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증거물을 제출하지 않은 점, 현장검증과 실제 독극물 양의 불일치하는 점 등을 무죄 판결의 근거로 삼았다.
◇ 15년 만에 벗은 '패륜 살인범' 누명
A씨 부녀는 2009년 7월 전남 순천의 한 마을에서 막걸리에 청산가리를 타 주민 2명을 숨지게 하고 2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숨진 피해자 중 한 명이 A씨의 아내이자 딸의 어머니였다.
당시 검찰은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온 부녀가 이를 숨기기 위해 범행을 공모했다"고 결론 내렸다.
1심 재판부는 '진술의 신빙성' 문제 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에서 판결이 뒤집혔고 2012년 대법원에서 중형이 확정됐다.
이후 박준영 '재심 전문' 변호사가 사건을 맡아 2022년 1월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A씨 부녀는 구속된 2009년부터 재심 개시 결정으로 지난해 석방돼, 15년 만에 진실을 바로잡을 기회가 열렸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