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요르단강 서안에서 이스라엘 불법 정착민 폭력이 급증하고 있다. 이들은 올리브 수확기를 맞아 농장을 집중 공격해 팔레스타인인 생계를 직접적으로 위협 중이다. 도를 넘은 폭력으로 이스라엘군(IDF)에서 경고 메시지가 나온 뒤에도 정착민들은 이슬람 사원(모스크)에 불을 지르며 아랑곳하지 않는 행태를 보였다.
<AP> 통신, 미 CNN 방송,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을 보면 13일(이하 현지시간)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서안 살피트 인근 하자 하미다 모스크에 불을 지르고 혐오 메시지가 담긴 낙서를 남겼다. 정착민들은 모스크 벽에 "무함마드(이슬람교 선지자)는 돼지", "우린 또 복수할 것", "계속 비난하라", "아비 블루스(이스라엘군 중부사령관)는 두렵지 않다" 등의 문구를 썼다. 이슬람 경전인 쿠란 사본도 불탔다.
이스라엘군은 CNN에 공격을 인정하고 조사 중임을 밝혔지만 용의자는 특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은 정착민 폭력이 도를 넘자 전날 이스라엘군이 이례적으로 경고 메시지를 내놨음에도 발생했다. 12일 에얄 자미르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정착민 폭력이 "금지선(레드라인)을 넘었다"며 이를 "강력히 규탄"했다. 그는 정착민 폭력을 "법을 준수하는 대중을 욕되게 하는 범죄적 소수 집단 행위"로 규정하고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안에서 군을 지휘하는 블루스 사령관도 정착민 폭력에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군에 "방관하지 말고 민족주의적 범죄 행위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이스라엘군의 경고는 11일 수십 명의 정착민이 가면을 쓰고 서안 베이트리드 및 데이르샤라프 마을을 공격해 베두인 공동체의 유제품 트럭 4대, 농장, 양철 판잣집, 천막 등에 불을 지른 뒤에 나왔다. 이 공격으로 팔레스타인인 4명이 다쳤다. 이들은 폭동을 멈추기 위해 현장에 온 이스라엘 군인들까지 공격하고 군용 차량을 파손했다.
12일 이츠하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도 해당 사건이 "충격적이고 심각하다"며 "이러한 현상 근절을 위해 단호히 행동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스라엘 경찰은 11일 사건 관련 용의자 4명을 구금했지만 이후 3명을 풀어줬다. 서안에서 팔레스타인인을 공격한 혐의로 이스라엘인이 체포되거나 기소되는 일은 매우 드물다. 매체는 "거의 매일 공격이 자행됨에도 처벌은 거의 전무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정착민 폭력은 10~11월 올리브 수확기를 맞아 심화하고 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지난달 서안에서 정착민 공격 건수가 264건에 달했는데 이는 2006년 기록 시작 이래 가장 높은 수치라고 설명했다. 이 중 상당 부분이 올리브 수확을 겨냥한 것으로 OCHA는 농장 및 농부 공격, 농작물 및 수확 장비 절도, 올리브 나무 파괴 등 공격이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0일 사이 167건 발생했다고 밝혔다. 하루에 4건 꼴이다. 이 과정에서 팔레스타인인 151명이 다쳤고 나무 및 묘목 5700그루가 손상됐다. 손상된 나무 대부분은 올리브 나무다.
알자지라는 올리브 수확기 공격이 팔레스타인인 생계에 대한 위협일 뿐 아니라 팔레스타인의 문화적 상징을 파괴해 주민을 이주시키려는 점령 시도 중 하나라고 짚었다.
한편 휴전이 유지 중인 가자지구에선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13일 이스라엘 인질 주검 1구를 추가로 반환했다. 14일 이스라엘 총리실은 주검의 신원 확인이 완료됐다고 밝혔다. 이번 송환을 통해 가자지구에 남은 인질 주검은 3구로 줄었다.
인질 주검 대부분이 인계됨에 따라 하마스 무장 해제, 가자지구 전후 통치기구 설립, 국제안정화군 창설 등 더 까다로운 주제를 다룰 휴전 2단계 논의가 시작돼야 하지만 진전이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주 미국은 트럼프 종전안에 기반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가자지구 평화위원회 및 국제안정화군 관련 결의안 초안을 공유했지만 13일 <로이터> 통신을 보면 러시아는 이에 대항하는 자체 결의안 초안을 제안했다. <AP>는 유엔 외교관 4명을 인용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이 평화위원회를 결의안에서 삭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평화위원회는 가자지구 전후 기술관료 중심 과도 정부를 감독하고 재건을 지휘하는 역할을 맡는다.
2단계 이행이 무산되고 가자지구가 분할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도 나오고 있다. 11일 <로이터>는 휴전 다음 단계 이행 노력에 대해 직접적으로 알고 있는 유럽 당국자 6명에 따르면 2단계 진행이 사실상 중단됐고 가자지구 분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단계적 철수를 명시한 휴전 협정에 따라 이스라엘군은 현재 1단계 휴전 협정에 따른 철수선까지만 물러난 상태인데 이 상태가 수년 간 고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군은 1단계 철수선 아래 가자지구 53%를 통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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