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사이클론이 몰고 온 폭우로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태국 등에서 홍수 및 산사태가 심화돼 관련 사망자 수가 1000명을 넘어섰다.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인도네시아의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은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온난화로 인해 따뜻해진 바다가 사이클론을 강화하고 기후변화로 한 해 동안 올 사이클론 수에 대한 예측이 불가능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AP> 통신, 인도네시아 국가재난관리청(BNPB)에 따르면 사이클론 세냐르가 몰고 온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홍수 및 산사태로 인한 사망자 수가 1일(이하 현지시간) 502명으로 늘고 실종자도 508명에 달했다. 섬 북부 및 서부에 위치한 아체주, 북수마트라주, 서수마트라주에 피해가 집중됐다. 29만70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가옥 약 3000채가 파괴됐다. 수색이 진행됨에 따라 사망자가 추가로 발견될 가능성이 있다.
서수마트라 파당 지역 주민 아프리안티(41)는 <로이터> 통신에 "물이 집 안으로 차 올랐고 우린 무서워서 도망쳤다. 금요일(28일)에 돌아와 보니 집은 파괴돼 온데간데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집도 가게도 사라졌고 아무 것도 안 남았다. 남은 건 벽 하나"라며 아홉 가족이 남은 벽 옆에 텐트를 치고 살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피해 지역을 방문한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취재진에 "우린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지방 정부는 환경 보호 및 향후 기후 변화로 인해 발생한 극단적 기상 조건 대비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구호품이 절실한 상황에서 약탈이 발생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AP>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경찰은 지난달 29일 저녁 상점 침입 신고를 받았고 질서 회복을 위해 경찰이 배치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약탈은 물자 지원이 도달하기 전에 발생했다"며 해당 사건은 구호품이 올 것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주민들이 "굶주릴까 두려워 해"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30일 인도네시아 내각 장관 테디 인드라 위자야는 자카르타로부터 헬기 11대가 파견돼 피해 지역, 특히 육로 접근이 끊긴 지역에 물자를 수송 중이지만 "예측할 수 없는 날씨 탓에 구호 작전이 자주 방해 받는 중"이라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안타라> 통신에 따르면 30일 줄키플리 하산 인도네시아 식량조정부 장관은 재해 지역에 물자 및 생필품을 필요량의 2배로 공급하라고 지시했다. 쌀, 조리용 기름, 설탕 등을 1000kg 요구한 지역엔 넉넉히 2000kg을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구호품 부족이 대중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며 조기에 풍부한 지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스리랑카서도 355명 사망·100만 명 피해…태국서 170명 사망
스리랑카에서도 사이클론 디트와로 인한 홍수 피해가 심화되며 3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은 1일 스리랑카 재난관리센터(DMC)에 따르면 홍수로 인해 스리랑카 전역에서 최소 355명이 목숨을 잃었고 366명이 실종 상태라고 보도했다. 수도 콜롬보 저지대도 침수됐다. 전날 재난관리센터는 "사이클론은 지나갔지만 상류에 내린 폭우로 홍수가 발생해 현재 켈라니강 유역 저지대가 침수 중"이라고 설명했다. 센터는 향후 며칠간 추가로 많은 비가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유엔(UN)에 따르면 지난달 30일까지 스리랑카 전역 25곳 지역에서 홍수로 거의 100만 명이 피해를 입었다. 18만 명이 정부 지원 쉼터에 피난 중이고 가옥 1만5000채가 파괴됐다.
이에 더해 전선 붕괴와 정수 시설 침수로 스리랑카 전역 약 3분의 1에 전기와 수도가 들어오지 않고 있다.
스리랑카 중부의 한 주민은 영국 BBC 방송에 마을의 집 15채가 진흙과 바위에 묻혔고 주민 중 아무도 살아남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스리랑카 중동부에서 보도한 알자지라 기자는 "어떤 마을은 진흙에 완전히 파묻혔다. 연락도 두절됐다"며 폭우로 새로 심은 벼도 침수됐다고 덧붙였다.
사이클론 세냐르로 인한 폭우로 태국 남부에서도 지난달 30일까지 170명이 목숨을 잃었다. 태국 보건부 집계에 따르면 사망자 대다수(131명)가 송클라주에 집중됐다.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지역인 송클라 핫야이엔 지난달 21일 하루 335mm의 비가 쏟아져 일일 기준 300년 만에 가장 많은 비가 내리기도 했다.
전문가 "'이례적' 적도 인근 생성 사이클론, 태풍과 상호작용으로 피해 커져…기후변화, 사이클론 강도 키운다"
지난달 말 사이클론 세냐르, 사이클론 디트와가 이 지역을 할퀴고 필리핀 인근에서 발생한 태풍 고토까지 영향을 미치며 홍수가 심화됐다.
스티브 터튼 호주 센트럴퀸즐랜드대(CQU) 환경지리학 교수는 1일 호주 학술전문매체 <컨버세이션>에 "일반적으로 사이클론은 적도 바로 근처에선 형성되지 않는데 세냐르는 말라카해협 적도 바로 북쪽에서 생성됐다"며 세냐르가 사이클론에 익숙하지 않은 인도네시아 등지를 지나며 인명 피해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필리핀 인근에서 형성돼 베트남 쪽으로 서진한 태풍 고토와 세냐르의 이례적 상호작용 탓에 강수량이 더 많아졌다.
터튼 교수는 기후변화가 이번 열대성 폭풍들을 강화했다고 단언할 순 없지만,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온실가스 증가는 지구의 대기 및 바다 온난화 속도를 가속화하고 사이클론은 따뜻한 바다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얻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후변화로 사이클론 발생 빈도는 줄어들 수 있지만 강도는 더 세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기후변화로 이러한 재해에 대한 예측 불가능성이 커지는 것도 문제다. 터튼 교수는 기상학자들이 과거 데이터를 분석해 한 해 동안 올 사이클론 수를 비교적 정확히 예측해 왔지만 기후가 너무 빠르게 변화해 이제 불가능하다며 우리가 이제 "미지의 영역"으로 접어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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