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9년 미국의 저널리스트 월터 리프먼의 글이다.
"현대성modernity이라는 산acid은 너무나 강력해서 사람이 받아들일 수 있는 새로운 정설이 될 만한 사상으로 정립되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기에, 이미 밀려난 전통 규범을 대체할 만한 새로운 신념 체계나 새로운 권위는 존재할 수 없다."
다들 어지럽다. 세상은 혼란스럽다. 지금이야말로 역사의 위기, 사상의 위기, 혁명의 위기, 민주주의의 위기, 정체성의 위기인가, 우린 그런 시대를 살고 있는가.
굳이 설명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사상가 파리드 자카리아의 책이다. 제목은 <역사는 어떻게 진보하고 왜 퇴보하는가>, 영어 제목은 <Age of Revolutions>. 저자가 후기에다 10년 전 출판계약을 했을 당시의 원제를 적어놓았다. 어쩌면 그 제목이 가장 정직할 성싶다. 그때의 원제는 <좌우를 넘어서Beyond Left and Right>.
나아가 스스로 설명하는 책의 주제는 "끊임없는 작용과 반작용 즉 진보와 그에 대한 반발"이다.
역자 김종수의 설명으로 부연하자면 "혁명 즉 모든 급격한 변화에는 반발과 역풍이 뒤따르기 마련이고, 이를 잘 관리하지 못하는 혁명 또는 혁명적 변화는 실패한다는 것."
저자와 역자의 요약에 걸맞는 부분이 있다. 20세기 말 철학자 이사야 벌린은 자신만이 해답을 가지고 있다고 굳게 믿으며, 규칙, 절차, 타협에 중점을 둔 자유주의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의 위험성을 되돌아봤다.
"그러나 실제에서뿐 아니라 이론적으로도 원하는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없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이를 부정하고, 인류에게 유일하고 진정한 이상이라는 이유로 모든 것을 아우르는 단 하나의 이상만을 추구한다면, 그 결과는 예외 없이 강압으로 귀결되고 만다. 그다음은 파괴와 유혈뿐이다. 달걀은 깨졌지만 오믈렛은 아직 보이지 않고, 깨질 준비가 된 무수한 달걀들 즉 희생될 인간의 생명만이 남게 된다. 결국 열성적 이상주의자는 오믈렛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은 잊어버린 채 계속 달걀을 깨기만 한다."
비극적 은유겠지만 이사야 벌린의 경고가 결코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서, 자기만의 관점과 철학으로 역사를 재단하고 서술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물론 모두가 헤로도토스나 사마천이 될 수는 없다. 우리는 한동네에 가면 빨간색 안경을 끼고 세상을 색칠하고 있고, 다른 동네에 가면 파란색 안경을 끼고 시대를 단색화로 물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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