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검찰개혁 과정에서 시민들이 경험한 그 피와 눈물. 2019년부터만 헤아려도 7년의 세월이다. 마침내 한국 현대사를 분탕질 치고 일그러뜨린 한국 검찰이 공소청으로 이름을 바꾼다.
1월 12일, 정부가 입법예고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가장 첨예한 쟁점 중 하나인 <검찰의 보완수사권>에 대해서는 여전히 결론 유보의 상태다.
공소청으로 바꾼 이름 자체가 의미하듯 이번 개혁의 핵심은 '구조악의 근원'으로 불렸던 검찰의 수사권을 없애고, 법률 선진국의 예를 따라 검찰 역할을 <기소권 행사 및 공소 유지>라는 본연의 기능에 정착시키는 과업이다.
2.
이번의 정부 입법예고에 드러난 심각한 문제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현행 검사들이 '수사사법관'으로 이름만 바꿔 옮겨갈 걸로 예상되고, 외려 수사권한은 극단적으로 비대화된 중수청의 (수사사법관이 지휘권 행사하고 휘하 수사관이 지시를 받는) 조직 구조 문제는 전형적인 눈 가리고 아웅이다.
공소청 수장 이름을 여전히 '검찰총장'이라 부르고 휘하 검사 조직을 지금과 유사한 3가지 위계로 구성하겠다는 것도 황당한 발상이다. 만에 하나 다음 정권이 보수세력에 의해 탈환되었을 때 (중수청 기능과 공소청 기능을 합쳐) 현재의 검찰 조직 그대로 즉각 부활을 목표하는 계획이 아니고서야 납득이 안 가는 발표다.
세계에서 가장 비대하고 통제불능 지경이었던 한국 검찰의 권력을 더욱 정교하게 확장하는 개악 중의 개악이란 비판이 터져나오는 것이 그 같은 이유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향후 국회 의결 과정에서 기존 입법예고안을 완전히 뿌리뽑는 방식으로 해결되어야 하고 해결될 것이라 믿는다.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여전히 미완의 상태로 남겨놓은 검찰의 보완수사권 여부다.
3.
거듭해서 강조한다. 신설 공소청에 (결국에는 시스템적으로 경찰을 지시, 통제하게 될) 보완수사권을 부여하는 것은 단순히 사법 기구 간 견제와 균형의 기능적 차원을 넘어서는 심각한 개혁 후퇴라는 사실이다.
지난 수십년 간 나라의 뼈대를 뒤틀어 온 사법부와 검찰의 결탁 공존. 이른바 전관예우 시스템의 근원에 검찰의 기소편의주의와 그 같은 권력행사의 바탕이 된 검찰 수사권이 가로놓여있었기 때문이다. 독액이 축적되듯 왜곡된 이 구조적 악행이 마침내 윤석열을 탄생시켰고 내란의 지옥도를 이끌어낸 으뜸 원인이 되었음을 누가 부정할 것인가.
4.
최근 들어 봉욱 대통령실 민정수석과 정성호 법무장관 이름이 온오프 라인 소식에 빈번히 오르내린다. 총리실 주도의 검찰개혁 제도 완결 과정에서, 둘의 이름을 중심으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하는 쪽으로 힘이 모아지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재명 정부가 (검찰 출신인) 오광수 초대 민정수석에 뒤이어 대검 차장 지낸 봉욱을 민정수석에 임명할 때부터 많은 이들이 현재의 사태 진행을 우려했다. 그렇게 검찰에 당했으면서도 막상 권력을 잡고 나서 보니 '잘 드는 칼'을 버리기 싫었을 거라는 비판이 지배적이었다.
경고한다. 만에 하나 최악의 우려대로 <보완수사권>을 (구) 검찰에 남기는 형태로 이른바 검찰개혁이 종료된다면 이재명 정부는 국민의 거대한 분노와 저항을 맞닥뜨릴 것이다. 개개인들의 절박한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면서, 헤아리기조차 힘든 온갖 투쟁 국면을 돌파하며 시민의 희생과 헌신으로 여기까지 밀고 온 검찰개혁이다.
<당신>들이 한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5.
이름만 바꾼 옛 검찰에 다시 (어떤 형태로든) '수사권'을 부여하는 것은, 이재명을 뽑은 개혁시민들에 대한 명백한 배신행위라고 생각한다.
2019년 가을, 5천 명 가까운 국내외 교수연구자들이 "지금 중요한 것은 검찰개혁이다!"라는 제목의 시국선언을 통해 당시 윤석열 검찰의 노골적 정치 관여와 위헌적 과잉수사에 분노하며 저항의 봉화불을 처음 올렸다. 이후 시민세력, 개혁정당, 노동자, 농민, 지식인들이 함께 어깨 붙안고 걸어온 검찰개혁 운동의 구절양장을 모두가 안다.
그러한 우리가 이 같은 반동의 작태를 보려고 역사의 매 변곡점마다 목이 쉬도록 헌법 제1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를 부르짖었던 것이 아님을 기억하라.
우리 사회 곳곳에 첩첩이 쌓인 '법률신성가족'들이 아무리 열렬히 박수를 쳐도, 나는 옛 검사들에게 도로 수사권을 부여하는 것에 반대한다. 이 같은 생각을 하는 수백만의 시민들이 지금 분노하고 있다.
그를 뽑은 사람들이 누구이고 어떤 열망을 등에 안고 그가 대통령이 되었는지를 망각하기 시작할 때, 개혁 정부의 몰락은 시작된다. 이것이 전전임 문재인 정부의 생생한 교훈인데, 출범 반 년이 갓 지난 새 정부가 벌써 그것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이재명 대통령의 현명한 선택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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