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절차적 논란 끝에 당원 16.81%의 참여로 마무리 된 '1인 1표제' 실시 관련 전 당원 의견청취(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찬성율) 90%에 가까운 당원의 뜻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당원들의 뜻이 우리 당규에 잘 반영될 수 있도록 당무위·중앙위 절차를 밟아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 모두발언에서, 지난 19일부터 전날까지 치러진 전 당원 의견청취 결과를 두고 "민주당의 당내 민주주의가 당원의 손으로 완성되는 순간 그 과정을 우린 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의결권을 가진 중앙위원들에게 '개정' 압박이 가해지는 모양새라 눈길을 끌었다.
전날 종료된 당원 여론조사에선 △당대표·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표의 가치를 동등하게 조정 △권리당원 100% 투표로 지방선거 예비후보자들에 대한 예비경선 진행 △권리당원 100% 투표로 광역·기초·비례대표 후보자 선출 등 3개 안건에 대한 찬반 조사가 진행됐고, 각각 86.81%, 88.50%, 89.57%의 찬성 의견이 집계됐다.
정 대표는 "반대 의견을 주신 분들의 뜻도 겸허히 새기겠다"면서도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선거의 기본 정신은 보통·평등·직접·비밀 투표"라며 "대한민국 어느 조직에서도 이 1인1표의 헌법에서 보장한 평등 정신을 위반해선 곤란하다", "지금까지 민주당은 그 헌법정신에 사실 부합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의결 절차가 아닌 '의견청취' 절차였던 여론조사 결과를 통해 1인 1표제 실시 등을 위한 당규 개정에 힘을 실은 셈인데, 전체 164만5061명 중 27만6589명(16.81%)이 참여해 참여율이 17%에 미치지 못한 이번 여론조사에 대해선 대표성 논란이 제기될 수 있어 향후 당규 개정 과정에 관심이 쏠린다.
실제로 2020년 11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공천을 위한 전당원투표 당시엔 이번 여론조사보다 높은 26.35%(권리당원 80만3959명 중 21만1804명참여)의 참여율을 보였지만, 당규상 '전당원 투표는 투표권자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투표와 유효투표 총수 과반수의 찬성으로 확정한다'는 유효투표 조항 적용 여부 등을 중심으로 대표성 논란이 인 바 있다.
당시 민주당은 해당 투표가 당 지도부 직권으로 이뤄진 '당원들의 의견을 묻기 위한 투표'였기 때문에 '당규상의 유효투표 조항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로 대응했지만, 당시 국민의힘은 물론 진보정당인 정의당에서도 '절차적 정당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수현 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이 같은 '대표성 지적'이 나오자 "(이번 조사는) 의결권을 행사하는, 권리행사를 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다시 말해서 단순한 의견수렴 절차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절차에 비해선 높은 투표율을 기록한것"이라며 "참여율에 대한 질문도 의미 있겠지만 잊어선 안 될 것은 90%에 가까운 찬성률을 기록했다는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이번 조사의 투표율이 과거 논란이 일었던 2020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당시 전당원투표의 투표율보다도 낮게 나왔다는 지적에도 "어떤 사안과 수평비교를 해서 생각하는 것은 꼭 옳은 것만은 아니다", "시간의 차이나 환경의 차이도 있는 것"이라며 "최근 있었던 평당원 최고위원에 관한 투표에 비해서는 (이번 투표율이) 비교적 높은 투표율이었다"고 반박했다.
앞서 이번 당원 여론조사와 '1인 1표제' 당규개정에 대해선 정 대표가 직접 이를 강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정 대표는 지난 17일 최고위 회의에서 본인 공약이었던 '1인 1표제' 등 안건에 대한 전당원투표 공고 사실을 알렸는데, 투표 직전인 10월에만 당비를 낸 당원도 투표 참여가 가능하다는 점에 당 일각이 반발한 것.
민주당의 현행 당헌·당규상으로 당원들의 권리행사 기준은 '권리행사 시행일 기준 6개월 전 입당하고 시행일 전 12개월 이내에 6회 이상 당비를 납부한 당원'에게만 부여되고 있다. 당초 정 대표가 공고한 대로라면, 권리행사를 전제한 전당원투표가 당헌·당규 기준을 벗어나 시행된 셈이다. 특히 지난 8월 정 대표 취임 이후 새로 입당한 권리당원들에게도 의결권이 부여된다는 점에서도 논란이 일었다.
당원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지도부 일원인 이언주 최고위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투표 자격을 불과 10월 한 달 당비를 납부한 권리당원으로 한정한 것은 우려가 있다"고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정 대표는 논란이 일자 본인이 전당원투표를 알린 지 하루 만인 18일 전국기초광역의회의원협의회 간담회에서 해당 투표를 "당원 의사를 묻는 절차"라고 재규정했다. 즉 의결권을 지닌 전당원투표가 아닌 의견청취·여론조사 과정이라고 말을 바꾼 것이다.
지도부에서도 "당원 의견을 듣는 절차가 의결을 위한 당원자격 논란으로 전개돼 안타깝다"(조승래 사무총장), "이번 절차는 최고위원회, 당무위원회, 중앙위원회로 이어지는 정식 의결에 앞서, 당원께 먼저 보고 드리고 의견을 구하는 민주적 과정"(박수현 수석대변인)이라는 등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당내에선 원내·외 친명(親이재명) 인사들 모임인 '더민주혁신회의'가 나서서 지도부를 공개 비판해,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정 대표와 친명계 간에 묘한 긴장이 일고 있다. 혁신회의는 부산시당위원장 보궐선거 경선과정에서 정 대표에게 '부당 컷오프' 문제를 제기하고, 국회 기자회견에서 "주위에 '친 이재명' 얘기 때문에 불이익을 당했다'는 말들이 많은 걸로 안다"고 발언한 바 있는 유동철 부산 수영구 지역위원장이 몸을 담은 곳이다.
혁신회의는 지도부가 '전당원투표'에서 '의견수렴'으로 입장을 바꾼 직후인 지난 19일 논평을 내고 "당헌·당규 개정 추진 과정에서 당비납부 기준은 기존 규정과 달리 10월 당비납부 당원으로 공지되었고, 전당원투표는 의견수렴용 당원 여론조사로 전락했다"고 이번 사태를 평하며 "지도부는 이번 혼란의 발생 원인과 절차에 대한 명확한 해명과 책임 소재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책임론을 제기했다.
이들은 "'당원 주권'은 한낱 구호가 아니다. 선택적 적용 대상도 아니다"라며 "필요할 때만 쓰고, 불편할 때는 조정하는 선택적 절차가 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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