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경북 산불 피해 주민을 대상으로 진행된 ‘긴급생계비 지원사업’이 허술한 행정과 불공정한 선착순 지급 방식으로 큰 논란을 빚고 있다.
한국사회복지관협회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을 받아 추진한 이번 사업은, 재난 피해 회복을 위한 복지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정보와 발이 빨라야 받을 수 있는 지원금’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4일 〈프레시안〉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사회복지관협회는 산불로 신체적·정신적·재산상 피해를 입은 중위소득 80% 이하 저소득 460가구를 대상으로 가구당 100만 원씩 긴급생계비를 지급했다.
이 사업은 경상북도사회복지관협회를 거쳐 각 지자체로 공문이 전달됐고, 안동시는 지난 7월 14일 각 읍·면·동에 ‘적극적인 홍보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그러나 실제 주민들에게 신청 안내가 전달되는 과정은 매우 미흡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안동시 일직면의 경우 7월 16일 오전 9시께, A 면장이 이장 40여 명과 면사무소 직원 20여 명이 포함된 단체 채팅방에 사업 공지를 공유했다. 이후 일부 이장들이 자신이나 주변 지인 위주로 먼저 정보를 알렸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정보가 늦게 전해진 주민들은 신청조차 하지 못했다.
익명을 요구한 일직면 한 주민은 “외출 중에 방송으로 알리고 끝내 문자 안내도 없었다”며 “복지사업이 이렇게 급하게 끝날 줄 몰랐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주민은 “예산이 하루 만에 소진돼 ‘귀 밝은 사람만 받는 행운’ 같았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공지 당일 예산이 모두 소진되면서 고령자나 거동이 불편한 경북 산불 피해 주민 다수가 지원에서 배제됐다. 특히 일직면에서는 행정의 부주의로 인한 정보 누락 문제가 주민 갈등과 소송으로까지 번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 접근성의 격차가 그대로 ‘복지의 불평등’으로 이어진 셈이다.
공문을 통해 확인된 ‘예산 소진 시까지 접수’라는 문구는 행정 편의를 위한 조치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선착순 경쟁’을 제도화한 구조였다. 피해의 경중이나 접근성은 애초부터 고려되지 않은 셈이다.
사회복지 전문가들은 “행정 편의 중심의 시스템이 피해자 중심 복지를 가로막고 있다”며 “후원금이 달리기 상품처럼 ‘먼저 도착한 사람’에게 던져진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업의 취지가 훼손된 만큼, 향후 지원사업에서는 투명성과 공정성 기준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사회복지관협회는 “사업의 긴급성 때문에 계획 단계부터 선착순으로 설계됐고, 이는 사업 주체의 결정 사항”이라며 행정적 판단임을 강조했다. 다만 수혜자 입장에 대한 고려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그건 말씀드릴 수 없다”고만 답했다.
안동시 관계자는 “선착순 지급 방식으로 진행되다 보니 여러 항의가 있었지만, 시 예산이 아닌 외부 지원금이라 협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한편 안동시에 따르면 이번 긴급생계비 지원 가구 460가구 중 360가구가 안동 지역 수혜자로 파악됐다. 일부 지역에 지원이 편중된 것으로 확인될 경우, 다른 산불 피해 지역 주민들의 반발도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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