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가 90일 안쪽으로 다가왔다. 정권교체를 이룬 '거대 여당' 더불어민주당은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 기조 또한 '내란청산'으로 설정했다. 2022년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치러진 지선에선 국민의힘이 크게 승리했고, 당시부터 지역 곳곳을 지키고 있는 '윤석열 키즈'를 퇴출해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명분이다. 여전히 내란과 절연하지 않고 있는 국민의힘도 스스로 그 명분에 힘을 싣는 듯하다. '내란청산이 한국 정치의 개혁이자 정상화'라는 민주당의 주장엔 그야말로 거칠 것이 없다.
그러나 내란청산의 한편에선 기묘한 풍경이 펼쳐진다. 대선을 기점으로 '심리적 내전'이 언급될 만큼 민심은 극단적으로 양분됐고, 국회의 입법 업무도 그 흐름에 맞춘 듯 일방·단독적인 방식으로 처리되고 있다. 입법부와 사법부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모양새에선 사법개혁의 당위와 관계 없이 위화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폭주한 권력' 윤석열은 사라졌지만 견제와 균형이라는 정치의 미덕은 복원되지 않았다. 소수정당의 '다른 목소리'는 힘을 잃고 대부분의 뉴스가 양당의 대치로 수렴한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제야 가동되기 시작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는 이 같은 상황의 상징처럼 보인다. '빛의 혁명'에 함께 한 개혁진보4당은 민주주의 확대와 다원주의 강화를 외치며 모든 정당의 정개특위 참여를 요구했지만,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비교섭단체의 정개특위 참여를 결국 1인으로 제한했다. 거대정당의 권력을 분산하자는 취지의 개혁을, 그 거대정당의 '선의'에 기대 진행할 수밖에 없는 역설이다. 악수하지 않던 양당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적대적 공존을 택했다.
국회 내 다원주의의 퇴색은 곧 국회가 대변할 수 있는 '민의'가 협소해짐을 뜻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진정성을 항상 강조하지만, 양당의 적대적 공존 속에 매번 후순위로 밀려온 정치개혁만 보더라도 지도자의 '선의'는 공수표에 불과하다. 당장 차별금지법과 성평등 의제에 등을 돌린 정부·여당의 태도는 어떤가. 응원봉으로 빛의 혁명을 이끈 여성 유권자들, 윤석열 정권의 차별·혐오 정치를 규탄하며 탄핵광장을 채워낸 성소수자들은 혁명의 공치사에서 뒤로 밀린 걸까.
정개특위의 유일한 비교섭단체 당사자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은 "국회와 민주주의를 지켜내고 윤석열을 탄핵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많은 광장의 시민들이 '다' 있었기 때문"이라며 "민주당도 이재명 대통령도 이 부채를 알아야 한다"고 꼬집는다. 오랜 기간 민주당 당직자로, 또 청와대 비서관으로 일해왔던 정 의원은 군소정당의 자리에 서고 나서야 "위치에 따라 보이는 게 다르다"는 걸 알았다. 비주류에 서자 "내가 정치적인, 사회적인 소수자들에 대해 노력을 '덜했다'는 걸 알게 됐다"고 그는 고백한다.
조국혁신당의 이번 지선 모토는 "국힘 제로(0), 부패 제로"이다. 민주당이 외치는 '내란 청산'과 크게 다르지 않은 슬로건이다. 그러나 내란을 청산하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빛의 광장은 수많은 소수자들이 모여 이뤘고, 그들이 바란 개혁은 사법개혁뿐만은 아니다. '윤석열 말고 이재명'을 넘어선 정치의 질적 개선이 필요하다. 국회는 후순위로 밀려버린 누군가의 민생까지 대변해야 한다. 양당체제는 "다양한 국민 목소리를 대변할 수 없고", 개혁은 이 대통령의 "선의에만 기댈 수는 없는 문제다."
