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현지시간) 이재명 대통령이 방중 일정 중, 중국의 한한령(限韓令)에 대해 점진적, 단계적으로 우호 증진을 위해 질서 있게 우선 축구와 바둑 같은 스포츠를 시작으로 서서히 해결하기로 협의했다고 밝혔다. 아마 많은 사람이 기대한 것은 k-컬쳐로 대변되는 드라마, 영화, 음악과 같은 컨텐츠 분야의 개방이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다소 아쉬움이 존재할 수 있다.
1. 한중 문화 교류의 상대적 시선
중국 시에 있어서는 당나라 때 이백과 두보를 배워야 하고, 산문에 있어서는 '당송팔대가'를 배워야 한다는 말이 있다. 당송팔대가는 당대의 문인 2명 한유, 유종원과 송대의 문인 6명 구양수, 증공, 왕안석, 소순(蘇洵), 소식(蘇軾), 소철(蘇轍)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서 소순, 소식, 소철은 부자 관계로 삼소(三蘇) 혹은 소씨 삼부자로 불린다. 이 세 사람은 당시 송대 문단에서도 아주 영향력이 있었으며, 그들의 명성은 바다 건너 고려에도 자자했다. 특히 소식의 경우, 우리에게는 그의 호인 소동파(蘇東坡)로도 많이 알려져 있다.
실제로 그들에 대한 인기는 고려 시기 과거 시험 작성 답안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고려 시기 문학가인 이규보가 '올해도 과거 합격자로 33명의 동파가 나왔다.'라고 한 것과 고려 시기 대표적인 역사가이자 학자인 김부식(金富軾)과 김부철(金富轍) 형제의 이름 또한 그들의 아버지 김근이 소씨 삼부자를 흠모하여 자기 아들들의 이름에 반영한 것이 그 예시라고 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고려는 송나라와의 무역에 있어서 경전과 역사서, <책부원귀>와 같은 백과사전 등등 여러 서적을 적극적으로 수입하려고 했다. 송나라의 음악도 들여와 궁중에서 연주하고 춤을 췄던 '당악정재' 같은 예술 활동도 있었다. 여기에는 당시 송나라에서 유행하던 문학 장르인 노래 가사에 해당하는 '사(詞)'를 들여온 흔적들이 보인다. 이렇게 보면 고려는 중국 문화 컨텐츠를 받아들이고 향유하는 데 상당히 적극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소식은 대표적인 혐한파 문인이자 관료였다. 그는 고려의 사신을 극진하게 대접하는 것에 대해 비판하며 고려와의 외교가 송나라에는 오히려 해악이 된다면서 오랑캐인 그들에게 서적을 팔아서는 안 된다고 하는 등 여러 번 상소를 올릴 정도였다.
이는 당시 거란을 필두로 하여 서하와 토번에게 수시로 북방의 국경을 위협받던 송나라의 입장을 생각한다면 고려의 실리외교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어쩔 수 없는 처사였을 것이다. 이렇듯 중국과 한국 사이에는 서로를 바라보는 상대적인 시선이 역대로 존재했다.
2. 더티초코 빵과 수건 케이크, 두바이 쫀득 쿠키까지…제재가 막을 수 없는 것들
지정학적인 이유로 우리나라는 중국과 수천 년간 가깝고도 먼 나라로 지내왔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정치나 군사적인 요인이 가장 강하게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문화나 경제 방면에서는 공적인 교류와 함께 사적인 교류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
한국 같은 경우, 중국의 문화를 무작정 그대로 수용하지는 않았다. 대부분 한국화된 형태로 변형을 하거나 재창조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중 두부와 관련하여 재밌는 일화가 있다.
조선 세종 때 명나라의 선덕제는 조선의 두부를 사랑하여 두부 제조 기술자와 함께 두부를 더 많이 보내 달라는 명을 내리기도 했다. 임진왜란 때 파병을 왔던 명나라 군대의 인기 메뉴 또한 조선의 두부였다고 한다. 중국이 원조인데 오히려 한국에서 만든 두부가 본토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한 것은 두부는 중국에서 처음 만들어졌지만, 영어권에서는 중국어인 또우푸(豆腐)도 아니고, 한국어인 두부(dubu)도 아닌 일본어에서 두부를 일컫는 '토후(tohu)' 로 알려져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음식 문화 트렌드는 지금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실제로 '먹방(muckbang)'이란 말이 2021년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등재될 정도로 음식과 관련된 컨텐츠는 온라인에서 사람들에게 아주 주요하게 작용한다. 특히 한국인과 중국인 모두 음식에 있어서 진심인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2010년대 중반 한류가 중국에서 위상을 떨쳤을 때, 중국인들에게 손과 얼굴에 온통 초콜릿이 묻는다는 한국의 '더티 초코 빵(중국명: 脏脏包)'이 크게 히트를 쳤다. 너도나도 한국에 가거나 직구한 제품을 들고 인증샷을 찍어 올릴 정도였다.
