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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양도 이 정도면"…읍면 연초방문 완주군수 향한 '낯뜨거운 삼행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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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양도 이 정도면"…읍면 연초방문 완주군수 향한 '낯뜨거운 삼행시'

주민들 대거 참석한 공식 행사에 단체장 찬양 퍼포먼스 논란…"공무원행사면 몰라도, 이건 선 넘었다"

▲ 15일 완주군 고산면 주민자치센터에서 열린 연초방문 행사에서 무대 배경에 ‘유·희·태’ 군수 이름을 활용한 대형 삼행시 현수막이 설치돼 있다. ⓒ독자제공

기초단체장의 읍·면 연초 방문에서 단체장을 과도하게 치켜세우고 떠받드는 등 공직사회의 과잉 충성이 지역사회의 눈총을 받고 있다.

17일 전북 완주군에 따르면 유희태 완주군수는 2026년 군정 운영 방향을 공유하고 지역 현안을 청취하기 위해 이달 7일 삼례읍과 이서면을 시작으로 전날인 16일까지 13개 읍·면 연초 방문 일정을 마무리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연초 방문 행사장의 백 드롭 대형 현수막에 ‘유·희·태’ 완주군수의 이름을 활용해 한껏 치켜세우려는 낯 뜨거운 ‘삼행시’가 곳곳에서 등장해, 참석 주민들 사이에서조차 “황당하고 낯 뜨겁다”, “행사 전혀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반응이 나왔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 15일 열린 고산면 연초 방문 행사에서는 무대 전면에 가로 10m, 세로 4m 이상의 초대형 현수막에 ‘유·희·태’라는 이름이 도드라져 보이도록 한 글자가 50㎝ 이상 크게 쓰여 있어 현장을 찾은 주민들을 화들짝 놀라게 했다.

삼행시 내용도 ‘(유)구한 만경강처럼 / (희)망으로 끊임없이 이어져 / (태)평성대를 기원합니다’라고 적혀 있어 “너무 과하게 기초단체장을 떠받드는 것으로 오해할 소지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곳곳에서 제기됐다.

심지어 행사에 참석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단체장 이름이 너무 큼지막하게 쓰여 있어 북한의 누구가 떠오를 정도였다”거나 “과연 저런 식으로 배경 현수막을 달아야 군수의 체면이 서는 것인가”하는 등 여러 말들이 회자했다.

앞서 지난 13일 진행됐던 완주군 상관면 연초 방문에서도 단체장을 찬양하는 듯한 삼행시가 등장해 참석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노란색의 대형 원형 배경은 흡사 태양을 연상케 했고, 그 안에 ‘(유)능하신 군수님! / (희)망찬 완주 상관면을 / (태)양처럼 빛나게 해주세요!’라는 삼행시가 소개되면서 주변에서는 “공직사회가 너무 격하게 단체장을 치켜세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 완주군 상관면 연초방문을 앞두고 제작된 홍보물에 ‘유·희·태’ 군수 이름을 활용한 삼행시 문구가 담겨 있다. ⓒ독자제공

이를 두고 주변에서는 “공무원들이 굳이 '유능하신 군수님'이라고 써야 했느냐"는 지적과 함께 "단체장에 잘 보이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해당 문구들은 행사 준비 과정에서 공무원들이 관여해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된 2개 지역 행사에 등장한 삼행시는 단체장에게 읍·면 지역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요청하는 취지를 담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단체장 이름을 과도하게 치켜세운 것으로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 공직사회가 불필요한 오해 받기 십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완주군청 공직자들 사이에서도 두 지역의 '삼행시'를 두고 지나치게 과도하다는 지적이 내부에서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민 의견을 듣기 위한 연초 방문에서 단체장을 향한 '찬사성 연출'이 반복된 것을 두고 “행정을 둘러싼 환경은 급변하는 데 공직사회는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는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직 공무원 K씨는 “연말 종무식이나 신년 행사라 해도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행사의 단면 같다"며 "주민과의 소통을 명분으로 한 연초 방문에서 이런 퍼포먼스가 등장한 것은 너무 이상하다. 행정 설명보다 군수 개인을 부각시키는 느낌이 강하다”고 토로했다.

완주군수 선거 출마를 준비 중인 인사들도 비판에 가세했다.

한 출마예정자는 “공식 행정 일정은 정책과 현안으로 평가받아야 할 자리이지, 단체장 개인을 칭송하거나 찬양하는 무대가 돼서는 안 된다”며 “주민 앞에서조차 부끄러운 줄 모르고 과잉 의전을 자연스럽게 연출하는 문화 자체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다른 출마예정자도 “최근 남원시나 전주시, 광주 북구 등에서도 ‘시장님 사랑해요’, ‘삼행시·충성 이벤트’가 논란이 됐는데 완주 역시 그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며 “특히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이라는 점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살 소지도 크다”고 말했다.

<프레시안> 전북취재본부는 논란이 된 삼행시가 담긴 현수막의 제작 배경과 관련해 고산면장에게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아 답변을 듣지 못했다.

상관면장은 이에 대해 “해당 홍보물은 행정복지센터 게시판에 게시했다가 일부에서 지적이 있어 연초방문 직후 바로 철거했다”며 “지역 현안을 살펴봐 달라는 취지였고, 오해를 살 수 있었던 점을 미리 살피지 못한 것은 제 불찰”이라고 설명했다.

양승수

전북취재본부 양승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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