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 등 불안정 노동을 연구하는 이승윤 중앙대 교수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제기한 '새벽배송 금지' 반대 논리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승윤 교수는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제기한 새벽배송 금지 반대 논리는 '야간노동의 보편성 논리', '물류 노동의 연쇄효과 가설', 그리고 '시장 수요의 실재성' 등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되어 있다"면서 "그러나 최근 전국택배노동조합이 의뢰한 대규모 국민인식조사는 이러한 주장의 경험적 기반이 매우 취약함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앞서 '택배 사회적 대화기구'에서 노동계는 0시부터 오전 5시까지 심야 배송을 금지하자는 안을 냈다. 그러자 한동훈 전 대표는 "새벽 배송을 활용하는 생활인들에게도, 새벽 배송을 통해 필요한 돈을 벌어야 하는 근로자들에게도 도움되지 않는다"며 또한 "야간 또는 새벽에 일하는 업종이 ‘새벽배송’ 만이 아닌데, 그러면 ‘노량진 수산시장의 새벽 개장, 편의점의 24시간 개점, 야간 경비업무 등 다른 수많은 야간, 새벽 근무 업종도 못하게 금지해야 한다는 말인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만약 '새벽배송 금지'가 된다면, 배송 기사들의 야간, 새벽 근무는 줄어들지 몰라도, ‘배송 외의 물류 배송 준비단계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새벽, 야간 근무’는 훨씬 더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벽배송 이용자 63.2%, 중단 시 '불편하지 않다' 답했다"
이 교수는 우선 한 전 대표의 새벽 배송 중단 시 이를 이용하는 생활인이 불편하다는 주장 관련해서 "2024년 10월 실시된 전국 성인 500명 대상 무작위 표본조사(우리리서치, ARS 방식)는 인상적인 결과를 드러낸다"며 "택배노동자의 과로를 고려할 때 새벽배송의 필요성에 대해 65.8%가 '불필요하다'고 응답했으며, '필요하다'는 응답은 29.1%에 그쳤다"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더욱 주목할 만한 것은 '새벽배송 이용 경험자 300명'의 응답"이라며 "이들 중 63.2%가 새벽배송 중단 시 '불편하지 않다'고 답했다"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는 실제 이용 행동과 진정한 필요성 인식 사이에 상당한 간극이 존재한다는 것"이라며 "이러한 현상은 '공급 주도형 수요‘의 사례로 해석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즉 소비자는 쿠팡에서 새벽 배송을 하기에 이용하는 것이지 만약 이를 중단하면 이용도 중단된다는 이야기다.
이 교수는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쿠팡이 연간 60억 원 매출 규모의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창출한 새벽배송은, 소비자의 잠재적 니즈를 발굴했다기보다는 인위적으로 수요를 창출한 측면이 강하다"고 주장했다.
"각 산업의 야간노동은 질적으로 다른 사회적 필수성을 갖는다"
이 교수는 수산시장, 편의점, 경비업 등 다른 야간노동과의 형평성 문제 관련해서도 "이는 노동사회학적 관점에서 '기능적 등가성의 오류‘에 해당한다"며 "각 산업의 야간노동은 질적으로 다른 사회적 필수성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의료, 치안, 소방 등은 안전망 기능을 수행하고 수산시장의 새벽 경매는 어획물의 생물학적 특성과 국제 수산물 유통 구조에서 비롯된 필연성을 갖는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반면 택배 새벽배송은 이러한 기능적 불가피성이 없다"며 "조사 결과 신선식품 구매자조차 53.0%가 새벽배송 중단이 불편하지 않다고 응답한 것은, 이 서비스가 편의의 영역이지 '필수'의 영역이 아님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새벽배송 금지가 오히려 물류 준비단계 노동자의 야간근무를 증가시킨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물류 시스템에 대한 부분적 이해에 기반한다"며 "쿠팡의 새벽배송은 입고-분류-포장-배송의 전 과정이 야간에 동기화되어 작동하는 통합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배송 시간대를 조정하면 전체 물류 프로세스의 시간 축이 이동한다"며 "최종 배송 시점이 변경되면, 그에 맞춰 상류 공정들이 재조정되는 것이다. 따라서 야간 물류 준비 작업만 남는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은 가정"이라고 일축했다.
"'혁신'과 '착취' 사이의 경계에 대한 사회적 재검토가 필요하다"
이 교수는 마지막으로 '새벽 배송' 논란 관련해서 사회적 합의와 실증적 근거에 기반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 교수는 "조사에서 국민의 82.8%가 택배노동자 과로 방지를 위한 법제도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은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며 "이는 단순한 '감성적 호소'가 아니라, 현 시스템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시민사회의 합리적 우려를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일요일, 공휴일 배송에 대해서도 67.8%가 불필요하다고 응답했으며, 이용 경험자조차 54.9%가 같은 의견을 보였다"며 "이러한 데이터는 '혁신'과 '착취' 사이의 경계에 대한 사회적 재검토가 필요함을 시사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다시 말해, 한동훈 전 장관의 주장처럼 노조 측의 '감성적 논리'로 비판하는 것과 달리, 실제 국민 인식 조사는 매우 이성적이고 균형 잡힌 판단을 보여준다"면서 "시민들은 편의와 노동자 건강 사이에서 후자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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