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다이빙(戴兵) 주한 중국 대사를 만나 "양국은 떨어질 수 없는 이웃 국가"라고 말했다. 그간 국민의힘 지도부가 중국인 관광객 무비자 입국 철회를 주장하거나 '중국인 3대(건강보험·선거권·부동산) 쇼핑 방지법'을 당론 추진해온 일과 대비돼 눈길을 끌었다.
장 대표는 21일 오후 국회 당 대표실에서 다이 대사를 처음 접견한 자리에서 "최근 시진핑 주석이 경주를 방문해 성공적 방한 일정을 마친 것 같아 기쁘게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장 대표는 "(양국은) 역사상으로 봐도 좋은 일도 있고, 어려운 일도 서로 교차하면서 지내온 사이"라며 "앞으로 대사께서 양국에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날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잘해달라"고 당부했다.
장 대표의 이같은 인사말이 약 2분간(순차통역 포함) 나온 후 이어진 다이 대사의 인사말은 그보다 2배 이상 긴 분량이었다. 다이 대사는 "올해는 중한수교 33년"이라며 "중한 양국은 양측의 노력 하에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수립했고, 경제적으로 긴밀히 연결돼 있고, 인적 왕래가 밀접하다. 양국의 우호협력 강화가 양측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다이 대사는 특히 "중한 양국이 오늘과 같은 성취를 거둔 것은 양국이 함께 노력한 결과이고 역대 한국 정부가 기여한 결과"라며 "중한 수교는 국민의힘의 전신인 민주자유당 시기(노태우 정부 당시)에 만든 것이다. 지금 보면 이런 결정은 매우 장기적이고 높은 안목으로 만든 결과"라고 했다.
다이 대사는 시 주석의 최근 방한을 평가하며 "중한관계의 새 국면"을 언급하고는 "저희는 국민의힘을 포함한 한국 각계 인사와 함께 노력함으로써 시 주석과 이재명 대통령의 공동 인식을 잘 이행하고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가 적극 발전되도록 추진하려 한다"고 말했다.
다이 대사는 또 "현재 백년 미증유의 대변화에 접어들고 있고 국제정세가 불안정하며 보호주의·일방주의가 대두하고 있다"고 현 국제정세를 지적하고 "중국의 발전은 요동치는 세계에 긍정적 에너지와 안정성을 불어넣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일부 국가가 중한관계의 평화로운 발전을 희망하지 않고, 일부 사람이 중국의 발전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있지만 우리는 국민의힘을 포함한 한국 각계와 함께 노력함으로써 중한관계에 긍정적 에너지를 불어넣고 (부정적) 요인을 적절히 통제하며, 양국관계 발전의 성과로 양국민에 더 많은 복지를 가져다줄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고 뼈 있는 말을 하기도 했다.
마이크를 넘겨받은 장 대표는 이에 대해 "한중관계의 기본은 중국과의 관계를 통해 한국이 정치적·경제적으로 성장해서 그것이 중국에게도 도움이 되는 것이 궁극적 목표"라며 "한국이 경제적으로 성장하지 못한다면 장기적으로는 그것이 한중 모두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응수했다.
장 대표는 "따라서 앞으로 한중관계가 중국에게도 기회가 돼야겠지만, 한국에게도 성장의 기회가 되고, 중국과의 관계를 통해 한국이 한 단계 성장해 나가면서 그것이 발전적 관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상호 존중하고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주한 주요국 대사와 정당 대표의 첫 접견치고는 설전에 가까운 분위기가 형성된 셈인데, 이는 그간 국민의힘이 중국에 대해 날을 세워온 맥락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특히 다이 대사가 '한중수교는 국민의힘 전신 정권의 유산'임을 지적하거나 '중국의 발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일부 사람이 있다'고 언급한 부분은 다소 이례적이다.
최근 국민의힘 대변인단에서 나온 논평을 보면, 이재명 정부의 대중 외교정책을 비판하면서 "한국 정부는 중국의 책임과 역할에는 눈감은 채 '셰셰 외교'와 굴종적 침묵으로 북중 체제의 민낯을 외면하고 있다. 김정은 체제 뒤에 선 중국을 향해 북핵의 책임과 비용을 분명히 묻는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11.18. 김효은 대변인), "이재명 정부는 친중 외교에만 신경쓸 것이 아니라 동북아 전체의 안보지형에 따라 방위력 강화에 힘쓰며, 전통적인 우방인 미국과 일본과의 관계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국민의힘은 유독 중국과 북한에 약한 이재명 정부의 외교정책이 대한민국을 위험에 빠트리지 않도록 비판과 견제의 시선을 멈추지 않겠다"(11.16. 손범규 대변인)라고 하는 등 중국에 날을 세운 내용이 적지 않았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강경보수·극우세력을 중심으로 한 '혐중 시위'에 대해서도 명확히 선을 긋기보다 오히려 이들을 포섭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여오기도 했다. 정부·여당이 혐중 시위에 대한 규제를 시도하자, 국민의힘은 당 대변인 논평을 통해 "'중국 모욕하면 징역’ 법안"이라며 "민주당은 외국 입법사례를 왜곡해 표현의 자유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이를 비판했다.
특히 국민의힘은 당 지도부 차원에서 중국인 관광객 무비자 입국에 대해 음모론을 제기하고, 정부에 이를 전면 재검토하라고 요구하기도 했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달 17일 당 공식 회의석상에서 "이 대통령은 중국인 무비자 입국 조치를 전면 재검토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했다. "지난 15일 무비자 입국한 중국인 3명이 제주시 도심 한복판 금은방에서 귀금속을 훔쳤다가 제주공항에서 가까스로 체포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거나 "지난달 29일 무비자 입국 시행 첫날 크루즈선으로 인천항에 입항했다가 잠적한 중국인 6명이 3주 가까이 지나도록 아직까지 행방을 알 수 없다"는 것이 근거였다. (☞관련 기사 : 국민의힘, 급기야 "中 무비자 입국 전면 재검토하라")
지난 9월 29일 인천 차이나타운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는 김민수 최고위원이 "중국인 무비자 입국 시작은 국민 안전을 담보로 한 위험한 도박"이라며 "무비자 제도를 악용한 범죄 조직의 침투 가능성이 있다", "마약 유통 및 불법 보이스 피싱 등 국제 범죄 창구가 확산될 수 있다", "인적이 드문 야외 화장실을 이용할 때 성별을 떠나 삼삼오오 짝을 이뤄 이동해 달라"고 하는 등 중국인을 사실상 잠재적 범죄자로 치부하기까지 했다. (☞관련 기사 : 국민의힘 지도부 인천 방문 현장에서…"중국인 무비자 입국 위험")
국민의힘은 또 중국인들이 △건강보험 급여로 부당 이익을 누리고 있고 △부동산 쇼핑에 나서고 있고 △영주권자의 경우 지방선거 투표권을 부여받는 것이 '불공정'하다며 '중국인 3대 쇼핑 방지법'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내 보수언론에서조차 "반중 정서 자극이라고 비칠 수밖에 없다"며 "정치적 목적으로 특정 국가에 대한 국민 정서를 이용하려 하면 안 된다"는 비판(10.13자 <조선일보> 사설)이 나올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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