망설임을 보이는 민주당에 정 의원은 "DJ가 있다면 지금의 양당구조를 용인할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진영 내의 반발을 무릅쓰고 여성부와 국가인권위원회를 설치했고, 단식을 통해 지방자치 부활을 이끌어낸 인물이다. 이른바 광장정치에 걸맞은 행보를 보였던 DJ의 행보를 실제로 잇지 않는다면, 'DJ정신'도 반쪽으로 남는다고 정 의원은 지적한다. 그렇기에 '정치개혁이 내란청산이고, 차별금지가 민생이며, 성평등이 빛의 혁명의 완수'라고 말하는 정 의원을 지난 6일 <프레시안>이 만났다.
"민주당 혼자 가는 게 '빛의 광장'의 뜻이었나"
프레시안 : 국회의 이슈가 거대 양당의 대치로 수렴하고 있는 최근이다. 원내에 남은 소수 진보정당들의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개혁진보4당의 선두인 조국혁신당이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그리고 있는 구체적인 청사진이 있는가.
정춘생 : 우선 이 말부터 하자. 서 있는 위치가 달라지니 새로운 게 보인다. 민주당에서 당직자로 오래 일했고, 문재인 정부에서 마지막 여성가족비서관으로 일했다. 어쨌든 주류 정치권의 일을 해온 것이다. 지금 위치에선 그때 안 보이던 것들이 많이 보인다. 과거에 우리가 작은 정당들, 정치적인 소수자들, 사회적 소수자들에 대해서 관심을 많이 안 가졌던 부분이 있다. 그들의 이해를 대변하기 위해서 노력을 덜 했다. 굉장히 반성을 하게 됐다.
그래서 '이것'을 반드시 해야 되겠다고 마음 먹었다. 진보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일은 많지만, 선거를 앞둔 지금 시점에서는 확실한 답이 하나 있다. 바로 정치개혁이다. 현재 비교섭단체로서 유일하게 정개특위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야말로 '물러섬 없이 싸우겠다, 출구 없이 싸우겠다'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 특위 밖에서도 진보당, 사회민주당, 기본소득당과 함께 진보4당이 원내 협의 등을 통해 공동행동을 취하고 있다.
프레시안 : 정치개혁의 핵심은 결국 선거제도 개정이다. 현행 선거제의 가장 큰 한계는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
정춘생 : 2006년도 지방선거 당시 양당이 차지한 당선 비중이 한 77% 정도 됐다. 그런데 지난번(2022년)에는 95% 가까이를 양당이 차지했다. 양당의 '선거독점' 구조가 점점 더 심화돼온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너무 다양해졌다. 가령 사회적 소수자들만 보더라도 성소수자부터 이주민, 이주노동자 등 다양한 소수자들이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이들의 '민의'는 양당으로 다 수렴이 안 된다. 양당 구조는 다양한 국민들의 목소리, 국민들의 이해를 대변할 수 없다. 양당체제는 수명을 다했고 이제 바꿀 때가 됐다.
그리고 지금의 양당체제를 가장 굳건하게 만들고 있는 게 바로 현재의 선거제도다. 선거제도가 바뀌지 않으면 양당 구조가 안 바뀐다. 지방선거를 중심으로 말하면, 현재 광역의회는 1명을 뽑는 소선거구제를 택하고 있고 기초의회는 2~4인 중선거구제다. 소수 정당들도 진출할 수 있을 만큼 선거의 통로가 넓지 못하다. 이를 늘리는 게 선거제 개혁이고, 정치개혁의 핵심이다.
프레시안 : 현재 국회에서도 '정치개혁이 필요하다'는 대의명분에는 공감대가 있지만, 구체적인 제도개혁은 항상 뒤로 미뤄져 왔다. 민주당의 지방선거 기조가 '내란청산'으로 설정되면서 이번에도 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춘생 : 민주당의 목표와 저희 목표가 다르지 않다. 내란종식, 해야 한다. 혁신당의 지방선거 기획단 슬로건도 '국힘제로, 부패제로'였다. 내란청산을 하는 방향은 같다.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다. 민주당 혼자만의 힘으로 하는 게 맞나? 아니면 대선 때처럼 '다수 연합'으로 내란을 청산하는 게 맞을까?
