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9월 11일 오전, 백악관 상황실에도 긴급대피명령이 떨어졌다. 당시 상황실 선임 당직 요원의 회고.
"전파했지요. '여러분 우리에게 대피명령이 떨어졌습니다.' 순간 상황실에 2, 3초간 정적이 흘렀어요. 사람들은 서로를 쳐다보다가 저를 바라보더군요. 그리고는 아무일 없다는 듯 자기 할 일로 돌아갔습니다."
그러자 이번엔 선임 국장이 상황실로 뛰어 들어와 대피를 다그쳤다. 결국에는 상황실 안에 남은 스무 명 남짓 되는 사람들 중 아무도 꿈쩍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국장은 방침을 바꿨다.
"좋아요. 그렇다면 여러분의 이름과 사회보장번호를 남기도록 합시다. 후에 시신 확인은 할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다시 선임 당직요원의 회고다.
"그렇게 대단하고 극적인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아주 절제된 분위기였습니다."
메모는 CIA와 에어포스원을 포함한 여러 감시 팀에 보안 팩스로 전송됐다. 메모는 백악관이 공격당할 시 상황실에서 사망할 사람의 정보였고, 후에 '사망자 명단dead list'으로 잘못 알려지게 된다.
1961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상황실(2000년대 들어서 언제부턴가 상황실을 WHSR이라고 쓰고 '위저'라고 부른다)을 만들었다. 상황실은 창설된 이래 60년 동안 미국의 재난 상황에서 위기대응본부였다. 더그 루트 전 나토대사는 "이 곳은 장소Place이기도 하지만 사람People과 과정Process의 집합체이기도 합니다. 바로 3P라고 부를 수 있는 곳으로 이것들은 서로 융합되어야 합니다."라고 했다. 2021년 1월 6일 미의회의사당 습격 당시 백악관 상황실에서 근무했던 마이크 스티글러의 표현이 참으로 미국헌법적이다.
"상황실 직원들은 백악관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위해 일하지만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아니라 대통령'직'을 위해 일합니다."
상황실을 사용한 12개의 행정부를 거치면서 이 공간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법에 대한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첫째, 상황실에서는 무엇보다 최고 수준의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둘째, 대통령을 불편하게 만들지라도 어떤 문제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고려하고 열린 마음으로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상황실에서는 올바른 역사인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열 두명의 대통령, 재임 중에 있었던 대표적 사건이 줄기다. 조지 스테퍼노펄러스는 명료한 역사의식, 헌법적 가치관으로 상황실을 들여다본다. 미국이라서 가능한 책이다. 청와대와 용산의 상황실에 비교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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