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약 넉 달만에 자신의 재판에 출석했다.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출석한 가운데, 곽 전 사령관은 12.3 비상계엄 당시 "문짝을 부숴서라도 안에 있는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윤 전 대통령 지시를 들었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 재판의 1심 속행 공판을 열었다.
지난 7월 10일 내란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팀)에 재구속된 후 16회 연속 자신의 내란 재판에 불출석한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오랜 만에 법정에 출석했다.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바 있는 곽 전 사령관이 이날 증인으로 출석해 맞대응을 위해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오랜만에 출석한 윤 전 대통령을 향해 재판부는 "지금까지 불출석으로 인한 불이익은 피고인이 부담하고, 이후에 불출석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곽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자신의 주장을 이날도 유지했다.
특검팀이 '비상계엄 당시 윤 전 대통령이 '문짝을 부숴서라도 안으로 들어가 (의원들을) 다 끄집어 내라'고 지시했느냐'고 묻자 곽 전 사령관은 "네"라고 답했다.
이어 "지금도 TV를 보면 그때 생각이 든다. (윤 전 대통령이) '의결정족수를 이야기할 당시 YTN 화면으로 국회의사당에 국회의원들이 모이는 모습을 보고 있어서 (윤 전 대통령 지시 내용을) 명확히 기억한다"고 곽 전 사령관은 말했다.
곽 전 사령관은 또 12.3 비상계엄 당시인 지난해 12월 3일 오후 11시 36분, 이튿날인 4일 0시 31분 두 차례에 걸쳐 윤 전 대통령과 통화했으며, 두 번째 통화에서 '문짝을 부숴서라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다만 곽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이 '도끼로라도 문을 부숴라'고 지시했느냐'는 특검팀 물음에는 "제 기억에 도끼라는 표현은 없다"고 했다.
특검팀이 '증인은 김현태 전 육군 특수전사령부 707특수임무단장에게 '국회의원 150명이 넘으면 안 된다'고 말한 사실이 있느냐'고 묻자 곽 전 사령관은 "150명이 넘으면 안 된다는데 들어갈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김 전 단장이 '무리하면 안 된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곽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부터 '비상대권'을 언급했다고도 증언했다. 이는 윤 전 대통령이 계엄을 밀어붙이기로 결심한 시기가 언제인가를 판가름할 중요한 증언이 될 수 있다.
특검팀은 이날 곽 전 사령관에게 지난해 10월 1일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육군수도방위사령관과 곽 전 사령관이 저녁 식사를 가진 자리에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이나 비상대권을 말했느냐고 물었다.
이에 곽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이 '계엄'이라는 용어를 말한 적은 없다"면서도 "다만 당시 기억에 '확보해야 할 장소, 비상대권, 특별한 방법' 등의 (사용됐다고) 기억한다"고 답했다.
이후 지난해 11월 9일 해당 인물들이 다시 모인 자리에서 윤 전 대통령이 "특별한 방법이 아니고서는 (현 국면을)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고 곽 전 사령관은 말했다.
이에 특검팀이 '증인은 '특별한 방법'을 비상계엄으로 이해했느냐'고 묻자 곽 전 사령관은 "없다고 하면 거짓"이라고 답했다.
곽 전 사령관은 증언 도중 울먹이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반면 곽 전 사령관이 증언하는 동안 윤 전 대통령은 변호인과 귓속말을 나눴고, 웃음을 짓는 모습도 보였다.
곽 전 사령관을 향해 윤 전 대통령이 직접 신문에 나섰다. 윤 전 대통령은 '(의원을 잡아들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질서 유지를 위해 국회에 들어간 것 아니냐'고 질문했다. 이에 곽 전 사령관은 "질서 유지는 수긍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윤 전 대통령은 '창문을 깨고 들어간 김 전 특임단장을 비롯한 요원들이 다 도망다녔다. 엄청난 인원들이 요원들에게 달려들어 총을 뺏으려고 할 정도였는데 그런 상황이 사령관에게 보고됐나'라고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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