이후 2024년 중국이 한국인에 대해 무비자 정책을 시행하면서 많은 한국인들이 상하이 등 중국 도시를 더욱 자유롭게 찾기 시작하였다. 이때 다들 상하이 홀리랜드(중국명: 好利来)의 수건 케이크(중국명: 毛巾卷)를 소개하였고, 현재 한국의 편의점에서도 런칭하여 판매하고 있다. 이렇듯 디저트에 있어서 한국과 중국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장소를 불문하고 소비자가 직접 찾아가서 맛을 즐기는 문화가 보편화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이전에 '양꼬치에는 칭다오(靑島)'라는 멘트로 한국 내에 양꼬치와 칭다오 맥주 열풍이 일었던 적이 있다. 일전에 칭다오 맥주 제조 비화 사건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침체를 겪었다가 중국의 무비자 정책과 맞물려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보통 양꼬치는 원래 중국에서는 길거리 음식이나 동네 작은 음식점에서 편하게 먹는 저녁 안주거리로 인식되었다. 반대로 한국에서는 전문적인 음식점에서 먹는 경향이 있었다. 최근 중국에서는 양꼬치에도 고급화 전략이 유행하며 '풍무뀀성(중국명: 丰茂串城)', '옛날옛적 양꼬치(중국명: 很久以前羊肉串)' 같은 레스토랑 형태의 프랜차이즈들이 성공을 했다.
이중 옛날옛적 양꼬치의 경우, 내몽골 후룬베이얼 초원의 신선한 양을 사용했다 하여 현지에서도 줄을 서서 먹는 맛집이다. 이런 양꼬치 업체들의 고급화 전략은 한국인들에게도 잘 통하여 요즘 많은 한국인 관광객들의 발걸음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 대응하여 그들 자체적으로 한국어 메뉴도 구비해 놓았을 정도이다.
매년 7~8월에 열리는 칭다오의 맥주 축제에서도 한국인을 겨냥하여 양꼬치와 함께 홍보를 하고 있으며, 실제 현재 한국 홈쇼핑에서도 칭다오는 대표 여행 상품이기도 하다. 이 또한 원조를 찾아 떠나는 트렌드와 맞물린 것이라 하겠다.
k-푸드의 성공신화인 불닭볶음면의 경우, 외국에서 더욱 인기가 많다. 우리나라에서 판매하는 것과 동일한 오리지널 상품도 인기가 많지만, 현지화해서 만든 제품들도 상당히 인기가 많다. 그래서 각 나라 별 조리법을 소개하고 비교하는 동영상들도 있을 정도이다.
특히 불닭볶음면 양념치킨 맛의 경우, 한국에서는 생산되지 않아 오히려 한국 사람들이 중국 여행을 가서 사 오는 구매 필수 품목 중 하나이다. 양념치킨 또한 한국이 원조라고 하는데 그 맛이 들어간 제품을 중국에서 사 오고 있으니 재밌는 현상이다.
마지막으로 최근 한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두바이 쫀득 쿠키(일명: 두쫀쿠)' 도 거의 동시에 베이징, 상하이 등 여러 대도시에서 인기몰이 중이다. 한국에서는 이미 품귀현상으로 비싸게 팔리고 있으나, 중국에서는 상대적으로 아직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어 중국으로 여행 간 한국 사람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두바이 쫀득 쿠키의 경우, 원래 두바이가 있는 중동 지역에서 즐겨 먹는 디저트인데 대륙을 횡단하여 한국과 중국 등지에서 인기가 있다.
이렇듯 음식 관련 컨텐츠들은 드라마, 음악, 영화와 또 다른 하나의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이 컨텐츠들은 음식 자체를 넘어서는 문화적·경제적 파워를 가지고 있다. 이런 파워는 각국의 'MZ' 세대들을 통해 더욱 크게 작용하고 있다.
원조는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문화 컨텐츠의 전파에 있어서는 변화와 재창조가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이전에는 유사한 것에 대해 맹목적으로 베끼고 따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제 국경을 떠나 인간으로서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감각적인 부분에 대한 호소와 반응이 국제적인 트렌드로 작용하고 있다.
게다가 이제 다양한 매체를 통해 개별적으로 오픈된 사회인만큼 공적인 루트가 아니더라도 서로에게 잘 맞는 것은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또 불법적인 것에 있어서는 직설적으로 비판을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문화 컨텐츠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크고 넓게 작용한다.
다시 말해 '한한령'이라는 무형적 제재가 있었지만 그것을 초월한 보이지 않는 힘들은 이미 시나브로 서로에게 작용하고 있다. 그렇기에 문화 교류의 확대라는 측면에서 이 대통령이 '질서 있게 단계적으로 원만하게 해결해 나갈 것이다'라고 한 멘트에 좀 더 기대를 걸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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