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간 현장에서 뛰어다닌 언론인이 기록한 대한민국의 사각지대, 가려진 국민의 삶을 진지하게 담아낸 책이 나왔다.
함윤호 KBS 전주방송총국 아나운서부장이 KBS 라디오 간판 프로그램 중 하나인 '함 앵커가 간다'를 통해 만난 소외계층과의 인터뷰가 '국가가 보지 못한 국민들'이라는 책으로 3일 출간됐다. 출판사는 인물과사상사.
신간은 국내 17개 광역단체 중 하나인 '전북'이 중심에서 밀려나 있는 지역의 현실을 담아내기 위해 소제목으로 '17분의 1 작은 대한민국'이란 문구를 달았다.
전북은 지역소멸, 산업 붕괴, 환경 피해, 노동착취 등 다양한 위기가 압축적으로 드러나는 공간이지만 이 책이 기록하는 것은 특정 지역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지방이라는 거울을 통해 대한민국 전체의 구조적 문제를 비평하고 가장 약한 지점을 향해 국가가 어떤 방식으로 침묵해왔는지를 파헤친다.
총 309쪽에 달하는 신간은 △소수의 목소리 △삶의 현장 △지역의 위기와 현실 등 3장으로 나눠 각 파트마다 22개에서 32개 등 총 82개의 생생한 현장 목소리를 가감 없이 담아냈다.
장애인과 비정규직, 이주 노동자, 돌봄 노동자, 고령 빈곤층, 그리고 이름조차 분류되지 못하는 사람들은 정치와 행정·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은 우리 사회의 그늘이다.
가장 작은 이야기와 가장 낮은 목소리, 가장 눈에 띄지 않는 삶에 대한 기록을 통해 누군가의 마음에 작은 울림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는 저자의 작은 소망이다.
저자는 방송국 스튜디오가 아닌 무너진 공장과 침수된 마을, 고속버스터미널, 비정규직 파업 현장, 장애인 시설 등에서 사람들을 만났다.
누군가의 뉴스 한 꼭지로 소비되고 잊히던 삶을 사건 이후까지 찾아갔고 그들의 맨얼굴과 애환을 기록했다.
첫 장에서는 남원 부자 자살사건과 리싸이클링 노조 파업, 상용직 노동자들, 학교 돌봄전담사, 휴게소 노동자들 등 각 분야 소수자의 처절한 목소리를 현장에서 그대로 담아냈다.
둘째 장에서는 한빛원전 사고 이후와 GM 군산공장 떠나는 노동자들, 돼지농장 재가동을 반대하는 주민들부터 코로나19 의료 현장과 실업급여 현장, 수확 앞둔 벼 병해 확산 농촌 들녘까지 우리 사회의 굴곡진 각 분야 삶의 현장을 32개의 단편으로 그려냈다.
마지막 세 번째 장은 태양광이 삼킨 마을에서 동학농민혁명 유적지와 새만금 국제공항 찬반 논란, 전기도 수도도 없는 마을, 전통시장 청년몰의 쇠퇴, 문 닫는 막걸리 골목까지 인구 감소와 고령화의 급진전으로 쇠락해가는 비수도권 지역의 위기 현실을 실감나게 접근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신간은 또 '길바닥 신부 문규현'과 '생명평화의 길을 걷다, 도법 스님', '강준만 교수에게 묻는 지역의 미래' 등 시대의 지도자들에게 지방이 생존할 수 있는 길을 묻고 독자에게 지방이 가야 할 방향과 희망을 사유하도록 유도한다.
저자는 "국가는 언제나 국민을 말하지만 국가가 보지 못하는 국민이 많다"며 "국가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존재가 가려지고 지워진 사람들, 국가가 유야무야 외면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저자는 "이 책은 거대한 담론이 아닌 오히려 가장 작은 이야기, 가장 낮은 목소리, 가장 눈에 띄지 않는 삶에 대한 기록"이라며 "한 권의 책이 누군가의 마음에 작은 울림이 되어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가 결코 사라지지 않도록 기억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저자는 성균관대에서 정치와 국문학을 공부했으며 천상병 시인을 주제로 석사학위를, 원광대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KBS전주방송총국 아나운서 부장으로 맹활약 중이며 '패트롤전북'과 '터놓고 말합시다', '더 특별한 전북 톡톡톡' 등 인기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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