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차에 매달려 끌려가다 대리기사가 숨졌는데 산안법 대상 아니라는 노동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차에 매달려 끌려가다 대리기사가 숨졌는데 산안법 대상 아니라는 노동부

산안법 77조에는 '특고노동자 안전조치 의무' 명시…노조 "사건 조사는 했나"

대리운전기사가 만취 승객에 의해 차에 매달린 채 1.5킬로미터 가량 끌려가다 사망한 일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검토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리운전노조는 산안법에 대리기사 등 특수고용노동자에게 고객의 폭언 등에 대한 대응지침을 제공하게 한 의무 규정이 있는데도 노동부가 이에 어긋난 판단을 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특고노동자에게 산안법 일부 조항만 적용하고 그마저도 전속성 요건을 따지는 현행 법 체계를 고쳐 특고노동자에게도 산안법을 전면 적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은 12일 고용노동부 청주고용노동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객에 의해 대리기사가 차에 매달린 채 끌려가다 사망한 사건에 대한 진보당 정혜경 의원실의 노동부 질의회신 자료를 공개했다.

이를 보면 노동부는 "산안법 또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검토 대상인지" 묻는 질의에 "해당 사고는 승객의 음주 및 폭행 등에 의해 발생한 사건으로 재해원인이 사업주의 산안법 위반, 경영책임자 등의 중대법 위반에 기인하지 아니한 사건으로 판단"된다고 답했다.

정혜경 의원실은 "사건 처리 과정에서 사업주에 요구한 협조 요청 내역과 이에 대한 사업주 회신 내용"도 물었는데, 노동부는 이에 답하지 않았다.

중대재해법은 5인 이상 사업장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게 적용되기 때문에 현행법상 이번 사건이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이 아닌 것은 맞다.

그러나 산안법 77조는 주로 하나의 사업에 노무를 상시 제공하는 것을 뜻하는 전속성 요건을 갖춘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해 사업주가 산재 예방에 필요한 안전·보건조치를 해야 한다고 적고 있다. 산안법에 관한 규칙 제672조를 보면, 여기에는 "고객의 폭언 등에 대한 대처방법 등이 포함된 대응지침의 제공"이 포함된다.

따라서 노동부는 이번 사건에 대해 피해 대리기사가 전속성 요건을 충족했는지 따진 뒤 충족한다면, 사업주가 대응지침 제공 등 적절한 안전·보건조치를 취했는지 조사해 처벌 여부를 정할 수 있다. 그런데 전속성 요건 등 기초적인 조사 내역도 밝히지 않고 산안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밝힌 것이다.

직장갑질119에서 활동하는 장종수 노무사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대리기사 사망 사건에 대한 노동부 판단에 대해 "산안법 77조상 전속성 요건을 충족하고 예방 조치가 없었다면 사업주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사안으로 보인다"며 "음주 및 폭행으로 발생한 사건이라 산안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데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노조도 "노동부 답변은 재해원인이 승객의 음주 및 폭행이니 사업주의 법 위반 여부는 묻지도 따지지도 말라는 것과 다름 없다"며 "과연 사업주의 대응지침 제공 여부나 해당 기사의 전속성 여부를 확인했는지조차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나아가 노조는 애초 대리기사 등 특수고용노동자의 산안법 적용을 가로막는 각종 제도에 대한 개선을 촉구했다. 노조는 대리기사가 "주취고객의 폭력에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반복해 일어나고" 있는데도 "산안법은 일부만 적용되고 그마저 전속성 기준에 가로막힌다"며 특고노동자에 대해서도 "산안법을 전면 적용하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또 정부·여당이 일하는사람기본법이라는 별도 법안을 통해 특고노동자 등을 보호하겠다고 밝히고 있는 데 대해 해당 법에는 안전 등과 관련 "사업주의 의무를 강제할 수 있는" 방안이 담겨있지 않다며 "일하는사람기본법이 아닌 차별 없는 노동자 권리보장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14일 새벽 대전의 한 도로에서 만취한 30대 운전자 A 씨가 60대 대리기사 B씨를 운전석 밖으로 밀어낸 뒤 연석에 부딪칠 때까지 1.5킬로미터 가량 직접 차를 몰고 간 일이 있었다. 그동안 B씨는 안전벨트에 묶여 열린 문 밖으로 상체가 노출된 채 마주 오던 차와 부딪치며 머리 등을 크게 다쳤고 결국 숨졌다.

해당 차량 블랙박스에는 A 씨가 폭행과 욕설을 퍼붓는데도 "잘할게요"라고 말하는 B 씨의 마지막 모습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 씨를 살인 혐의로 구속해 검찰에 넘겼다.

▲ 지난해 11월 14일 새벽 대전 유성의 한 도로에 문이 열린 채 멈춰선 차량의 모습을 담은 CCTV 영상. 해당 차량에는 만취 승객에 의해 1.5km를 매달린 채 끌려가다 사망한 대리기사가 타고 있었다. 문화방송(MBC) 유튜브 캡처.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