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 KAIST 교수(생화학자, 공학생물학 대학원)는 "20대 초반의 젊은 남자가 갑자기 실명하는 유전 질환이 있다"라며 "한국에도 환자가 수 백 명 있는데, 우리 팀이 치료제 개발 연구에서 세계에서 가장 앞서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난 10월 30일 서울 금천구 소재 가산디지털단지에 있는 자신의 기업 중 하나인 '그린진'에서 기자를 만나 이같이 말하고 이 질환은 LHON(레버 유전성 시신경병증, Leber hereditary optic neuropathy)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유전자 가위(크리스퍼-Cas9) 분야의 세계 톱 연구자이고, 크리스퍼-Cas9 분야의 두 사람(제니퍼 다우드나, 샤르팡티에)은 2020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크리스퍼-Cas9유전자 가위는 세포핵에 들어있는 유전체를 교정 혹은 편집하는 데 요긴하다. 교정이 필요한 DNA 염기를 찾아가 정확히 잘라낸다. 이로 인해 유전자 질환 치료와, 생명공학 분야에서의 가능성으로 엄청난 기대를 받고 있다. 김 교수는 지난 2013년 크리스퍼-Cas9 유전자 가위를 갖고, 진핵생물의 세포핵을 편집할 수 있다는 걸 세계 최초로 보인 바 있다.
세포에는 핵 말고 미토콘드리아에도 DNA가 있다. 세포가 쓸 에너지를 생산하는 게 미토콘드리아가 하는 일이다. 미토콘드리아도 유전자를 갖고 있다 보니, 유전자에 선천적인 변이가 있는 경우 유전병이 될 수 있다. LHON이 미토콘드리아 DNA변이로 인한 대표적인 난치성 유전병이다. 그런데 크리스퍼-Cas9가위는 세포핵 DNA를 편집하는 데는 탁월하나, 미토콘드리아 DNA는 편집하지 못한다. 크리스퍼-Cas9은 표적 유전자를 찾아내기 위한 '가이드 RNA(리보핵산)'와, 대상 DNA를 잘라내는 효소인 '캐스9(Cas9)' 단백질로 구성되는데, 이중에서 가이드RNA가 미토콘드리아 안으로 들어가질 못한다. 김 교수를 포함한 세계의 대가들이 경쟁적으로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그래서 다른 기술을 개발해야 했다.
김진수 교수가 크리스퍼-Cas9유전자 가위를 개발(2013년)할 때는 서울대학교 화학과 교수였고, 미토콘드리아 DNA 염기 교정 기술(TALED)을 찾은 건 대전에 있는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 단장(2014년 3월-2022년 4월)으로 일할 때다. 김 교수팀은 미토콘드리아 DNA가 사용하는 유전자 문자 4가지(A, C, G, T) 중에 A(아데닌)를 G(구아닌)로 바꾸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 기술로 미토콘드리아 유전병의 40%를 치료할 수 있게 되었다. 김진수 교수 팀 논문은 2022년 최상위 생명과학 학술지 <셀>에 나왔다. 이때 개발한 기술로부터 시작해 그는 지금 LHON 등 미토콘드리아 유전병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LHON 치료제 개발
김진수 교수가 2022년에 창업한 기업 엣진은 LHON 치료제 개발에서 1년은 앞서 있다고 했다. 그는 "엣진에서 열심히 연구해서 LHON을 치료할 수 있는 물질을 확보했다"면서 "돌연변이를 아주 정교하게 고칠 수 있게 되었다. 아주 잘 작동하는 걸 우리가 찾았다"라고 말했다.
연구를 위해서는 LHON 돌연변이 세포가 필요하다. 환자 샘플을 어디에서 엣진은 구했을까? 김 교수에 따르면, LHON 환자가 찾아가는 병원은 한국에서 딱 두 곳이다. 분당서울대병원과 광명 중앙대병원이다. 엣진은 광명 중앙대학교병원 안과의 김응수 교수로부터 관련 환자의 소변으로 나오는, LHON변이가 있는 세포를 제공받았다.
