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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우 전쟁 러시아 아닌 유럽 탓하는 트럼프…한국 살아남을 방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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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우 전쟁 러시아 아닌 유럽 탓하는 트럼프…한국 살아남을 방법은

[현안진단] 무너지는 대서양 관계와 전략적 자율성의 시대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개전 초부터 진행되었던 휴전이나 종전을 위한 몇 차례의 협상은 모두 성과 없이 끝났다.

2025년 12월 현재,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한 28개 항에 달하는 우크라이나 평화 계획에 따라 미국 주도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종전 협상은 여전히 미국과 우크라이나 그리고 러시아 간에 핑퐁 게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으며, 협상 결과에 대한 기대와 희망, 교착과 난관이 계속 엇갈리고 있다. 현재로서는 협상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영토와 안전보장: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의 두 가지 핵심 쟁점

현재 미국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의 핵심은 영토 포기 문제와 전후 우크라이나 안전보장 문제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안한 영토 쟁점의 핵심 내용은, 크림반도와 돈바스 지역(루한스크와 도네츠크)을 사실상 러시아 영토로 인정하고, 헤르손과 자포리자 지역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차지하고 있는 현재의 전선을 동결하여 각자의 영토로 인정하자는 것이다.

또한 전후 우크라이나 안전보장과 관련해서 미국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유럽 간에 포괄적 불가침 협정을 체결하여 우크라이나가 신뢰할 수 있는 안전보장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러시아에 유리한 것으로 평가되는 미국의 협상 제안에 대해, 우크라이나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거부감을 보였다. 먼저, 최근 영국, 프랑스, 독일 정상과 회동한 후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법과 국제법, 그리고 도덕에 따라 어떤 것도 내줄 권한이 없다"며, 우크라이나는 평화를 얻기 위해 영토를 포기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젤렌스키는 평화를 위해 영토를 포기하라는 미국의 압박성 제안을 거부하면서 새로운 대안을 미국에 제안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전후 안전보장과 관련해서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미국과 유럽이 우크라이나에 강력한 안전보장을 제공한다는 데 합의했다. 이번 합의안은 북대서양조약 제5조에 규정된 집단방위와 유사한 성격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되지 않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를 수용하여 이전보다는 진전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을 둘러싸고 협상 중재자 미국과 전쟁 당사자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종전의 핵심 쟁점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과 견해를 보이고 있어 협상 결과는 여전히 미지수다.

종전 협상과는 별도로 1400일 이상 지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유럽의 안보 지형에 미친 영향은 생각 이상으로 크다. 무엇보다 전쟁이 일상화되고 향후 러시아가 동유럽 국가들을 대상으로 전쟁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는 유럽 국가들의 우려와 두려움은, 유럽에서 징병제 부활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유럽에서 논의되고 있는 징병제 부활 문제는, 외형적으로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지속과 유럽에 대한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에 대한 우려에서 촉발되었다. 하지만 보다 심층적으로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근본적 변화 양상을 보이는 미국의 유럽 안보 정책과 이에 따른 유럽의 대응책으로부터 나온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 강화 등이 맞물려 작용하고 있다. 요컨대, 유럽 각국에서 논의되고 있는 징병제 부활은 냉전 유물의 부활이라는 일부 평가와 더불어, 상당 기간 유럽의 자강을 위한 뜨거운 쟁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 징병제 논의와 구조적으로 맞물려 있는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과 자강 노력은 12월 4일 발표된 미국의 국가안보전략(NSS:National Security Strategy)으로 더욱더 중요해졌다. 이번에 공개된 미국의 국가안보전략은 유럽에 엄청난 충격을 가하면서 76년 이상 강하게 유지되어 온 유럽과 미국의 대서양 관계와 나토라는 대서양 동맹을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다.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유럽 안보, 러시아가 아닌 나토의 유럽 동맹국이 문제

비개입주의와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한 이번 미국의 국가안보전략은 크게 ①서반구 전략 ②대중(對中) 정책 ③유럽 전략 ④중동 전략 ⑤아프리카 전략을 담고 있으며, 평화 구축자로서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 협상 노력을 자화자찬하고 있다.

유럽 전략 부분과 관련해서 이번 문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입장과 함께 유럽을 바라보는 미국의 엄청난 비판적 인식과 생각을 여과 없이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먼저, 트럼프 행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 해결이 미국의 핵심 관심사이지만, 러시아가 아닌 나토의 유럽 동맹국을 강하게 질책하였다.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러시아에 대해 어떤 비판도 하지 않았으며, 더욱이 러시아를 미국의 적대국으로 규정하지도 않았다.

참고로 지난 2022년 6월 마드리드 나토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과 유럽 동맹국은 러시아를 대서양 동맹의 심대하고 직접적인 안보 위협자로 규정해 왔다. 그러나 이번 문서를 통해 미국은, 유럽인들은 우크라이나에서 진정한 평화 노력이 부족하고 비현실적인 기대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가운데, 미국과 러시아 간 강대국 관계를 우선시하며, 새로운 START 합의를 암시하는 핵무기의 전략적 안정과 러시아와의 긴장 고조 관리를 강조하였다.

비록 미국은 이번 문서를 통해 우크라이나를 실질적인 국가로 생존시켰고 우크라이나 재건을 약속했지만,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는 구체적인 방법은 제시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 문서에서 우크라이나가 그토록 염원하고 있는 나토 가입 문제에 대해, 미국은 향후 나토의 문호개방정책(확대 정책)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개진했다.

