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시공간적으로 '독해력'과 '문해력'이 문제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우리의 경우에 한정한다면 '한문력(漢文力)', 한자에 대한 이해력 부족이 한 몫을 한다.
11월 <청명 임창순 한문 강좌1 한자와 한문의 기초>가 출간됐다. 앞으로도 세 권이 더 나올 예정이다. 반갑고 고마웠다. 성태용 청명문화재단 이사장이 발간사를 썼다.
"'선생님은 한학자로 알려져 있으면서도 한글 전용론자였습니다. '짓밟는다'고 말하면 될 것을 왜 꼭 '유린한다'고 하나? '앞지른다'고 하면 될 것을 꼭 '추월한다'고 하고...'
'자네들이 열심히 해서 한문 중심으로 된 전통문화를 이 시대의 쉬운 우리말로 바꿔서 펼쳐 내야지!'하는 것이 선생님의 말씀이었지요. 그런 분이셨기에 우리 말을 우리말답게, 또 아름답게 표현하는 데 큰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한문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때로는 이런 방화벽이 필요하다.
한참 전에 고맙게 읽고 소개할 때를 놓친 책이 있다. 이승훈 교수의 <한자의 풍경>. 청명 선생의 강좌는 상당히 전통적이고, 한문, 나아가 한문법에 충실한 교재다. 천천히 따라가야 한다. 이 교수의 책은 제목 그대로 한자를 둘러싼 인문학적 변주다. 상당히 여유롭고 풍부하다.
잠시 질문을 던지자면 어디가 '한문'이고, 어디가 '한자'일까. 2000년 전 출간된 허신의 <설문해자(說文解字)>가 있다. 이 교수의 해설이다.
"<설문해자>라는 제목을 그대로 풀이하면 '文을 설명하고 字를 해설한다'는 의미이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文과 字는 일반적 의미와는 다른 특수한 의미로 사용되었다. 여기서 文은 창힐(蒼頡)이 처음 문자를 만들 당시의 기본 원리에 따른 글자를 말한다. 하나의 의미 요소에 의해서 만들어진 글자라서 독체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상형과 지사가 이에 해당한다. 字는 독립적인 독체자 文을 조합한 것으로 합체자라고도 한다. 형성과 회의가 이에 해당한다."
당연히 독체자가 먼저고 합체자가 나중이다. 그래서 文이 먼저고 字가 나중이다.
외할아버지께서는 마지막 서당 선생님이셨다. 초등학교 1학년 때와 4학년 겨울방학 때 두 번에 걸쳐 시골집에서 2km 떨어진 외갓집으로 매일 등하당 하며 한문 공부를 했다. <천자문>을 통째로 암기하고 쓰는 전통방식이었고, 나중에는 <명심보감>을 공부했다. 그렇게 해서 외할아버지의 마지막 제자가 되었다. 그 분의 정성과 은혜가 오늘날 한자와 한문에 대한 기초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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