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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계올림픽 '공동유치'와 '공동개최'…IOC 규정 속에 숨어 있는 ‘한 끗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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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계올림픽 '공동유치'와 '공동개최'…IOC 규정 속에 숨어 있는 ‘한 끗의 차이’

‘서울·전주’ 협력 시나리오, 감점일까 전략일까

전북전주 하계올림픽 유치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서울–전주 공동유치'가 현실 가능한 대안인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 여론에서는 여전히 '공동유치와 공동개최'의 차이를 혼동하고 있다.

두 용어가 같은 '함께 개최한다'는 말처럼 들리지만, IOC의 규정과 평가 기준에서 이 둘은 전혀 다른 개념이다.

하나는 허용된 전략, 다른 하나는 평가 리스크다.

IOC 규정 한 줄이 바꾼 유치의 패러다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개최도시선정 기준(Future Host Election Rules)」 제1항은 이렇게 명시한다.

"The IOC may accept proposals from one or more cities, regions or countries acting together as a Future Host."

직역하면 이렇다. "IOC는 하나 이상의 도시, 지역 또는 국가가 협력하여 개최 제안서를 제출하는 것을 수용할 수 있다."

즉, 여러 도시가 함께 올림픽 유치 제안을 제출하는 것은 규정상 명시적으로 허용된다. 이 문장은 단순한 문구가 아니다.

IOC가 '단일도시 중심 유치'에서 '협력·분산형 유치'로 방향을 전환했음을 보여주는 선언이다.

2019년 토마스 바흐 위원장이 추진한 'Agenda 2020+5' 개혁 이후, IOC는 유치방식을 완화하고 복수 도시·복수 지역이 협력하는 모델을 제도적으로 열어 뒀다.

이게 바로 '공동유치(Co-bidding)'라는 개념의 출발점이다.

공동유치는 허용, 공동개최는 제한…보이지 않는 경계선

하지만 여기서 혼동이 생긴다. '공동유치'는 가능하지만, '공동개최'는 감점 요인이 될 수 있다. 두 용어의 차이는 단순히 '단어의 차이'가 아니라 IOC 평가의 본질적 기준과 관련된다.

즉, '공동유치'는 IOC가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협력형 모델'이지만, '공동개최'는 운영 주체가 복잡해질 경우 'Governance Risk'(조직·권한·재정·책임의 불명확성으로 인해 대회 관리 체계에 불안이 발생하는 위험)로 감점될 수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월 "공동개최는 감점요인이지만, 분산개최는 가능하다"고 한 발언도 바로 이 규정 구조를 인식한 현실론이다.

'한 팀으로 제안, 한 조직으로 운영'이 원칙

IOC는 유치 제안 단계에서는 협력적 구조를 장려하지만 대회가 실제로 열리는 운영 단계에서는 '단일 조직위원회(OCOG)' 원칙을 고수한다.

이는 대회 규모와 예산이 방대해지면서 책임 소재와 의사결정 권한을 명확히 하기 위한 장치다.

그래서 ‘서울–전주 공동유치’는 허용되지만, '서울–전주 공동개최'는 운영 리스크로 평가될 수 있다.

결국 유치 단계에서는 '함께 제안'이 가능하지만, 운영 단계에서는 '하나의 체제'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IOC의 한 평가 문서는 이를 이렇게 정리한다.

"Multiple cities acting together is acceptable, but the Games must be governed by a single Organising Committee." (여러 도시가 협력하는 것은 가능하나, 대회 운영은 하나의 조직위원회가 담당해야 한다.)

밀라노–코르티나, 브리즈번은 '공동유치'의 성공 사례

실제 사례는 이미 존재한다.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은 두 도시가 공동으로 제안서를 제출했다.

이탈리아 정부가 이를 공식 승인했고, IOC는 이를 "효율적이고 지속가능한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또 2032년 브리즈번 올림픽은 퀸즐랜드주 여러 도시가 공동유치 형태로 참여했지만 운영은 하나의 조직위원회로 통합돼 승인됐다.

반면 2022년 스톡홀름–오레(스웨덴) 공동개최 구상은 '거버넌스 복잡성'이라는 지적과 함께 감점을 받아 결국 탈락했다.

이 차이가 바로 '공동유치'와 '공동개최'의 현실적 한계를 보여준다.

서울–전주 모델은 '공동유치–단일운영'이 해법

결국 서울–전주 공동유치가 성공하기 위한 열쇠는 단순하다.

유치 제안서는 공동유치위원회 형태로 제출하고, 개최 확정 후에는 단일 조직위원회(OCOG) 체제로 일원화하며, 경기 운영은 분산개최(sub-venue) 형태로 배분한다.

이 구조라면 규정 상 아무런 문제도 없고, IOC가 강조하는 ‘협력·포용·지속가능성’ 기조와도 일치한다.

반대로, 서울과 전주가 동등한 '공동개최자'로 운영 권한을 나눠 갖는다면 그 순간부터는 '복잡한 거버넌스 리스크'로 평가받게 된다.

"공동유치는 전략이고, 공동개최는 리스크다"

국내 스포츠외교의 권위자인 윤강로 국제스포츠외교원장이 지난달 17일 한 언론 기고문에서 "전주가 내세운 2036 하계올림픽 지방분산 유치안은 인프라 부족과 국제적 인지도 결여로 현실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서울·전주 공동 유치로 전격적인 방향 전환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밝혔다.

윤강로 원장은 이어 "전주가 기득권을 주장하기보다는 유치에 성공하는 최선의 방법을 찾는 게 '윈-윈 전략'이 될 수 있다"며 "서울-전주 공동 유치는 여러 가지 전략적 이점을 제공한다. 유치에 성공한 뒤 도시 간 전략적 분산 개최를 통해 원래 뜻한 바를 이루면 되는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윤 원장이 "서울–전주 공동유치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는 단순한 지역 연대의 구호가 아니라, IOC의 제도적 틀 안에서 가능한 전략적 선택이다.

결국 요약하자면 이렇다. "'공동유치'는 감점이 아니다. 하지만 '공동개최'는 리스크다. 올림픽은 한 도시의 전유물이 아니라, 협력의 플랫폼이다."

새 IOC위원장인 '커스티 코번트리' 체제 하에서 '서울과 전주'가 이 원칙에 맞춰 협력 모델을 제시한다면 2036년을 목표로 하는 한국의 유치 전략은 국제사회에서 '지속가능한 협력형 올림픽'의 모범사례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수석 최고위원이 최근 "전주하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전주와 서울의 협업이 매우 필요하다"고 한 발언도 이같은 맥락에서 풀이될 수 있다.

▲ⓒ전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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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

전북취재본부 최인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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