더 놀랍고 충격적인 건 트럼프 행정부가 문명적 접근으로 유럽을 인식하고 유럽의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유럽이 민족주의적이면서도 보수적 가치로 이해되는 서구적 가치의 무시와 이민과 급감하는 출산율로 인해 국가 정체성을 상실할 것이며, 결과적으로 경제가 침체되고 군사적으로 약화할 것이며, 따라서 유럽은 문명적 소멸에 직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인식과 접근은 2025년 2월 제61차 뮌헨 안보 회의(MSC)에서 유럽이 정치적 반대 세력을 억압하고 있다고 비난한 JD 밴스 미국 부통령의 연설 내용을 확대 재생산한 것이다.

참고로, 2025년 2월 14일 MSC 연설에서 JD 밴스 부통령은 "내가 유럽에 대해 가장 걱정하는 위협은 러시아나 중국, 그 어떤 외부 행위자가 아니라 유럽의 가장 근본적인 가치, 미국과 공유하는 가치에서 후퇴하는 것"이라고 유럽의 민주주의를 비판하면서,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을 배척하는 독일 정치권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서 극우 정당들의 지지와 저항을 육성하라는 미국의 촉구로 향후 유럽과 미국의 대서양 관계는, 적어도 미국의 관점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민족주의적이며 보수적인 가치를 유럽 국가들이 어느 정도로 받아들이고 따를 것이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전통적으로 자유주의적 가치에 기반한 대서양 동맹이 끝날 수도 있다는 점이며, 나아가 극우적인 비자유주의자들이 옹호하는 방향으로 대서양 동맹이 재구축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제 유럽과 미국의 관계는, 서로 다른 세계관을 가진 화성인 미국과 금성인 유럽의 관계를 넘어, 완전히 새로운 관계를 새롭게 만들어야 하는 역사적 단계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번 문서는 주기적으로 드러난 유럽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과 생각(트럼프 대통령은 첫 번째 재임 시기에 유럽연합을 미국의 가장 큰 적 중 하나, 두 번째 임기 초반에는 유럽연합의 임무는 미국을 망치게 하는 것이라고 언급)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

유럽은 이제 스스로가 유럽의 안보를 지켜야 한다는 엄연한 현실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번 문서를 계기로 유럽은 단순히 우크라이나 종전 문제를 넘어 보다 현실적인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 문제, 그리고 나토라는 대서양 동맹의 미래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유럽과 미국의 대서양 관계를 새롭게 바라봐야만 하는 역사적 분수령을 맞이하게 되었다.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 강화와 동맹 협력 문제

이번에 공표된 미국의 국가안보전략은 나토의 유럽 동맹국 못지않게 인도 태평양의 미국 동맹국들에도 적잖은 안보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인도 태평양 지역의 안보와 관련해서 이번 문서는 지정학 차원의 강대국 경쟁보다는 강대국 간 경제 관계를 중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미국은, 중국이 미국과 동맹국 및 미국의 파트너에 가하는 체제 도전의 범위와 규모를 설명하기보다는, 미국의 대중(對中) 정책의 새로운 최우선 목표가 중국과 상호 이익이 되는 경제 관계임을 강조했다.

더 나아가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양국 간 경제 관계 재균형의 필요성이 중국의 전략적 의도보다 우선시된다는 점이다. 특히 이번 문서에서는, 중국이 추구하는 글로벌 비전이 미국의 이익과 양립 불가능하지 않다고 밝혀, 바이든 행정부 당시 글로벌 질서에 대한 체제 도전자로 규정한 중국에 대한 인식에서 상당히 완화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바이든 행정부에서 그토록 강조했던 미국의 인도 태평양 전략과 가치 외교는 이제 그 의미를 상실하게 되었다. 따라서 향후 미국과 중국의 강대국 정치는 지정학적 관점보다는 경제적 관점에서 정의되고 강대국 공존과 협력 부분이 강조될 가능성이 크다.

인도 태평양 전략 부분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중국의 대만 침략 억제와 관련된 내용이다. 이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점은, 남중국해와 대만 문제 등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장에 대해서, 미국은 동맹국의 안전보장이 아니라 이 지역의 동맹국들이 미국을 도와줘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관점에서 인도 태평양 지역의 동맹국들은, 미국이 중국과의 경제 경쟁에서 승리하고 중국과의 갈등을 억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음을 강조하면서, 향후 동맹의 역할 분담과 부담 전가를 예고하고 있다. 이제 동맹의 집단방위 의무도 유사시 자동 발동이 아닌 선택적 동맹 의무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함에 따라 동맹의 효용성도 과거보다 훨씬 떨어지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인식과 정책 구상을 고려했을 경우, 우리는 전략적 자율성을 적극적으로 추구할 필요성과 더불어 한·미동맹 협력을 강화해야 하는 전략적 난제를 부여받게 되었다. 이러한 난제를 현명하고 현실적으로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유럽이 보여 왔던 전략적 자율성의 길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 첫 출발은 국내에서 전략적 자율성을 둘러싼 다양한 생각과 모습들에 대한 건강하고 활발한 정책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다. 다가오는 2026년이 한반도 상황에 부합하는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에 관한 실질적인 토론의 해가 되기를 기대한다. 다양한 생각을 가진 열린 토론과 이를 통한 집단 지성의 축적은 분명 한국의 안보와 평화를 성장시키는 튼튼한 토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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