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포기 논란이 진행 중인 가운데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결국 사의를 표하면서, 보수 야권과 시민사회의 화살이 법무부로 집중될 전망이다. 정성호 법무장관은 '외압' 의혹에 대해 "일상적으로 하는 얘기"라고 재차 부인했으나, 노 대행의 사퇴로 사건의 파장은 더 커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 장관은 12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자리에서, 대검으로부터 대장동 사건에 관한 보고를 세 차례 받았다며 "'중형이 선고됐는데 신중히 판단할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는 정도의 얘기를 하고 끝났다"고 말했다. 통상적인 의견 제시 차원일뿐, 압력 행사는 아니라는 해명이다.
정 장관은 '항소 포기를 지시했느냐'는 질문에도 거듭 "그런 사실이 없다"며 "지휘하려고 했다면 서면으로 했을 것"이라고 부인했다. 정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서도 "무슨 외압이 있겠나. 일상적으로 하는 얘기"라고 했다.
정 장관은 노 대행과 직접 통화를 한 적도 없다고 했다. 정 장관의 "신중한 판단" 의견을 대검에 전달한 인사는 이진수 차관으로 보인다. 노 대행은 항소 포기를 결정하기 전에 이 차관과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노 대행은 "대장동 항소 포기는 제 책임 하에 숙고 끝에 한 결정"이라던 당초 입장과 달리 대검 과장들과 비공개 면담 자리에서 법무부 외압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노 대행은 "법무부 차관이 항소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며 몇 가지 선택지를 제시했다. 선택지 모두 사실상 항소 포기를 요구하는 내용이었다"고 했다. 노 대행에 따르면 이 차관은 통화에서 "정 장관에게 수사지휘권 발동을 요청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노 대행의 이같은 주장은 사실상 법무부 차원에서 항소 포기를 종용한 것으로 해석돼 논란이 증폭됐다. 또한 "용산과 법무부의 관계, 검찰의 어려운 현실을 고려했다"는 노 대행의 발언과 맞물려 검찰의 당면 과제인 보완수사권을 얻어내기 위해 항소 포기를 거래한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이에 이 차관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회에 출석해 노 대행과의 통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이것은 사전 조율이고 협의 과정이지 수사지휘권 행사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고 외압 의혹을 부인했다.
이 차관은 항소포기를 전제한 선택지를 제시했다는 노 대행의 발언에 대해서도 "제가 선택지를 드릴 수도 없고 보완수사권과 관련해 이 사건을 연결하는 것도 내용상 이뤄질 수 없다"고 했다.
이처럼 노 대행의 주장과 법무부 장·차관의 주장이 크게 엇갈리고 있던 가운데, 노 대행이 이날 항소포기 결정 과정에 관한 납득할 만한 설명 없이 물러남에 따라 검찰 내부의 동요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노 대행은 이날 오후 대검 대변인실을 통해 사의 표명 소식을 알렸다. 지난 7일 검찰의 항소 포기 이후 닷새 만으로,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과 노 대행이 연이어 사퇴하면서 검찰의 지휘 공백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노 대행의 사표가 수리되면 검찰은 당분간 '대행의 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특히 노 대행의 사퇴로 인해, 그에게 진상 규명을 요구하던 검찰 내부와 시민사회의 압력은 법무부로 옮아갈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사징계법 폐지까지 거론하며 총력 방어에 나섰다. 정청래 대표는 검찰 내부의 반발을 "항명이자 명백한 국기 문란 사건"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법무부는 해당 검사들에 대한 인사 조치와 징계 절차에 즉각 착수하라"고 했다. 외압 의혹의 정치적 파장 확산을 막기 위해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하는 검사들에게 화살을 돌린 것이다.
정 대표는 또 "대통령 시행령에 검사장을 평검사로 발령 내기 어려운 '역진 조항'이 있어 인사를 못 하는 상황이라는데, 이런 대통령령 폐지를 검토하고 건의하길 바란다"고 정 장관에게 요구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