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제안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휴전 중재안에 우크라이나 동부를 러시아에 넘기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협상 내용보다 전쟁 자체를 끝내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25일(이하 현지시간)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러시아-우크라이나 휴전 협상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레드라인'(금지선)이 없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익명을 요구한 백악관 관계자가 현재 진행 중인 평화 협상에 대해 "궁극적이고 가장 중요한 목표는 평화다. 싸움을 멈추고, 살상을 멈추는 것"이라며 "이것이 트럼프 대통령이 이 협상에서 원하는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매체는 "평화 협상이 어떤 형태가 되든 전쟁을 끝내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최우선 목표"라며 "양측이 합의해 전쟁이 끝나기만 한다면 된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에서 '중재자'로 어느 편도 들지 않으려고 하는데, 이는 전직 대통령인 조 바이든이나 대부분의 미국 및 유럽 동맹국들과는 현저히 대조적"이라며 "그들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략의 희생자이며, 우크라이나의 우려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한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백악관 부대변인 애나 켈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평화 외에는 특정 결과를 추구하지 않고 양측이 대화를 이어가기를 원한다고 지적했다"며 그가 "트럼프 대통령의 목표는 전쟁을 종식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앞서 23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이 제시한 평화안 초안 28개 항에 우크라이나가 통제 중인 지역을 포함한 돈바스 전체를 러시아에 양도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보도했다. 또 헤르손와 자포리지아의 현 전선 동결,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불가, 우크라군 규모 60만 명으로 제한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러시아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보이는 평화안을 두고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 내 여당인 공화당 내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매체에 따르면 미치 매코널(켄터키주),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주), 마이크 라운즈(사우스다코타주)를 포함한 여러 상원의원들이 이 제안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다.
미국이 제안한 평화안에 대한 논란이 커지면서 문제가 되는 사안들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보인다.
24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미국과의 협상에 참여한 세르히 키슬리차 우크라이나 외무부 제1차관은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영토 양도와 나토-우크라이나 관계 문제는 "괄호로 묶여"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최종 결정하게 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기존의 28개로 이뤄졌던 미국 제시 평화안은 19개로 좁혀졌고 우크라이나 군 규모의 상한선도 60만 명에서 80만 명으로 늘어났다. 키슬리차 차관은 우크라이나 병력 제한 조건이 철회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렇듯 미국의 평화안이 수정되면서 이번에는 러시아 측에서 이를 받아들일 수 있냐는 문제가 제기됐다. 매체는 "유럽과 우크라이나가 받아들일 수 있는 합의에 가까워지면서 모스크바의 분위기는 점점 더 비관적으로 변하고 있으며, 이는 갈등을 신속히 해결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궁극적인 목표를 좌절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다만 매체는 "백악관 관계자들은 지난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국내적으로 특히 취약한 입장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의 측근들과 관련 있는 부패 스캔들로 인해 협상 타결의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며 미국이 러시아 측에 유리한 평화안을 제시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 본인 계정에 "지난 일주일간 우리 팀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종식에 관한 엄청난 진전을 이뤘다. 제가 대통령이었다면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전쟁!"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초안을 작성한 28개 조항의 평화 계획은 양측의 추가 의견을 반영해 세밀하게 조정되었으며, 이제 몇 가지 쟁점만 남아 있다"며 "이 평화 계획의 최종 타결을 위해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에게 모스크바에서 푸틴 대통령과 회담하도록 지시했으며, 동시에 댄 드리스콜 육군 장관은 우크라이나 측과 회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실제 우크라이나 협상 수석대표인 안드레이 예르막 대통령 비서실장은 댄 드리스콜 미국 육군장관과 전화 통화를 했다고 본인의 텔레그램을 통해 밝혔다. 그는 "방금 드리스콜 미국 육군장관과 통화했다. 그의 상세하고 건설적인 접근 방식에 감사드린다.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따라, 우리는 장관이 이번주 키이우에 방문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만간 젤렌스키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지만, 오직 이 전쟁을 종식시키는 합의가 최종적으로 타결되거나 최종 단계에 접어들었을 때에만 가능하다"며 "우리 모두 가능한 한 빨리 평화가 이루어지기를 희망하자"라고 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