세포속에 들어 있는 미토콘드리아 수는 기관과 장기에 따라 다르다. 세포 한 개에 수 백 개가 들어있기도 하다. 몇 백 개 전부가 똑같은 DNA변이를 갖고 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미토콘드리아 유전질환은 보통 미토콘드리아의 70~80%가 변이를 갖고 있으면 발병한다. LHON은 거의 모든 미토콘드리아가 변이를 갖고 있는 경우다. 그렇기에 오히려 치료하기는 손쉽다. 일부 미토콘드리아의 돌연변이만 교정하면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김 교수는 "우리는 세포 내 전체 미토콘드리아의 80%를 교정하는 데 성공했다. 매우 효율이 높다"라고 자랑했다.
도구는 개발했다. 치료 물질은 찾았다. 이제 이걸 주사를 통해 눈의 망막 신경절 세포에 전달해야 한다. 과녁인 세포에 들어가야 점 돌연변이를 교정할 수 있다. 김진수 교수는 "전달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를 우리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전달(delivery) 방법은 mRNA로 만들어서 집어넣거나, 바이러스에 넣어서 주사할 수 있다. 전달 문제를 내년 초까지 해결하고, 이후 물질에 대한 안정성을 평가받고, 그 다음 단계로 사람 대상 임상 시험으로 가야 한다. 아직 과정이 많이 남아 있다. 김 교수는 "2년 안에 자금 조달을 해야 한다. 100억 원 이상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다른 미토콘드리아 질환 연구
다른 미토콘드리아 질환에 리 증후군(Leigh syndrome)이라는 게 있다. 리 증후군을 앓으면 생후 2년 안에 사망한다. 김진수 교수-이현지 교수(고려대 의대) 팀은 리 증후군 치료제 연구도 하고 있다. 우선 리 증후군을 가진 동물 모델을 만들었다. 2024년 학술지 <셀>에 논문을 출판했다.(논문 제목: Engineering TALE-linked deaminases to facilitate precision adenine base editing in mitochondrial DNA). 리 증후군을 가진 생쥐는 심방 박동 수가 정상 생쥐보다 느리다. 정상 생쥐는 분당 500번을 뛰는데, 리 증후군 생쥐는 분당 400회 뛴다. 신기하다. 사람에게서도 같은 현상이 있다. 치료제 개발을 위해 리 증후군 생쥐에 이런 저런 약물을 먹여볼 수도 있고, 질병이 언제 악화하는지를 연구할 수 있는 거다.
KAIST에 온 이유
김진수 교수가 KAIST에 자리잡은 건 지난 2월이다. 서울대학교(2005-2016년)를 떠난 뒤 9년 만이고, IBS를 그만 둔 지 3년 여 만이다. 그가 IBS단장 직을 중도에 그만 둔 건 2018년부터 특허권과 연구비 논란을 겪으며 수사와 재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수천 억 가치의 특허를 빼돌렸다'는 혐의를 받았으나, 3심까지 간 재판에서 2022년 말에 크리스퍼 원천 특허 관련한 주요 혐의 부분 관련해 무죄 선고를 받았다. 그는 이제 61세다. 50대 후반부터는 통상적으로 연구가 정점을 향해 갈 때다. 그런데 그는 법정 싸움에 휘말렸고, 이에 진을 뺐을 것 같다. 이날 만난 김 교수는 담담해 보였다. 그가 KAIST라는 기관에 다시 발을 들여놓은 건 그의 가슴 속에 불꽃이 살아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KAIST 공학생물학 대학원에 적을 두고, 연구를 위해 '식물기반 탄소포집 연구센터'를 만들었다. 센터에는 KAIST 동료 교수 3명이 참가하고 있다. 식물학자인 최길주 교수와 김상규 교수, 유전체 교정을 연구하는 조성익 교수(뇌인지과학과)다. 센터를 만들고 있는 중이다. 의과학대학원이 있던 건물(E7) 4층에 실험실이 들어설 예정이다.
김 교수는 어떤 과학적인 질문을 갖고 있을까? 그가 답을 찾으려는 질문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김 교수는 "목표를 질문처럼 표현하는 데 그게 목표일 수도 있다. 나는 세 가지 목표를 갖고 있다"라며 ①광합성 효율을 올려서 식물을 얼마나 더 빨리 더 크게 자라게 할 수 있는지를 알고 싶고, ②또 C-to-T와 A-to-G 말고 다른 미토콘드리아 DNA변이를 일으킬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갖고 있다. ③그리고 미토콘드리아 질환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치료할 수 있을까 하는 게 내가 갖고 있는 과학적일 질문이자 가고자 하는 길의 목표라고 말했다.
