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봉화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발생한 유독가스 중독 사망사고와 관련해 전직 경영진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법원은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4년차에도 ‘경영책임자 처벌’의 실효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 전직 대표·소장 모두 집행유예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은 지난 4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영민 전 영풍 대표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배상윤 전 석포제련소장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 인정돼 같은 형량을 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과실로 협력업체 노동자 한 명이 사망한 만큼 책임이 무겁다”면서도 “사고 이후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했고, 피해자 유족과 합의한 점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영풍 석포제련소는 지난해 아리셀 화재 참사(사망 23명) 이후 두 번째로 원청 대표이사에게 중대재해처벌법상 유죄가 내려진 사례가 됐다.
■ “환기장치도 점검 안 돼 있었다”
사건은 2023년 12월, 석포제련소에서 모터 교체 작업을 하던 협력업체 노동자 4명이 맹독성 아르신(Arsine) 가스에 노출돼 쓰러지며 발생했다. 이 가운데 한 명이 끝내 목숨을 잃었다.
당시 현장은 환기 설비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안전조치 또한 미흡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결과, 현장 내 가스 감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영풍 측은 “사고 이후 환기장치와 가스 감지기를 전면 교체하고, 보호 장비 지급을 강화하는 등 재발 방지책을 시행 중”이라고 밝혔다.
■ 반복되는 ‘죽음의 제련소’ 논란
영풍 석포제련소는 낙동강 상류에 자리해 수십 년째 환경오염과 산업재해 논란이 끊이지 않은 사업장이다. 지난 2019년에도 폐수 무단배출과 관련한 행정처분을 받은 바 있다.
노동계는 “석포제련소는 수차례 행정처분과 사고에도 경영진이 실질적 책임을 지지 않았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이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대표적 사례”라고 비판했다.
■ “중대재해법, 이름만 중대할 뿐”
이번 판결은 법 시행 이후 기업 경영진에게 실형이 내려진 사례가 여전히 드물다는 점에서 논란이 크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경영책임자의 안전관리 체계 구축 의무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면 형사 책임이 불가피하다”고 밝혔지만, 현장의 법 집행은 여전히 미온적이다.
석포제련소의 굴뚝은 여전히 연기를 내뿜고 있다. 그러나 그 연기 속에서 또 다른 노동자가 쓰러지지 않으리란 보장은 아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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