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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산업시대, 새만금에서 경제제도의 새로운 선도모델 만들어 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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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산업시대, 새만금에서 경제제도의 새로운 선도모델 만들어 내야"

[인터뷰] 황태규 우석대학교 미래융합대학장

새만금은 희생과 가능성이 공존해 온 공간이었다. 간척으로 수산업을 잃었고, 과정에서는 갈등과 정치적 '희망고문'이라는 지역의 희생이 있었다. 방조제 공사시작 30년을 넘긴 후에야 거대한 국토가 수면 위로 모습을 나타냈고, 그 공간을 어떤 산업으로 채우고 어떤 미래 전략으로 연결할 것인지에 대해서 해답을 찾아야 했다. 우리에게 ‘미래의 가능성’으로만 설명되어 온 '판타지 도시' 새만금. 갈피를 잡지 못했던 30년을 무색하게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하고 불과 268일 만에 환상이 아닌 현실 정책으로 중심 이동되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새만금에 약 9조 원 규모의 미래 산업 투자를 발표하면서 새만금이 에너지 및 로봇·수소·AI시티로 대한민국 미래를 이끄는 산업구조변화의 중심에 선 것이다. 이제 중요한 질문은 하나다. 이 기회를 어떻게 실질적인 산업 구조로 확장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으로 연결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프레시안>은 황태규 우석대학교 미래융합대학 학장을 만났다. 황 학장은 국가균형발전 정책 전문가로 현 정부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힘을 보탰으며, 지난 정부 청와대에서 새만금 정책을 조정하는 컨트롤타워 역할도 경험한 국가균형발전 정책분야의 전문가로 꼽히고 있다. <편집자 주>

프레시안= 현대자동차의 새만금 투자는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십니까?

황태규 우석대학교 미래융합대학장(이하 황태규 학장)= 이번 투자는 새만금 개발 역사에서 하나의 구조적 전환점이라고 생각합니다.그동안 새만금은 공간 전략 중심이었고 산업전략은 부족했습니다. 넓은 간척지가 있다는 것 만으로는 기업 투자가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어떤 산업 생태계를 만들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이 필요했습니다. 이번 현대자동차 투자는 바로 그 산업 전략을 현실로 연결한 사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현대자동차는 단순 제조기업이 아니라 로봇, 수소, AI 데이터 산업으로 확장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입니다. 이런 기업이 새만금을 미래 산업 거점으로 선택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번 투자를 '희망고문의 마침표'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그동안 새만금에 대한 비전은 많았지만 실제 산업 투자로 이어지는 사례는 매우 적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투자는 실제 산업 전략과 함께 진행되는 투자라는 점에서 의미가 다릅니다.

▲황태규 우석대학교 교수. ⓒ

프레시안= 그렇다면 이번 현대자동차 투자가 전북 지역에 주는 메시지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황태규 학장=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이 기회를 어떻게 확장할 것인가’ 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의 결단과 기업의 투자 판단이 만나 중요한 기회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렇다면 그 기회를 산업 구조로 확장하는 것은 결국 지역의 역할입니다. 지역 관점에서의 시작은 전북의 피해의식 탈출이 우선돼야 할 것입니다. 낙후·소외 지역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스스로 산업 전략을 만들고 기업을 끌어들이는 지역으로 변화해야 합니다.

기업의 관점에서의 출발은 기업 친화적인 투자 환경을 지원하는 것입니다. 기업이 투자해야 지역에 일자리가 생기고 산업이 성장합니다. 지역이 기업가 정신을 존중하고 기업 활동을 지원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프레시안= 최근에는 기업이 투자를 결정할 때 어떤 변화가 있는 것 같은데 이 부분을 어떻게 보시나요?

황태규 학장= 기업이 새로운 투자 지역을 선택하는 방식에는 분명히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과거 투자지역 선정은 일정한 패턴이 있었습니다. 조세 혜택이나 규제 완화 그리고 투자 지역의 부동산 가치 상승 가능성도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 점에서 수도권에 기업 투자가 집중되는 구조가 형성된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변화가 생겼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경험입니다. 현대자동차나 삼성 같은 대기업들이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면서 산업 클러스터의 개념에 대한 경험이 크게 확장되었습니다. 일례로 미국은 한 주(state) 안에서도 기업들이 상당한 거리를 두고 산업 클러스터를 형성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의 많은 주는 우리나라 전체보다 훨씬 넓은 공간에 기업들이 분산되어 있지만 여전히 하나의 산업 생태계를 유지합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에 하나씩 분산되었음에도 하나의 산업 클러스터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글로벌 시각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대부분이 근거리 생활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국토는 상대적으로 좁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고속도로망과 고속철도망을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도시국가를 제외하면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전국을 이동할 수 있는 교통 인프라를 가진 나라는 많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반일 생활권으로 국토 내 교통 인프라와 이동 속도의 관리가 매우 잘 되어 있는 국가입니다. 이는 지금의 지역 간 거리가 산업 활동의 결정적인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좁은 공간에 기업을 집중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국토 전체를 활용하는 산업 전략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인식이 기업들 사이에서도 확산되고 있는 것입니다.