'국민주권정부'(이재명 정부)의 궁극적인 승리를 위해서라도 다수의 연합으로 가야 된다는 생각이다. 민주당 혼자도 지지율 높은 것, 맞다. 지금 지지율이 높아서 혼자서도 '내란청산'을 수행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그렇게 가는 게 맞을까? 그건 착각이다. 다른 세력을 다 배제하고 가는 것이 '빛의 광장'의 정신이었나? 이에 대해 민주당이 깊게 생각을 해 봐야 한다.
국민주권정부는 우리 모두가 같이 만든 정부다. 성공을 위해서도 같이 가야 되고, 특히 그 과정에는 '다양한 목소리와 정책들'이 함께 가야 한다. 지금까지의 대한민국은 그러지 못했으니까, '어떻게 지금과는 다른 대한민국을 만들 것인가'를 봐야 한다. 당장의 이익만을 생각해 '전국에 우리 민주당 깃발을 꽂을 거야!' 이런 접근으로 가서는 안 된다.
프레시안 : 혁신당을 비롯한 개혁진보4당은 최근 정개특위 상황과 관련해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적대적 공존'을 지적하기도 했다.
정춘생 : 지금까지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첨예하게 대립했지만, 동시에 적대적 공생을 해왔다. 대구-경북은 국민의 힘이 1당으로 지배하고, 호남은 민주당이 1당 지배를 하면서 적대적 공생을 했고, 그를 통해 서로 서울에서의 정치적 이득도 봤다. 이 적대적 공존을 가능케 하는 것이 현행 선거제다. 민주당도 국민의힘도 현행 선거제의 한계를 너무 잘 안다. 아는데 결국 양당의 기득권 때문에 이 선거제도를 안 바꾸는 것이다.
양당구조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어마어마한 권력들이 양당에 집중된다. 예를 들면 정치자금도 양당 교섭단체 위주로 다 배분이 된다. 전체 정당보조금이 1년에 1000억 원이면, 800~850억이 양당으로 배분되고 나머지를 작은 정당들이 나눠 갖는 형태다. 정당 운영부터가 쉽지 않다. 돈뿐만 아니라 국회의 모든 지원이 그렇다. 모든 것이 양당에 집중돼 있고, 작은 정당은 힘을 키울 수가 없는 구조다.
의제도 마찬가지다. 국회에서 공식적으로 의제를 설정하고 논의할 수 있는 건 교섭단체들 뿐이고, 당연히 언론도 민주당과 국민의힘 두 정당의 의제만 보도를 한다. 나머지 우리는 그 과정에서 무언가를 바꾸고 싶어도 바꿀 수가 없다. 정해진 틀 안에서 우리의 입장을 낼 뿐이다. '소수정당이 할 일을 못한다'는 지적은 맞으면서도 틀린 지적이다. 우리가 제대로 못하는 부분도 있지만, 애초에 뭔가를 할 수 있는 '룸(Room)' 자체가 별로 없다.
프레시안 : 애초에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국회의 모든 논리 자체가 소수정당에겐 불리하게 구성된 모양새다.
정춘생 : 그렇다. 비슷한 예가 지난 2022년 지역선거에서 3~5인 중대선거구제를 시범적으로 실행한 일이다. 당시 선거 결과를 보면 소수정당이 그렇게 많이 들어오지 못했다. 광주, 호남, 인천 등에서 진보당과 정의당 후보자가 4명 정도 들어왔다. 누군가는 그걸 가지고 '효과가 별로 없다'고 평가하더라. 눈속임용 평가다.
그때는 지방선거가 6월 1일에 있었는데 선거구 결정이 4월 22일에 됐다. 준비할 시간을 전혀 안 주고 갑자기 시범 실시를 한 거다. 홍보할 시간조차 없었다. 어느 제도가 안착을 하고, 그걸 평가하기까지는 몇 차례의 실험이 있어야 된다. 몇 차례의 경험이 있어야 온전한 데이터와 자료와 반응을 보고 평가할 수 있다.
