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시의회 정복순 의원(옥동, 더불어민주당)이 20일 열린 제263회 안동시의회 정례회에서 5분 자유발언을 통해 1402년 제작된 세계지도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混一疆理歷代國都之圖, 이하 강리도)’의 역사적 가치와 이를 만든 안동 출신 학자들의 업적을 재조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의원은 “623년 전에 제작된 강리도는 동아시아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세계지도 중 하나로, 조선이 대항해시대 이전에 이미 세계의 윤곽을 파악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소중한 인류 문화유산”이라고 평가했다.
정 의원에 따르면 강리도에는 중국·조선·일본뿐 아니라 아랍, 인도, 유럽, 아프리카까지 폭넓은 정보가 담겨 있으며,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수준의 지리 지식이 반영돼 있다. 아프리카 희망봉, 사하라사막, 케냐 킬리만자로, 우간다 빅토리아호수, 이집트 나일강 등 세계 곳곳의 자연지형이 정밀하게 표시돼 있다는 점도 소개했다.
그는 특히 이 지도 제작 과정에서 안동 출신 학자들이 핵심 역할을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도제작을 총괄한 김사형은 안동김씨 충렬공 김방경의 후손으로 조선 개국공신이자 외교가였으며, 발문을 작성한 권근은 『입학도설』 등 다수의 저술을 남긴 유학자로 학문적 위상이 높았던 인물이다.
정 의원은 강리도 발문을 인용하며 “이 지도는 중국·조선·일본·아랍의 다양한 지도를 비교·검토해 새롭게 만든 것”이라며 “이는 15세기 초 조선이 해외 지식을 흡수하고 재구성할 수 있는 문화국가였음을 보여주고, 그 중심에 안동의 학자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강리도는 현재 우리나라 중·고등 한국사 교과서와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에도 소개되어 있으며, 미국 스미소니언박물관이 출간한 『History of the World in 1000 Objects(2014)』와 유네스코 발간 『History of Humanity』에도 수록되는 등 세계적으로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정 의원은 “이 지도와 안동의 깊은 연관성이 지역사회에서 충분히 알려지지 못하고 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 안동시가 추진해야 할 과제로 ▲지도 복원·전시·교육 콘텐츠화 ▲국제포럼 개최 ▲지역 대학·국학진흥원 등과 협력 체계 구축 ▲시 차원의 학술·문화 계승사업 추진 등을 제안했다.
정 의원은 “623년 전 조선이 세계를 그렸다면, 이제는 안동이 그 정신을 이어 새로운 세계를 그릴 차례”라며 “K-컬처 시대에 강리도를 매개로 안동이 세계와 소통하는 지식·문화 도시로 다시 도약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발언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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