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해안에서 중국산 차 포장지로 위장한 마약이 연이어 발견되면서 수사당국이 긴급 대응에 나섰다.
13일 제주지방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전날 오후 2시께 우도면 연평리 삼양동 해안에서 지역 주민이 중국산 초록색 우롱차 포장 형태의 마약 의심 물체 1kg을 발견해 신고했다. 이어 서귀포해경이 인근을 수색하던 중 오후 3시께 같은 형태의 의심 물체 1kg을 추가로 발견했다.
간이시약 검사는 아직 실시되지 않았으나, 해경은 이 물체가 마취제 성분인 케타민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9월 말 이후 제주도 일대 해안에서 차 봉지로 위장한 마약이 발견된 것은 총 12차례에 달한다. 제주항, 애월읍, 조천읍, 구좌읍, 용담포구, 우도, 서귀포시 성산읍 광치기해변 등 제주 전역의 해안가에서 연달아 발견됐다.
모두 케타민으로 확인될 경우 발견량은 총 31kg에 이르며, 이는 통상 1회 투여량 0.03g 기준 103만여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막대한 양이다.
케타민은 마취제의 일종으로 다량 흡입 시 환각과 기억손상 등을 일으켜 신종 마약으로 분류되고 있다.
해경은 필리핀 동쪽 해상에서 시작되는 '구로시오 난류'를 따라 동남아 지역에서 흘러들어왔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이다.
실제로 제주뿐 아니라 최근 경북 포항에서 3차례, 일본 대마도에서 2차례 같은 형태의 마약이 발견됐다. 포장지에 한자로 '茶(차)'라는 글자가 적혀 있어 한자 문화권에서 유통된 것으로 추정된다.
해경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비롯해 미국, 중국, 호주, 일본, 싱가포르, 캄보디아, 대만, 태국 등 국제 마약수사기관에 성분 분석과 과거 밀매 조직과의 연관성 등을 의뢰했으나, 회신까지 2개월가량 소요될 전망이다.
해경 관계자는 "국내에서 차 봉지 위장 마약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올해 4월 캄보디아에서 똑같은 형태의 마약이 단속된 사례가 있다"며 "제주를 통한 우회 밀반입 가능성은 작게 보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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