이번에 도입할 중대선거구제도 마찬가지다. 이번에 도입하고 다음까지 봐야 한다. 한번 해보고 '이거 별로야', '별로 효과가 없어', 이게 아니라 몇 번을 해야 하는 거다. 그렇게 해야 정당도 준비를 하고, 당사자도 훈련을 받는다. 즉 정치개혁은 한번에 모든 걸 바꾸는 게 아니라, 새로운 정치가 육성될 수 있는 '기회'를 주면서 가는 것이다.
프레시안 : 그렇다면 두 양당의 이 적대적 공존이 계속되는 상황에 제도개혁의 실현 가능성을 어느 정도로 보고 계신가.
정춘생 : 정개특위가 구성된 지 한참인데, 봤더니 회의를 딱 두번 했다. 속도가 너무 늦다. 지금까지는 양당의 의지가 '전혀 없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의지가 없으면 가능성도 전혀 없다. 동시에 의지만 있다면 할 수 있다. 아시겠지만 민주당은 중요한 정부 입법 과제에 대해서는 속도전을 펼치고 있잖나. 그런데 지금 정치개혁만큼 급한 게 어디 있나?
20대 국회 당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처음 도입될 때처럼 여당 지도부의 결단이 필요할 때다. 법안도 새로운 게 아니라 이미 다 발의돼 있는 상황이고, 이 중에서 '어디까지 할 것인가'만 협의하면 된다. 새로운 논의가 아니라, 미뤄진 '결단'을 할 때다.
특히 이번 만큼 좋은 기회는 없다고 생각한다. 대통령 지지율도 굉장히 높은 상태고 민주당만으로도 압도적인 의석을 갖고 있다. 개혁진보4당을 다 합치면 더 압도적인 상황에서 이걸 안 바꾼다고? 그러면 영원히 안 바뀔 수도 있다.
프레시안 : 다원주의 강화에 대해 '정치의 질적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특히 최근 진보진영 내부에선 내란 사태를 전후해 두드러지는 '극우 결집' 현상을 들어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반대하는 이들도 있다.
정춘생 : 일장일단이 있겠지만, 극우가 제도권으로 들어오는 걸 너무 겁낼 필요도 없다. 오히려 제도권 밖에서 폭력으로 존재하는 것보다 제도권 내에서 바뀌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우리가 전혀 인정하지 못하는 사고 방식을 갖는 사람들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그럼 그들이 제도 밖에서 폭력과 파괴를 일삼게 하기보단, 제도 내에서 평가를 받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국회의 운영 원리가 오히려 그들을 억제하게 하는 것이다. 게다가 애초에 제1야당인 국민의힘도 지금 극우를 업고 있는 상황이지 않나.
"차별금지가 민생이다"
프레시안 : 국회에서 '소수 의제'로 꼽히는 대표적인 법안이 포괄적 차별금지법이다. 22대 국회에선 정 의원과 진보당 손솔 의원이 각각 이 법을 발의했다. 어떤 취지인가.
정춘생 : 이 법을 준비하면서 저의 비겁함에 대해 많이 반성했다. 국회는 이 법에 대해 용기를 낼 필요가 있다. 자신감을 가지고 '지금 하자'고 말할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는 내가 보이는 것, 내가 아는 것보다 훨씬 많이 다채로워졌다. 훨씬 많은 성소수자들이 존재하고 훨씬 많은 다양하고 다채로운 인간들이 모여서 살고 있다.
그리고 그걸 보여준 공간이 바로 내란을 막은 '빛의 광장'이었다. 지난해와 올해 탄핵 국면에서, 그 많은 소수자들이 광장에 나와서 '나는 누구다'라고 스스로 얘기했다. '나는 어떤 차별을 받아왔고, 우리가 만들어갈 대한민국은 이렇게 가야 된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제시했다. 그때 제일 목소리가 높았던 것이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된다'는 것이었다.
