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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아파트 화재로 최소 55명 사망·279명 실종…"20개월 손녀·아내 저 안에" 가족들 발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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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아파트 화재로 최소 55명 사망·279명 실종…"20개월 손녀·아내 저 안에" 가족들 발동동

가연성 높은 대나무 비계 등 확산 원인 지목…당국 "스티로폼으로 엘리베이터 창 막히고 안전망도 기준 미달"

홍콩에서 보수 공사 중인 아파트 단지에 불이 나 27일(이하 현지시간) 오후 기준 최소 55명이 숨지고 수백 명이 실종됐다. 아파트 주민 3분의 1 이상이 고령층으로 화재가 빠르게 번진 가운데 대피에 어려움을 겪었을 것으로 추정돼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화재 원인은 조사 중이지만 빠른 확산 원인 중 하나로 홍콩 공사 현장에서 널리 사용되는 대나무 비계가 지목되기도 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HKFP>를 보면 전날 오후 2시51분께 홍콩 북부 타이포 구역 고층 아파트 단지 '웡푹코트(Wang Fuk Court)'에서 발생한 화재는 27일 오후 통제 상태로 접어 들었다. 소방당국은 오후 브리핑에서 불이 번진 7개 동 중 4개 동의 화재가 "대부분 진압"됐고 나머지 3개 동도 "통제 중"이라고 밝혔다.

확인된 사망자 수는 오전 발표된 44명에서 55명으로 늘었다.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 1명을 포함해 51명이 숨졌고 4명은 부상 끝에 병원에서 목숨을 잃었다. 68명이 병원에 입원 중이며 그 중 16명은 위독한 상황이고 25명은 중태다. 여전히 279명이 실종 중이다.

31층 아파트 8개 동으로 이뤄진 이 단지엔 1984세대가 입주해 4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1983년 입주를 시작한 이 아파트 단지는 지난해 7월부터 대대적 보수 공사 중이었다.

이번 화재는 41명이 숨진 1996년 갈레이 빌딩 화재 뒤 홍콩 최악의 화재 참사로 기록될 전망이다. 1996년 화재 땐 내부 수리 중이던 건물의 용접 작업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발화 원인이 아직 규명되지 않은 가운데 담뱃불이 문제였을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1년 이상 지속된 외벽 보수 공사 현장에서 주민들이 작업자들의 흡연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고 전했다. 웡푹코트 입주자 조합 회장을 맡은 적 있는 쾅푸이룬은 매체에 "작업자들이 흡연하는 걸 항상 봤다. 그들은 담배꽁초를 아무 데나 버렸다"며 이로 인한 화재 가능성을 우려했다.

빠른 확산의 배경으론 홍콩 공사 현장에서 널리 사용되는 대나무 비계가 지목됐다. 대나무는 금속보다 가볍고 저렴하지만 화재에 취약하다.

홍콩 정부는 지난 3월 가연성 등 안전 우려로 새 공공 건물 작업의 50%는 금속 비계를 사용해야 한다고 밝히며 대나무 비계 사용을 줄이기를 권고했지만 미 CNN 방송, 영국 일간 <가디언>을 보면 이는 대나무 비계를 문화 유산으로 보는 주민들과 대나무 비계 제작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노동자들의 반발을 샀다.

화재를 막기 위해 대나무 비계를 둘러싼 녹색 건설용 안전망에 방염제를 도포해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를 보면 홍콩공학회 소방분과 대변인 캐리 아우 가르호는 안전망 방염 코팅도 불이 강하면 결국 소모돼 대나무 비계에 불이 붙을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화재가 비계 아래쪽에서 시작돼 윗부분으로 번진 것으로 전해졌고 전날 강한 바람 탓에 불타는 잔해가 옆 건물로 날아가 화재가 확산됐다고 설명했다.

홍콩 폴리텍대 장리밍 교수는 영국 BBC 방송에 화재 발생 아파트가 오래돼 이중창이 아닌 "화염에 매우 쉽게 깨지는" 단일창이 사용돼 불길이 더 빠르게 번졌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홍콩 당국은 이번 화재 관련 수사에 착수해 건물 보수를 담당한 업체 간부 2명과 공학 컨설턴트 등 3명이 과실치사 혐의로 체포됐다. 초기 조사에서 당국은 각 층에서 발화성이 매우 높은 스티로폼으로 엘리베이터 창문이 막힌 것을 발견했고 이로 인해 화재가 건물 내부에서 더 빠르게 확산됐다고 봤다. 건물 외부의 안전망도 화재 안전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한다.

<로이터>를 보면 경찰은 "회사 책임자들의 중대한 부주의로 이번 사고가 발생하고 화재가 통제 불능으로 번져 많은 사상자를 낳았다고 믿을 만한 근거가 있다"고 밝혔다.

이 아파트 단지 주민 3분의 1이 고령자로 급속도로 번진 불에 빠르게 대피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어 우려를 키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2021년 정부 인구조사에 따르면 아파트 A~C동 주민 36.6%, D~E동 31.5%, F~H 동 40.6%가 65살 이상 고령자였다고 보도했다. 급격히 확산한 불길로 화재 경보는 26일 신고가 접수된 뒤 11분 만에 3단계, 다시 22분 만에 4단계로 격상됐고 26일 오후 6시22분께 최고 등급인 5단계로 상향된 상황이었다.

대피소로 피한 주민 900명은 실종된 가족을 찾으며 발을 동동 굴렀다. <AP> 통신은 대피소에서 하룻밤을 보낸 주민 로렌스 리가 "화재가 시작됐을 때 아내에게 전화로 탈출하라고 했지만, 아내가 나왔을 때 이미 복도며 계단이 연기로 꽉 차 있어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며 여전히 아내의 소식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전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대피소 밖에서 한 노인이 해당 아파트에 사는 아내와 20개월 된 손녀를 애타게 찾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모든 병원을 뒤졌지만 흔적이 없었다"며 "아기가 20시간을 먹지 못했을 걸 생각하면 가슴이 무너진다"고 토로했다.

BBC는 한 젊은 여성이 화재 현장을 미동도 없이 응시하며 해당 아파트에 사는 친구들의 생환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은 온라인에도 "70대 시어머니", "옥상: 33살 남성", "남아 1명, 여아 1명" 등 실종 신고가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BBC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몇몇 주민이 화재 발생 당시 경보음을 듣지 못했다는 인터뷰, 주민들이 공사 자재가 화재 안전 규정을 준수하는지 의문을 제기했다는 내용이 주목 받으며 홍콩의 분위기가 충격에서 분노로 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방송은 웡푹코트 아파트 소유자인 키코 마가 보수 기간 동안 일부 화재경보기가 꺼져 있었고 작업자 흡연으로 인한 화재 위험이 계속 제기돼 왔다며 "이는 막을 수 있었다. 사고가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26일(현지시간) 홍콩 타이포 구역 고층 아파트 단지 웡푹코트에서 불이 난 가운데 한 주민이 그의 아내가 아파트 안에 있다며 울부짖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7일(현지시간) 홍콩 타이포 구역 고층 아파트 단지 웡푹코트에서 검은 연기가 솟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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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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