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살자 전두환을 옹호한 자가 어디 학살자에 맞서 싸웠던 광주 영령들을 참배하겠다고 합니까! 진정성 없는 쇼 하지 말고 떠나라!"
매달 호남을 찾겠다며 '정기구독'을 내걸고 취임 후 처음으로 광주를 찾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시민단체의 격렬한 저항에 부딪혀 국립5·18민주묘지 참배를 끝내 완수하지 못했다. '국민 통합'을 기치로 내건 '서진(西進) 정책'이 첫 발부터 호남의 높은 벽을 실감하며 호된 신고식을 치른 셈이다.
장동혁 대표는 6일 오후 1시 39분께 양향자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와 함께 국립 5·18민주묘지에 도착했다.
하지만 묘역 입구 '민주의 문'은 장 대표의 도착 전부터 광주전남촛불행동, 대학생진보연합, 소나무당, 국민주권당, 518민족통일학교 등 시민단체·정당 관계자 50여 명이 막아선 상태였다.
◇ "전두환 옹호" vs "5·18이 너희 것이냐"…아수라장 된 묘역
광주 시민단체들은 "장 대표는 과거 판사 시절 전두환 재판에 특혜를 부여했고, 내란 수괴 윤석열을 옹호한 인물"이라며 "진정성 없는 참배를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 대표가 버스에서 내려 민주의 문으로 향하자 상황은 험악해졌다. 시민단체 회원들이 장 대표에게 달려들었고 이를 막아서는 경찰 및 경호원들과 극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취재진과 시민들이 뒤엉켜 넘어지는 등 위험천만한 상황이 연출됐고, 장 대표의 겉옷이 벗겨지기도 했다.
참배를 지켜보던 국민의힘 지지자들과 시민들 사이에서도 "5·18이 너희들 것이냐", "정신 나갔느냐"는 고성과 욕설이 오가며 묘역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장 대표는 방명록조차 작성하지 못한 채 경찰의 호위 속에 힘겹게 추모탑으로 향했지만, 분노한 시위대가 미리 세워둔 장 대표 명의의 조화를 부수고 내던지는 등 저항은 계속됐다. 결국 장 대표는 추모탑에 헌화와 분향을 하지 못하고, 지도부와 함께 3초간 묵념하는 것으로 참배를 갈음해야 했다.
거센 저항 끝에 겨우 탑승한 장 대표의 국민의힘 버스가 떠난 시각은 오후 1시 57분 묘지에 도착한 지 불과 16분 만이었다. 그 후 광주 시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이 정도면 잘 막았다. 계란은 안던졌다", "다시는 광주에 오지 마라" 등 참배 저지를 축하했다.
◇ 5·18단체 간담회도 '전면 취소'…'소통' 기회도 무산
당초 장 대표는 5·18민주묘지 참배에 앞서 4개의 5·18 공법단체와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3개 단체가 불참을 선언했고, 유일하게 참석 의사를 밝혔던 5·18유족회마저 회장의 갑작스러운 낙상사고로 불참하면서 간담회는 전면 취소됐다.
양재혁 5·18유족회장은 <프레시안>과 통화에서 "제1야당 대표가 찾아왔기에 5·18 헌법 전문 수록 등 현안을 전달하고, 윤석열 내란 사태에 대한 명확한 입장도 듣고 싶었다"면서도 "향후 만남을 위해서는 (5·18에 대한) 진정성을 먼저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첫 호남 방문 일정이 시작부터 파행을 겪었지만 장 대표는 이후 예정대로 '더현대 광주' 부지와 '국가AI데이터센터'를 방문해 지역 현안을 살피는 일정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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