프레시안 : 당시 청년 여성들을 중심으로 한 '응원봉 시위'가 조명받으며 성소수자 인권을 포함한 '성평등 정치'가 다시 화제가 됐다.
정춘생 : 맞다. 실제로 그때는 다 좋다고 박수 치고 그랬다. 민주당조차도. '2030 여성들의 힘으로 윤석열을 파면시켰고 국민주권 정부도 탄생시켰다!' 초기에는 정치권에서도 언론에서도 그런 평가가 많이 나왔다. 그런데 거기까지였던 거다. 이게 (정권교체가) 되고 나니까 달라졌다. '차별금지법은 사회적 논의가 덜 됐다', '반발이 심해서 선거 전략상 안 하는 게 좋겠다' 이런 논리가 국회에 다시 자리 잡았다.
프레시안 : 반복적이면서도 매번 차별금지법 제정을 가로막은 논리다.
정춘생 : 호주제 폐지 때도 논리가 똑같았다. 그때도 수십년간의 논쟁과 싸움이 있었잖나. 당시엔 성균관 유림 할아버지들이 매일 같이 국회 앞에서 데모하고, 국회의원들을 협박했다. '호주제가 폐지되면 나라가 망한다, 가정이 무너진다'고 했다. 그런데 어떤가? 호주제 폐지돼도 대한민국 평화롭지 않나. 가정이 무너지고 가족관계가 파탄이 났나? 아무 일도 없었다.
그때와 똑같은 근거 없는 공포의 논리가 보수 개신교의 '동성애 반대'론이다. 가령 이들은 '동성애를 비판하는 사람은 다 처벌받는다', 이런 논리를 전개하면서 반대를 한다. 그런데 이 법은 그런 게 아니다. 고용할 때, 승진할 때, 교육 훈련을 받는 과정에, 재화와 용역, 법령이나 국가의 정책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 이런 영역에서 '차별하지 말라'는 법이다.
프레시안 : 그런 반대논리가 실제 국회, 특히 입법 주도권을 지닌 민주당에서 통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의원들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
정춘생 : 결국 '대통령의 의지'에 좀 많이 달려 있다고 본다. 특히 민주당은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를 계승하는 정당이잖나. 김대중이 살아왔던 정치 인생에서 차별과 인권을 빼고 얘기할 수 있을까? DJ는 온갖 논란과 반대를 무릅쓰고 여성부와 인권위를 만든 사람이다. 당시 인권위가 규정한 19가지 차별 사유에도 '성적 지향'이 있다. 그때부터 있던 조항이고 민주정부는 그런 정부였다. DJ의 정치에서 일부만 쓰고 일부는 버리겠다는 태도가 아니라면, DJ를 온전히 계승하는 정당이라면, 이 '차별금지'를 정말 깊이 생각해야 한다.
프레시안 : 이재명 대통령은 100일 기자회견에서 차별금지법을 두고 '경제와 민생이 먼저'라는 답을 내놨다.
정춘생 : '이것만큼 민생이 어디 있냐'고 되묻고 싶다. 성별, 국가, 지역, 학교, 인종... 이런 것에 따라서, 고용, 교육, 훈련, 재활, 정책의 서비스, 이런 것에 대해서 차별하지 말자는 법 아닌가. 이것처럼 민생이 어디 있나. 동성애자라는 이유 하나로 고용에서 차별받고 일자리를 못 구한다? 이건 절박한 민생 아닌가. 본인의 정체성도 얘기 못하고 삶이 위축되는 과정? 당사자 입장에서는 더 없는 민생 아닌가.
