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삼립 시화공장에서 주 6일 연속 야간근무를 한 노동자가 자택에서 사망한 일이 알려진 가운데, 정의당과 노동계가 책임 인정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사측에 촉구했다. 연이은 사고사로 사회적 질타를 받은 SPC가 야간노동을 줄이겠다며 취한 교대제 근무 변경 조치가 실제로는 노동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고도 주장했다.
정의당과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등은 13일 경기 시화 SPC 삼립 시화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또 SPC다. 또 삼립 시화공장이다. 이번에는 과로사로 의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SPC를 질타했다.
앞서 지난 9월 27일 야간조 밤샘근무를 마치고 퇴근한 뒤 연락이 두절됐던 60대 김모 씨가 일주일여 뒤인 지난 4일 자택 침대 위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일이 최근 알려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부검 결과는 '사인 미상'이었고 심장이나 뇌혈관 등에 뚜렷한 이상 소견은 없었으나, 누적된 피로가 몸에 무리를 줬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제기됐다.
단체들은 "2022년 이후 SPC에서 일하다 끼어죽고 부딪혀 죽은 노동자가 4년 간 3명이다. 이곳 시화공장에서도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기계에 끼어 죽었다"며 "그리고 재작년부터 노동자 3명이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사망했다. 과로사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7월 이재명 대통령이 이곳 SPC 시화공자을 방문해 중대재해 원인으로 장시간, 야간 노동을 지적했다. 그리고 노동자들이 장시간 야간노동을 감내하는 이유가 저임금 때문 아니냐고 물었다"고 덧붙였다.
단체들은 "그러나 SPC 허영인 회장은 대통령 앞에서 야간노동을 줄이고 노동조건을 개선하겠다고 요란을 떨었다"며 이후 SPC가 "주 5일을 염두에 둔 4조 교대보다 후퇴시킨 주 6일 3조 교대제를 시해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다른 노동조건도 대폭 후퇴시켰다"며 "월 평균 30만 원에서 50만 원 가량의 임금 하락이 발생해 생계 어려움을 가중했다. 주 6일 근무의 마지막 날에 한해 가산수당 비율을 법정기준보다 25% 추가했으나 그 정도가 미미해 임금 손실이 크게 발생했다"고 짚었다.
단체들은 "대통령 앞에서는 하는 척 시늉을 하고 뒤로는 노동자를 더 가혹하게 쥐어 짜는 SPC의 두 얼굴을 본다"며 정부 차원의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SPC에도 임금 저하 없는 주 5일 4조 3교대제 시행, 책임 인정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김소영 화섬식품노조 SPC삼립지회장은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교대제 변경 이후 "임금은 줄고 1주일에 6일을 근무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토로했다.
이어 "최저임금으로는 먹고 살 수 없으니 연장, 야간근로로 생계를 해결해야 하고,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저임금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이상 장시간 노동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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