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당시 작성됐던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피해자인 배우 김규리 씨가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의 대국민 사과와 상고 포기를 환영한다면서도, 누구에게 사과하겠다는 것인지 명확하지가 않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8일 김 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 본인 계정에 지난 7일 국정원이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데 대해 사과하며, 피해자들이 제기한 소송에 항고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 "사죄를 하긴 했다는데 도대체 누구한테 사죄를 했다는건지"라며 "기사에 내려고 허공에다가 한 것 같기도 하고, 상처는 남았고 그저 공허하기만 하다. 어쨌든 상고를 포기했다하니 소식 기쁘게 받아들인다"고 소회를 전했다.
국정원은 7일 입장자료를 통해 "서울고등법원은 10월 17일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와 국정원이 정부를 비판하는 문화예술인들을 '블랙리스트'에 등재해 특정 프로그램 배제·퇴출 등 압박을 가한 불법행위를 한 데 대해 국가 배상책임을 인정했다"며 "사법부의 '국가배상책임 인정' 판단을 존중해 상고를 포기"한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지난달) 30일 상고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국가 소송을 총괄하는 법무부에 의견을 전달하였으며, 상고 마감기한인 7일 법무부 지휘에 따라 상고를 포기했다"며 "이번 사건으로 물질적·정신적 피해를 입은 당사자분들과 국민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은 이명박 정부 당시 원세훈 국정원장이 '좌파 연예인 대응 TF(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정부에 비판적인 성향을 보인 문화예술 인사들을 배제하고 방송에 출연하지 못하게 하는 등 압박 활동에 나선 것을 의미한다. 당시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인사는 82명에 달했으며 영화 산업 등에 대한 투자를 무산시키고 지원을 거부하는 등의 부적절한 행동을 벌이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2017년 김 씨를 포함해 영화배우 문성근과 코미디언 김미화 등 문화예술인 36명은 그해 11월 서울중앙지법에 이명박 전 대통령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했다.
1심에서는 국가를 제외한 이 전 대통령과 원 전 원장에 대해서만 책임이 인정됐으나, 지난달 17일 서울고법은 2심 판결에서 "정부는 이명박·원세훈과 공동해 원고들에게 각 500만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라고 판결하면서 국가의 책임도 인정했다. 국정원은 이 판결에 대해 항고하지 않기로 했다.
김 씨는 "블랙리스트로 고생했던 기간 + 2017년 소송시작해서 지금까지 그동안 고생하신 변호사 팀과 블랙리스트로 고생하신 선배동료분들께 따뜻한 위로와 응원 보낸다"라며 "고생하셨습니다 모두"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몇 년을 고생 했던건지 이젠 그만 힘들고 싶다. 사실 트라우마가 심해서 '블랙리스트'의 '블..'자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키게 된다"며 그간 힘들었던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미인도' 영화로 시상식에 참석했는데 화면에 제가 잡히니 어디선가에서 전화가 왔었다고, 작품 출연 계약 당일날 갑자기 취소연락이 오기도 했었고 블랙리스트 사실이 뉴스를 통해 나온걸 접했을 때 sns를 통해 심정을 짧게 표현한 걸 두고 그 다음날 '가만 안있으면 죽여버린다'는 협박도 받았었고 휴대폰 도청으로 고생했던 일 등등"이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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