'존재 자체로 차별하지 말자.' 이보다 더 민생이 어디 있는가. 그러면 검찰개혁은 왜 민생도 제쳐두고 하는가. 검찰개혁도 '해야 되는 것'이기 때문에 논란과 논쟁을 무릅쓰고 하는 거잖나. 차별금지법도 한국이 한 발짝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가야 되는 길'이다. 민주정부, 진보정부의 가치를 계승한다면서 이것만은 포기한다? 그건 비겁한 것이고 가치의 계승이라 볼 수 없다.
프레시안 : 같은 맥락에서 '성별 불평등 해소' 역시 여전한 당면과제다.
정춘생 : 이재명 정부 들어 여성가족부가 성평등가족부로 확대됐지만 우리가 기대하고 바랐던 정책 추동력을 가진 건 아닌 것 같아 실망스럽기도 하다. 국회에서 성평등 의제에 대한 '푸시(push)'를 더 해야 한다. 워낙 똑똑한 젊은 여성들이 많다 보니 '요즘 여성들이 뭘 차별받느냐'는 식의 착시효과가 있지만, 경제 활동 참여율이나 정치적 의사결정 단위에서의 여성 비율 등은 여전히 낮다. 세계경제포럼(WEF) 젠더격차 지수만 봐도 한국은 148개국 중 101위다. '구조적 성차별'이 여전하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최근엔 3.8 여성의 날을 맞아 성평등 임금공시제 도입법(양성평등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모든 차별의 집합제가 결국 임금이니, 임금을 드러내기 시작하면 평등이 시작된다는 시각에서 준비했다. 역시 차별금지법과 마찬가지다. 임금의 차별은 민생이 아니겠는가? 성평등 역시 민생을 이끌어가는 요소이며, 빛의 광장의 의제였다. 완전한 성평등이 민주주의고, 우리는 민주주의를 위해 광장으로 나갔었다.
프레시안 : 개별 의원들이 좋은 법안을 발의해도 묻히는 경우가 많다.
정춘생 : 재작년에 발의한 '교제폭력 방지법'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잠자고 있다. 같은 취지의 법이 다수 의원들로부터 나와 있는 상황인데도 그렇다. 법사위 소관인 이 법을 예로 들면 그간 법사위가 검찰개혁, 사법개혁 등 대형 의제 위주로만 돌아가니 이런 법안은 흐름을 따라갈 수가 없는 것이다.
프레시안 : 결국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다양한 의제를 소화하고 다양한 민의를 반영하기 위해서, 역시 정치개혁이 필요해 보인다.
정춘생 : 그렇다. 3~5인 중대선거구제가 안착하고, 혁신당이든 진보당이든 새로운 정당이 지역에 진입하면서 지방의회들이 다양하게 구성이 되면, 민주적인 의사결정뿐 아니라 '다채로운 의견'들이 지역의회에 반영되고, 그런 '다채로움'의 토양이 발전될 수 있을 것이다. 왜 DJ가 목숨 걸고 단식까지 하면서 지방자치를 부활시키려 했을까? 누가 나와도 1당이 지배하던 지역사회, 그 지역부터 바꿔야 된다는 생각으로 그랬을 것이다. 운동장을 넓힌 것이다. DJ가 있다면 지금의 양당 구조를 용인할까? 아니라고 본다. 정말 DJ를 계승한 정당이라면 제대로 된 지방자치를 구현하기 위해 어떤 선거제로 가야 되는가 고민할 때다.
프레시안 : 선거제 개정부터 차별금지법까지를 연결하고 있는 개념, 그것이 '빛의 광장'의 정신인가.
정춘생 : 당연하다. 차별은 연대의 문제고 '빛의 혁명' 때 그랬듯 우리는 연대의 정신으로 가야 한다. 국민주권정부는 그 많은 차별을 겪었던 소수자들이 만든 정부다. 솔직히 민주당만으로 됐겠는가? 그리고 조국혁신당만으로 됐겠는가? 그 많은 광장의 시민들이 '다' 있었기 때문에 국회도 지켜냈고 민주주의도 지켜냈고 윤석열을 탄핵시켰다. 우리는 그들에게 빚을 졌고, 이 부채를 이재명 대통령도 민주당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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