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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혁의 세무 이야기] 어려운 세법, 복잡한 친절보다 단순한 불친절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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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혁의 세무 이야기] 어려운 세법, 복잡한 친절보다 단순한 불친절이 낫다

세법이 복잡해질수록 사회적 비용은 커진다

세법이 단순하지 않으면 납세협력비용과 행정력이 과도하게 소모된다. 이는 단순히 신고가 불편하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세무사를 선임해야 하는 비용, 잘못 신고했을 때 부담해야 하는 가산세, 이를 검증하고 관리하기 위해 투입되는 공무원 인력, 그리고 복잡한 규정을 구현하기 위한 국세청 전산 프로그램의 개발과 유지 비용까지 모두 사회적 비용으로 누적된다.

세법이 복잡해질수록 납세자는 전문가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고, 행정은 사후 관리와 분쟁 대응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제도 하나를 유지하기 위해 가계, 기업, 행정 모두가 비용을 부담하는 구조가 형성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근로자에 대한 신용카드 소득공제와 사업자에 대한 고용세액공제 제도다. 두 제도는 정부가 가계와 기업을 지원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기존 제도를 미세조정하면서 단골처럼 등장한다.

계산할 수 없는 신용카드 소득공제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제도 설계 단계부터 지나치게 복잡하다. 어떤 카드로 결제했는지에 따라 공제율이 다르고, 공제 한도 역시 일률적이지 않다. 총급여 수준에 따라 달라지고, 자녀 수에 따라 또 달라진다. 사용처에 따라 공제율과 한도는 다시 세분화된다. 전통시장에서 썼는지, 대중교통에 썼는지, 도서·공연비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각각 다른 기준이 적용된다.

이 제도를 적용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변수는 지나치게 많고 서로 얽혀 있다. 이를 손으로 계산할 수 있는 세무사는 거의 없다. 일반 국민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실제로 이 제도를 계산할 수 있는 주체는 수험생과 컴퓨터뿐이다. 실무를 담당하는 세무공무원조차 국세청 전산 시스템이 산출한 결과가 맞는지 사후적으로 검증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복잡성에 비해 세법 개정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공제율이나 한도가 조금씩 조정되더라도 근로자가 실제로 체감하는 효과는 제한적이다. 제도를 이해하고 준비하기 위해 투입되는 시간과 비용에 비해, 근로자에게 돌아가는 실질적인 혜택은 상대적으로 작다. 복잡한 구조가 정책 효과를 희석시키는 셈이다.

고용세액공제, 정책 취지와 현장의 괴리

고용 관련 세액공제 역시 복잡성의 전형적인 사례다. 고용 인원이 증가한 경우, 근로소득이 증가한 경우, 사회보험료를 많이 납부한 경우, 경력단절 여성을 채용한 경우, 정규직으로 전환한 경우, 육아휴직 복귀자를 고용한 경우 등 공제 요건은 끝없이 늘어난다.

가장 많이 적용되는 통합고용세액공제조차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고용 인원이 늘어난 경우에는 공제를 해주다가, 이후 인원이 감소하면 이미 공제받은 금액을 다시 환수한다. 채용 대상자가 청년인지 여부에 따라 공제 금액이 달라지고, 청년이 세월이 흘러 장년이 되면 어떻게 되는지 혼란스럽다, 여기에 최저한세 적용 여부, 농어촌특별세 과세 여부 등 함께 검토할 사항이 너무 많다.

복잡한 제도, 무거운 책임은 납세자에게

문제는 이렇게 복잡하게 설계된 제도를 조금이라도 잘못 신고하면 그 책임이 고스란히 납세자에게 돌아온다는 점이다. 고의가 없더라도 가산세는 부과된다. 세법의 부지는 면책사유가 될 수 없어서이다. 실제로 고용세액공제를 정확히 적용하기 위해 8시간 이상 전문 강의를 수강하는 세무사도 적지 않다. 엑셀을 활용한 고난도 계산은 기본이 되었고,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계산 파일이 있더라도 다른 사람이 이해하고 활용하기는 쉽지 않다.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회계 프로그램조차 모든 경우의 수를 구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제도의 복잡성이 실무와 기술의 한계를 넘어선 셈이다.

왜 세법을 수학과 컴퓨터 공학으로 만드는가

이 지점에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왜 세법을 수학이나 컴퓨터 공학처럼 만드는가. 가계와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 목적이라면, 기존 제도에 예외와 조건을 덧붙이는 방식이 아니라, 차라리 별도의 단순한 제도로 설계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중학생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구조라면, 생계를 열심히 발로 뛰는 납세자도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다. 이것이 진정한 납세자 중심 세정이다.

세법 개선의 필요성과 시급성

그동안 세제 당국은 세법을 쉽게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다. 그러나 제도 개편의 필요성과 시급성을 관계 부처에 설득하기는 쉽지 않다. 또한 기존 제도가 이미 누더기가 되어 단순화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결과, 정책의 취지는 선의였을지 모르지만 현장에서는 납세자와 행정 모두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 이제는 ‘복잡한 친절’이 아니라 ‘단순한 불친절’을 선택해야 할 시점이다.

세법은 정교함 이전에 국민이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세금은 얼마나 정교하게 계산되느냐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스스로 이해하고 정확하게 신고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정책 효과를 높이고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세법은 단순함을 지향해야 한다.

김규철

대전세종충청취재본부 김규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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