미토콘드리아 DNA 염기 교정 기술
미토콘드리아 DNA 교정 기술은 현재 두 개의 유전자 문자를 다른 문자로 바꾸는 기술만 나와 있다. 유전자 문자 4종류 중에서 현재 C(시토신)→T(티민), A(아네닌)→G(구아닌)로 바꾸는 도구는 개발되어 있다. C→T 기술은 2002년에 미국 하바드 대학교 데이비드 류 교수(1973년생) 그룹이, A→G 기술은 2022년에 김진수 교수 그룹이 개발했다. 하지만 C→A, C→G로 바꾸는 도구는 현재 없다. 김진수 교수는 "새로운 도구 개발은 여전히 중요하다. 그래야 새로운 유전 질환 동물 모델을 만들 수 있고, 동물 모델 연구를 통해 그 질환을 치료할 길이 열린다"라고 말했다.
식물 기반 탄소포집센터
김진수 교수가 한다는 식물 연구는 무엇인가? 설명을 들어본다.
"변이를 도입하면 식물이 빨리 그리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 또 식물 엽록체에 DNA변이를 일으키면 제초제를 뿌려도 죽지 않을 수 있다. 제초제를 뿌리면 제초제는 식물 엽록체에 있는 D1단백질에 결합해서 그 식물의 기능을 저하시킨다. 식물의 D1단백질에 변이를 일으키면 제초제를 뿌려도 잔디가 죽지 않는다. 그러면 골프장 경영자는 좋을 것이다. D1 단백질이 되게 중요하다. 햇빛 에너지를 받아 이걸 화학 에너지로 변환하는 핵심 단백질이다. 우리는 D1단백질을 이루는 아미노산 한 개를 바꾸면 제초제가 결합하지 못한다는 걸 알아냈다. 논문으로 냈다."
루비스코는 식물의 광합성에서 중요하다. 공기중 이산화탄소(CO₂)를 붙잡는, 즉 고정시키는 효소다. 이산화탄소를 물과 반응시켜 포도당을 만들고, 그 과정에서 산소를 내보내는 게 광합성 이다. 포도당은 사람과 같은 동물을 먹여살리는 에너지원이다. 김진수 교수 설명을 다시 들어본다.
"루비스코도 매우 재밌다. 식물 잎에서 단백질을 뽑아내어 보면 루비스코가 가장 많다. 전체 단백질 중 최대 50%까지가 루비스코다. 왜 이렇게 많으냐 하면 루비스코는 화학 반응 속도가 매우 느리기 때문이다. 비효율적이다. 루비스코는 이산화탄소와 산소를 구별하지 못한다. 되게 이상한 물질이다. 루비스코는 카복실화효소(carboxylase)다. 대부분의 알려진 카복실화효소는 이산화탄소와 산소를 잘 구별한다. 그렇게 구별을 잘 하는 게 효소가 하는 일이다. 반응을 촉진하는 일을 하는 효소는 그런 목적으로 진화했다. 더구나 이산화탄소와 산소는 다르게 생겼다. 직선 모양이라는 건 비슷하나 크기가 다르고 화학적인 성질도 다르다. 대부분의 카복실화효소는 이산화탄소를 기질로 사용하고 산소는 배제한다. 그런데 루비스코는 두 개를 구별 못한다. 루비스코(RuBisCO) 이름에 들어 있는 'CO'가 '카복실화효소'의 C와 산소화효소(oxygenase)의 O를 가리킨다. 문제는 산소를 받아들이면 독성 물질이 만들어진다는 거다. 독성물질은 식물에 필요 없을 뿐 아니라, 어떻게 제거해야 한다. 이를 위해 식물은 에너지의 3분의 1을 방비한다. 제거하는 과정에서, 애써 고정시켜 놓은 이산화탄소를 다시 공기 중으로 내보낸다. 사람들은 루비스코 DNA를 편집하려고 오래 전부터 애썼다. 모두 다 실패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여러 광합성 생명체가 갖고 있는 루비스코 효소는 조금씩 다르다. 어떤 생물은 이산화탄소와 산소를 좀 더 구분한다. 그걸 잘 하는 것 중 하나가, 남조류(시아노박테리아)다. 시아노박테리아가 갖고 있는 루비스코를 담배잎에 집어넣는데 성공했다는 외국 연구자의 논문이 2014년 최상위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 나왔다.
