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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올림픽·월드컵 독점 중계는 어쩌다 '독이 든 성배'가 됐나?

[이종성의 스포츠 읽기] 대수술이 필요한 코리아 풀

2년 전 파리 올림픽 때 이 대회를 공동으로 중계했던 지상파 3사는 적자를 면치 못했다. 올림픽 중계를 통해 광고 매출을 대폭 높일 수 없어서다. 프랑스와 한국 간의 시차도 문제였지만 한국에서 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올림픽 특수는커녕 적어도 각 방송사당 적어도 50억 원가량의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급증한 중계권료를 감안하면 지상파들이 향후 올림픽 중계를 통해 이익을 낼 가능성은 없어진 셈이다.

독점 중계사 JTBC의 비극

2019년 올림픽(4개 대회)과 월드컵(2개 대회)의 한국 독점 중계권을 확보한 JTBC는 현재 밀라노-코르티나 동계 올림픽을 단독으로 중계하고 있다.

무료 지상파 방송사가 아닌 JTBC가 올림픽을 단독 중계한다는 점에서 대회 전부터 보편적 시청권 논란이 불거졌다. 물론 한국의 유료방송 가입자 비율이 96%를 상회하는 상황에서 JTBC는 올림픽 단독 중계가 현행 방송법상 보편적 시청권을 저촉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현재 방송법에는 무료 방송에 대한 명확한 언급이 없기 때문에 나온 주장이다. 방송법에는 시청 가구 90% 이상을 확보한 방송사가 올림픽과 월드컵 등을 중계하도록 되어 있을 뿐이다. 이는 한국보다 먼저 보편적 시청권을 도입한 영국 등 유럽에서 무료 지상파가 올림픽과 월드컵을 중계해야 한다는 것과 큰 차이가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논쟁보다 훨씬 더 심각한 점은 향후 방송사가 경영 수지를 맞추면서 보편적 시청권을 지킬 수 있느냐는 문제다.

JTBC는 2026년 동계 올림픽부터 2032년 하계 올림픽까지 4개 대회 중계권료로 약 2억3000만 달러(한화 약 3332억 원)를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올림픽 중계방송 제작비까지 감안하면 이 기간 동안 JTBC는 4000억 원 이상의 비용을 써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비용을 광고 매출로 상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올림픽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가 떨어진 것도 문제지만 유튜브와 OTT가 대세가 된 국내 미디어 환경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공교롭게도 JTBC는 메가 스포츠 이벤트 중계권을 확보했던 2019년부터 연이은 적자 때문에 경영이 급속도로 악화됐다. JTBC는 2024년 경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희망퇴직 절차를 진행했다. 최근에는 JTBC의 모회사인 중앙그룹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평창 휘닉스 파크와 제주 휘닉스 아일랜드 등의 매각을 추진 중이고 드라마 프로덕션인 SLL도 시장에 매물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적인 면에서 흔들리고 있는 JTBC가 올림픽과 월드컵의 단독 중계를 계속 단행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어쩌면 JTBC에 올림픽과 월드컵 독점 중계권은 이미 '독이 든 성배'가 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2010년 SBS가 올림픽과 월드컵 단독 중계로 이익을 보지 못했던 점을 고려하면 JTBC의 결정은 시대착오적 접근이었던 셈이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소식을 전하는 각국 취재진 모습. ⓒ연합뉴스

워너브러더스는 왜 올림픽 독점 중계권 전략을 바꿨나

유럽에서도 올림픽 독점 중계권은 위험한 비즈니스다. 2015년 유럽 전체의 올림픽 중계권을 확보한 워너브러더스가 이를 잘 보여준다.

오랫동안 유럽의 올림픽 중계권은 각국 공영방송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는 유럽방송연합(EBU)의 몫이었다. EBU가 중계권을 사와 각국 지상파 방송에 분배하면 국부 유출도 최소화 할 수 있고 무엇보다 보편적 시청권을 지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영리 기관이지만 돈 버는 데에는 영리한 IOC(국제올림픽위원회)는 이를 탐탁지 않게 생각했다. 유럽의 올림픽 중계권료가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미국에서 케이블TV 가입을 취소하는 이른바 '코드 커팅'이 심화되면서 레거시 미디어들은 큰 위기에 봉착했다. 워너브러더스도 마찬가지였다. 워너브러더스는 유럽의 계열 방송사인 <유로스포츠>와 스트리밍 서비스 <디스커버리+>를 통해 반전을 노렸다. 이를 위해 유럽 전체의 올림픽 중계권도 사들였다. IOC와 워너브러더스의 이해관계가 잘 맞아 떨어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올림픽 중계권은 무너지는 미디어 제국 워너브러더스의 추락을 막지 못했다. 2018 평창 동계 올림픽부터 2024 파리 올림픽까지 4개 대회의 올림픽 중계권을 얻기 위해 워너브러더스가 IOC에 지불한 금액은 2조 원을 상회했다. 올림픽 대회 기간에 워너브러더스는 광고 매출과 구독자 증대로 잠깐의 특수를 누렸지만 2조 원이 넘는 중계권료를 상쇄하기에는 부족했다.

그래서 워너브러더스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 올림픽부터 EBU함께 유럽 지역 올림픽 중계권을 공동 구매했다. 어마어마한 올림픽 중계권료의 위험부담을 혼자 짊어질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워너브러더스는 경영 악화를 타개하기 위해 지난 해 12월 스튜디오-스트리밍 핵심 사업부를 <넷플릭스>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올림픽 독점 중계권의 저주라는 말이 회자된 이유였다.

