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철도공단이 최근 3년간 추진한 빌딩자동제어장치(DDC) 구매 과정에서 전체 계약금액의 81% 이상을 특정 업체와 수의계약으로 체결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용갑 의원(대전 중구, 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5월부터 2025년 6월까지 철도공단이 체결한 DDC 관련 계약은 총 9건으로 금액은 약 108억 5000만 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6건(88억 원)이 수의계약으로 진행됐으며 모두 동일한 업체가 낙찰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해당 업체가 조달청 나라장터에 빌딩자동제어 관련 품목을 등록하지 않았고 관련 핵심 특허도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는 점이다.
박용갑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이 업체의 특허 3건은 모두 CCTV 관련 기술로 철도공단이 계약한 DDC 시스템과는 무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업체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농어촌공사, 한국환경공단, 한국수자원공사 등 다수의 공공기관과 44건의 수의계약을 체결, 총 73억 원이 넘는 계약 실적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박용갑 의원은 “특허나 인증이 명확하지 않은 업체가 공공기관의 수의계약을 반복적으로 따내고 있다면 제도 운영의 근본 취지를 벗어난 것”이라며 “조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근본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의계약은 국가계약법에 따라 경쟁입찰이 불가능한 긴급 상황이나 독점 기술 보유, 소액 계약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을 때만 허용된다.
그러나 이번 사례처럼 동일 품목을 반복적으로 특정 업체에 맡긴다면 사실상 경쟁입찰 제도의 기능이 약화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나라장터에 다수의 유사 제품이 등록되어 있음에도 특정 업체와 수의계약이 지속됐다면 계약 과정에서 경쟁 가능성이 제대로 검토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공조달에서 예외 조항이 반복적으로 활용될 경우 제도의 신뢰성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번 사례는 개별 기관의 계약 문제를 넘어 공공기관 전반의 조달 투명성과 공정 경쟁 체계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박용갑 의원은 “예외 절차인 수의계약이 반복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면 그 사유와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며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만큼 모든 계약은 명확한 기준 아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철도공단의 수의계약 집중 논란은 단순한 행정 절차의 문제가 아니라 공공조달의 신뢰와 공정 경쟁의 원칙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묻는 계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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