문제가 있다. 시아노박테리아의 루비스코를 통으로 새로운 담배잎에 집어넣기는 하나 담배잎의 단백질들과 상호작용을 제대로 못했다. 담배잎이 못 자란다. 김 교수는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대상 식물이 갖고 있는 루비스코에 변이를 일으키면 된다. 그런 기술이 그때는 없었다. 남들이 못했는데, 우리가 된다는 걸 최초로 입증했다"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를 2021년 학술지 <Nature Plants>에 보고했다. 김 교수는 이어 "엽록체 기능을 강화하고 식물이 광합성을 더 잘한다는 걸 보이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아직 광합성을 더 잘하는 식물을 만든 건 아니다. 효율 좋은 루비스코를 만든 것도 아직 아니고, D1을 더 강화한 것도 아니다. 앞으로 본격적으로 그런 연구를 해보겠다는 것이다. 식물학자 두 사람을 그가 만든 '센터'에 초빙한 건 그 같은 작업을 위해서다.
"GMO규제에 문제 있다"
김진수 교수는 "식물 엽록체에 DNA변이 도입해 광합성을 더 잘하고 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면 그래서 그게 제2의 녹색 혁명이 된다면 기후 위기에도 대응이 되고 식량 안보에도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수 교수는 한국의 유전자변형식품(GMO) 규제에 대해 문제가 많다고 했다. 외국에서는 식물 유전자 교정 기술에 주목한 지 오래다. 미국에서 나오는 MIT테크놀로지 리뷰는 2016년 10대 기술을 선정하면서 '식물 유전자 교정'을 꼽았고, 그 기술을 갖고 있는 네 곳 플레이어 중 한 곳으로 김진수 서울대학교 교수 그룹을 선정했다. 김 교수는 "우리는 상용화를 못하고 있으나, 외국에서는 식물에도 하고 있고 동물에도 하고 있고, 카스제비(CASGEVY) 같은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치료제도 미국에서 나왔다"면서 "우리가 특허도 먼저 내고 논문도 먼저 냈는데, GMO규제 때문에 상용화를 전혀 못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김 교수는 "GMO규제를 하니 한국에서는 상업적인 재배를 못한다. 야외에 재배를 못한다. 허가를 받으려면 거의 10년이 걸린다. 수 백 억 원을 써야 한다"라며 "미국은 정작 우리가 만든 건 GMO가 아니라고 한다. DNA 교정한 건 GMO가 아니라고 한다. 제초제에 내성 있는 식물을 만들고, 미국 농무부에 문의했다. 우리가 만든 게 GMO냐 아니냐고 물었다. GMO가 아니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식물 엽록체 DNA교정이 GMO가 아니라는 걸 미국 농무부에서 우리가 최초로 인정받았다. 물꼬를 우리가 텄다"면서 "한국도 GMO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빌 게이츠 만나고 싶다"
김진수 교수는 "루비스코 효소의 반응 효율을 올리기 위한 연구에 대한 관심은 오래 됐으나 모두 실패하다 보니, 이제는 투자가 없다. 하지만 이제 새로운 기술이 생겼으니, 이 연구에 투자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9월 15일 KAIST에 자신이 설립한 기업 툴젠 주식 8만5000주를 기부한 바 있다. 이 주식은 당일 기준 34억3800만 원 상당이었다. 툴젠 주식이 이후 호재가 있어 상승했다. 김 교수는 "내가 기부한 주식을 평가하면 60억 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중 일부를 연구비로 조달하나, 이걸로는 턱없다. 김 교수는 "앞으로 투자가 많이 이뤄져야 한다. 정부도 해야 하고, 특히 민간이 해야 한다"라며 "나는 이게 맨해튼 프로젝트, 아폴로 프로젝트보다 더 큰 '루비스코 프로젝트'가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맨해튼 프로젝트는 2차대전 때 미국이 원자폭탄을 만들어낸 국가 연구 과제이고, 아폴로 프로젝트는 1960년대 달에 미국인을 보내는 게 목표였다. 김 교수는 "두 개 프로젝트는 전쟁과 냉전의 산물이고, 미국이 생존을 위해 만들었다. 작금의 기후 위기는 인류가 맞이한 더 큰 어려움이다"라며 "그런데 미국 정부는 기후 위기를 부정하고 있다. 발을 뺐다. 더 이상 미국에 이 문제 해결을 의존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려면 전기 에너지가 많이 들어간다. 그런데 전기를 쓰지 않고 포집할 수 있는 기계 장치가 우리 곁에 있다. 수억 년 전에 지구에 출현한 식물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식물을 이용하면 전기 안 쓰고 더 효율적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고정하고 또 그러는 한편 우리의 먹을거리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진수 교수는 "부자들을 만나보려고 한다"면서 "예를 들면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 테슬러의 일론 머스크, 손정의 회장(일본 소프트뱅크)을 30분, 1시간 만나면 1조 원의 연구비를 받아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자들은 기부를 많이 한다. 몇 조원 규모의 돈을 쓴다. 김 교수는 "나의 연구를 '루비스코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게 인류 미래를 위해 의미 있는 일이니 이분들이 투자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그를 만날 기회가 없다는 것이다.
