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로 27살 아들을 잃은 어머니와 34살 동생을 잃은 누나가 쿠팡 청문회장에 섰다. 이들은 쿠팡의 산재 은폐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산재사망에 대한 사과와 보상을 눈물로 호소했다. 그 앞에서 쿠팡 경영진은 "죄송하다"면서도 산재 은폐 의혹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했고, 보상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 중이라고 선을 그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정무위 등 국회 6개 상임위원회는 30일 쿠팡 연석청문회를 열었다. 청문회에는 쿠팡 칠곡물류센터에서 일하다 27살 나이로 과로사한 고(故) 장덕준 씨의 어머니 박미숙 씨와 아버지 발인 이틀만에 새벽배송을 하던 중 교통사고로 숨진 당시 34살 고 오승용 씨의 누나 오혜리 씨가 방청인으로 참석해 발언 기회를 얻었다.
유족 발언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은 쿠팡의 산재 은폐 의혹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그는 먼저 해럴드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가 장 씨 산재사망과 관련 '이 업무가 얼마나 수월한지에 관한 주요 사항을 명시하는 게 좋지 않겠냐', '신체적 부담을 주는 업무가 아니란 걸 더 강조해야 한다' 등 내용이 담긴 업무메일을 보냈다는 보도를 인용하며 "무슨 의도로 한 말이냐"고 물었다.
로저스 대표는 "이 문서들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며 "이 문서를 과거에 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그는 "이 문서의 진위 여부를 확인했나"라고 이 의원에게 외려 되묻기도 했으나, 해당 메일이 가짜라는 주장을 직접적으로 펴지는 않았다.
"지난 17일 청문회에서 장덕준 님 산재사망에 대해 모른다고 답변했는데 정말 모르나"라는 질문에도 로저스 대표는 "(지난 청문회 당시) 한국어로 된 뉴스 기사를 제시받았다"며 "한국어로 돼 있기 때문에 제가 읽을 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국회 청문회장에서 로저스 대표가 장 씨 산재사망을 알면서도 모른다고 했다면 위증죄가 적용된다.
이 의원은 로저스 대표가 메일에서 사망한 장 씨의 노동강도와 관련 '5만 보는 말이 안 된다'고 주장하고, 쿠팡이 노동자들에게 만보기를 채워 측정한 걸음 수 2만 보에 대해서도 '여전히 높은 수치'라고 했다는 보도도 언급했다.
이어 해당 메일을 받은 이 중 한 명인 박대준 전 쿠팡 대표이사에게 장 씨 사망이 산재라는 "유족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노동자들에게 만보기를 채우는 조치를 했나"라고 물었다. 박 전 대표는 "어떤 맥락인지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난다"고 답을 피했다.
이 의원은 두 쿠팡 임원에게 장 씨 죽음에 대해 사과하라고 했다. 로저스 대표는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박 전 대표는 "다시 한 번 죄송하다"고 말했다.
질의 직후 발언대에 오른 박미숙 씨의 얼굴은 이미 눈물로 젖어 있었다. 마이크를 잡기 전 그는 먼저 "정말 죄송하다"고 고개 숙여 양해를 구하더니 "이 개자식들아"라고 쿠팡 임원들을 꾸짖었다.
박 씨는 "덕준이 죽음의 진실을 밝히려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며 전국을 돌며 거리를 헤매던 그 모든 순간들이 김범석의 한 마디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에 분노가 치밀고 잠을 잘 수가 없다"고 했다. 아들의 사망과 관련 김범석 쿠팡 inc 의장이 '그가 열심히 일한 흔적이 남지 않게 하라'는 문자를 자사 임원에게 보낸 일을 언급한 것이다.
전날 김 의장이 낸 개인정보 유출 관련 사과문에 대해서도 박 씨는 "그 속에 덕준이에게 저지른 산재 은폐 지시에 대한 사과도, 지금까지 쿠팡을 위해 뛰어다니다 쓰러져 간 수많은 노동자에 대한 사과 한 마디도 없음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질타했다.
그는 "다시는 저희와 같이 가족을 잃고 지옥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이 참혹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한다"며 "제발 좀 김범석을 잡아주시라. 제발 부탁드린다"고 의원들에게 호소했다.
뒤이어 발언한 오혜리 씨 역시 눈물 섞인 목소리로 "동생에게는 두 아이가 있고 와이프가 있는데, 첫째는 지적 중증장애를 갖고 있고 승용이 죽음으로 지금 생계가 막혔다"며 각각 8살, 6살인 아이들이 "아빠가 죽은 지도 모르고 우주에서 열심히 돈 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산재를 인정하라"며 "아이들의 미래, 엄마의 미래"를 위해 동생의 죽음에 대한 보상안을 마련해달라고 수 차례 요청했다.
로저스 대표는 "정말로 죄송하다"면서도, 보상 요구에는 "현재 논의하고 있다"는 답만 반복했다. 발언대에서 내려가며 오 씨는 "아이들이 아빠를 계속 찾는다"며 다시 한 번 울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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