DAZN의 월드컵 중계로 확대된 재팬 컨소시엄

일본의 올림픽과 월드컵 중계권 사례는 한국이 참고해 볼만 하다. 원래 일본에서 올림픽 중계는 재팬 풀이라는 이름 하에 공영방송 NHK가 주도해 중계를 해왔다.

하지만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 때 큰 변화가 생겼다. 민영방송 TV 아사히가 올림픽 독점 중계권을 샀기 때문이었다. TV 아사히의 결정은 재앙이었다. 모스크바 올림픽이 서방 국가들의 보이콧으로 반쪽짜리 대회가 됐기 때문이다. 일본 선수들이 없는 올림픽에서 광고 매출을 기대하는 건 불가능했다.

이후 일본은 재팬 컨소시엄 체제를 만들었다. 공영방송과 민영방송이 중계권을 공동 구매하는 제도였다. 막대한 중계권료 부담도 줄이면서 전 국민이 올림픽과 월드컵 등의 경기를 무료로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여전히 일본에서 올림픽은 재팬 컨소시엄 체제 하에서 중계방송이 이뤄진다. 하지만 오는 6월 개막하는 북중미 월드컵은 그렇지 않다.

일본 프로축구 J리그 등의 중계권을 확보하고 있는 스포츠 스트리밍 서비스 DAZN이 북중미 월드컵의 모든 경기(104경기)를 중계한다. NHK는 33경기를 중계하고 민영방송인 니혼TV와 후지TV는 각각 15경기와 10경기를 중계할 예정이다.

DAZN이 일본에서 월드컵 중계를 하게 된 배경은 치솟은 중계권료다. 일본의 공영방송과 민영방송이 약 2900억 원으로 추산되는 북중미 월드컵 중계권료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다만 보편적 시청권 확보를 위해 일본 국가대표팀의 경기와 월드컵 준결승과 결승전은 NHK와 민영방송을 통해 중계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계권료 부담과 보편적 시청권 확보를 함께 고려한 나름 최선의 결과다.

대수술이 필요한 코리아 풀

지상파 3사가 주도했던 코리아 풀도 확대가 불가피하다. 보편적 시청권과 방송사 경영 문제를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에서도 OTT를 포함한 뉴미디어가 코리아 풀에 들어오는 게 맞아 보인다. 지상파와 종편 방송이 올림픽과 월드컵 중계권료를 부담하고 광고 매출로 이를 커버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보편적 시청권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여기에서 올림픽과 월드컵이라는 대회의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

올림픽 같은 경우는 동시간 대에 다양한 종목의 많은 경기가 펼쳐진다. 그래서 많은 방송사가 올림픽 중계에 참여하는 게 진정한 의미의 보편적 시청권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

여기에 인기 종목 중계 편중을 막기 위한 조치가 함께 논의돼야 한다. 지난 파리 올림픽 때 나타났던 배드민턴 안세영의 조별리그 경기의 생중계 누락이나 이번 밀라노-코르티나 올림픽 때 발생했던 스노보드 최가온의 금메달 획득 장면 누락 같은 사태를 피하기 위해서다.

반면 월드컵은 올림픽과는 다르다. 한국 지상파 방송은 지금까지 한국 대표팀의 월드컵 경기를 중복 중계해 왔다. 전파 낭비라는 얘기가 월드컵 때마다 나왔던 이유다. 일본 방송사들이 일본 대표팀의 월드컵 본선 경기를 방송사별로 분배해 중계방송을 해왔던 것과는 대조적인 부분이다.

물론 방송사 입장에서 광고 매출 확대를 위한 한국 대표팀의 월드컵 중복 중계나 올림픽 인기 종목 편중 중계를 완전히 버리기는 어려울 수 있다. 그렇다면 적어도 한국의 월드컵 조별 예선 3경기만큼은 중복 중계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만약 특정 방송사가 더 많은 한국 대표팀의 월드컵 경기를 중계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중계권료를 부담하는 장치도 수반돼야 한다.

또한 뉴미디어의 중계권료 부담 비율을 높이기 위해 월드컵의 모든 경기를 방송사가 중계하는 게 바람직한지도 고민해야 할 문제다. 이를 위해 월드컵에 대한 보편적 시청권의 범위를 월드컵 모든 경기가 아니라 한국 경기와 준결승, 결승전 정도로 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한국에서 월드컵 한 대회의 중계권료가 약 2000억 원으로 추정되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왜 일본이 올림픽 이상으로 치솟은 월드컵 중계권료를 상쇄하기 위해 DAZN에게 모든 경기의 중계를 허락하고 레거시 미디어는 주요 경기만을 중계하는지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지상파 3사 방송사와 중앙그룹의 협상 무산으로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이 JTBC에서 단독 중계되는 가운데, 과도한 중계권료 인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포츠 중계권 공동협상체인 '코리아풀' 확대와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방송협회는 12일 서울 여의도 FKI 콘퍼런스센터에서 '스포츠 중계권과 미디어 주권의 위기' 세미나를 열었다. 우측 두 번째가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연합뉴스

이종성

<프레시안> 스포츠 전문기자 시절, 스포츠와 사회·문화·역사가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 구조에 주목했던 언론인 출신 학자다. 이후 축구의 본고장 영국으로 건너가 드몽포트대학교에서 '남북한 축구사'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양대학교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야구의 나라>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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