그의 연구 이력
김진수 교수는 서울대학교 화학과 83학번이다. 미국 위스콘신 대학교(메디슨 캠퍼스)에서 박사학위를 했다. 지도교수는 로널드 T. 레인즈(Ronald T. Raines)이다. 레인즈 교수 지도를 받아 박사과정 때 RNA를 자르는 소화효소(리보핵산 분해 효소)를 연구했다. 이후 MIT의 칼 페보(Carl Pabo) 교수 연구실로 박사후연구를 갔다(1994-1997년말). 이때부터 유전자 가위 연구를 시작했다. 1세대 유전자가위라고 불리는 ZFN(Zinc finger nuclease)를 배웠다. 김 교수는 "리보핵산분해효소는 RNA를 무작위로 자르는 효소이고, ZFN은 정해진 서열을 인식해서 맞춤으로 자르는 인공 효소다. ZFN은 DNA를 교정할 수 있다. 나는 박사과정 때 리보핵산 분해효소를 연구해서 논문을 많이 냈다. 그런데 사람들이 리보핵산 분해효소에 관심이 없었다. 공부를 하다 보니 DNA를 자르는 ZFN이 훨씬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질 수 있고, 생명과학에 그 연구가 기여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라고 연구 방향 전환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후 1997년 말 귀국해서 삼성종합기술원에서 일했다. 1999년에 그만 두고 그해 10월 바이오 스타트업 '툴젠'을 설립했다. 툴젠에서 ZFN 연구를 했다.
대학교로 바로 가지 않은 것에 대해 김 교수는 "나는 대학교 교수가 되는 것에 별 관심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서울대 학생 시절 지도 교수가 교수직 공모에 응하라고 해서 지원서를 낸 게 서울대와 인연이 됐다. 그때가 2005년이다.
크리스퍼 가위 연구는 2009년부터다. 대학원 학생들과 학술지들에 나온 논문 중에서 관심 가는 논문들을 골라 읽는 저널클럽을 통한 공부를 하다가 관심을 갖게 됐다. 그리고 연구에 뛰어들어 단숨에 세계 정상에 올랐으며, 진핵세포 DNA를 세계 최초로 크리스퍼-Cas9으로 교정해 보였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관련 특허를 냈으며, 특히 미국과 유럽 등에서 특허를 가장 먼저 냈다고 했다. 한국과 유럽은 특허를 먼저 신청한 사람의 손을 들어주는 '선출원주의'를 적용하는 반면, 미국은 '선 발명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발명을 누가 먼저 했느냐를 기준으로 특허권을 인정한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응용 가능성이 막대해, 특허권을 둘러싸고 미국 특허 법정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법률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김 교수도 한 축이다. 툴젠도 특허를 확보하기 위해 수 백 억 원을 이미 지출했다고 했다.
김 교수가 설립한 기업 툴젠은 기존의 크리스퍼-Cas9 원천 특허와 달리 원천기술에서 파생된 기술인 'Ribonucleoprotein(RNP)'을 2013년 한국, 일본, 미국 등에서 특허 출원했다. RNP는 독성이 적고 세포를 표적하는 정확도가 높은 유전자 가위 기술이다. RNP는 해외 바이오기업이 실험적 유전자 교정 플랫폼에 활용하고 있다. 김 교수는 "카스제비 개발 그리고 미국에서 인간에 이식돼 6개월 동안 건강하게 유지돼 화제인 이종장기 개발에서도 RNP가 쓰였다"고 했다. 툴젠의 RNP 특허는 한국과 유럽에 출원했고, 미국에서 특허 등록이 완료되면 로열티를 확보할 수 있을 걸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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