▲황태규 우석대학교 교수. ⓒ

더 중요한 변화가 있습니다. 최근 정부는 수도권 중심의 공간 구조에서 벗어나 국토를 보다 넓게 활용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하고 있는 부동산 시장 정상화 정책은 결국 좁은 국토를 지나치게 좁게 사용하는 구조를 바꾸자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국토를 보다 넓게 활용하고 산업과 인구가 다양한 지역으로 분산될 수 있도록 하자는 정책 방향입니다. 단순히 수도권과의 거리만을 기준으로 투자 지역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적으로 의미 있는 공간, 지정학적 가치가 있는 공간을 중심으로 투자를 검토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대자동차의 새만금 투자는 그 흐름의 시작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러한 사례는 이미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산간내륙의 무주에는 현대로템이 항공우주 및 우주발사체 엔진 산업 기반을 구축하고 있고,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순천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우주발사체 제조 인프라 투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역이라는 이유와 거리가 멀다는 물리적 핑계는 이미 저물었습니다.

프레시안= 그렇다면 이 시점에 새만금개발청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황태규 학장=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이 성공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일 것입니다. 기업이 투자했다면 목표 사업을 빠르게 추진할 수 있도록 에너지 생산, 에너지 공급, 산업 인·허가, 기반시설 구축 등을 신속하게 해결해줘야 합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규제 혁신입니다. 저는 새만금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규제 실험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래 산업은 기존 규제 체계로는 성장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는 교육과 문화, 주거 환경 등 정주 환경을 함께 발전시켜 산업 생태계를 안정적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제 새만금은 강대국이자 선진국인 대한민국의 새로운 경제제도, 기업제도의 선도지역이 되어야 합니다.

프레시안= 현대자동차 투자가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전북특별자치도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황태규 학장= 기업 유치를 넘어 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동안 새만금 주변에서는 관할권과 개발 이익을 둘러싼 갈등이 반복되었습니다. 그러나 글로벌 산업 투자 시대에는 이런 구조가 지속되기 어렵습니다. 특히 수소, 로봇, AI 산업은 속도가 중요한 산업입니다. 기업 입장에서 가장 큰 위험은 토지가 아니라 행정의 불확실성입니다. 따라서 이제 전북은 행정의 불확실성을 걷어내고 기업으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산업 중심의 행정 구조를 만드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황태규 우석대학교 교수. ⓒ

프레시안= 최근 학장님께서 ‘서해특별시’라는 새로운 구상을 제안하셨던데요.

황태규 학장= 서해특별시는 단순히 새로운 도시 이름을 만들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새만금을 중심으로 군산, 김제, 부안을 아우르는 새로운 산업 행정 구조를 만들자는 제안입니다. 현재 새만금 주변은 세 개 행정구역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대규모 산업 생태계를 일관되게 설계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군산, 김제, 부안을 통합하는 새로운 도시, 가칭 ‘서해특별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해시라는 이름을 선점하는 것은 단순한 행정 명칭이 아니라 새만금을 중심으로 한 서해 산업벨트의 출발을 상징적으로 선언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프레시안= 그렇다면 서해특별시가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요?

황태규 학장= 통합으로 인한 가장 큰 변화는 행정과 산업 전략을 하나의 구조로 통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수소 산업, 로봇 산업, AI 산업 같은 미래 산업 정책을 여러 지자체가 따로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도시 전략으로 추진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인허가 간소화, 규제 혁신, 연구개발 지원, 세제 혜택 등을 통합 정책으로 설계할 수 있습니다. 기업은 공장만 세우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산업 생태계를 함께 이동시킵니다. 그래서 산업 정책과 주거, 교육, 문화 인프라까지 함께 설계해야 합니다.

프레시안= 현대차의 투자 이후의 새만금,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황태규 학장= 새만금은 역사적인 전환점에 서 있습니다. 현대자동차 투자는 단순한 기업 투자를 넘어 대한민국 산업 전략이 새로운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수도권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국토 전체를 활용하는 산업 전략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새만금은 미래 이야기만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제 로봇, 수소, AI 데이터 산업이 실제로 연결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 기회를 어떻게 확장하느냐입니다. 전북이 달라져야 하고 새만금개발청이 역할을 해야 합니다. 기업이 성공할 수 있도록 행정과 정책이 함께 움직여야 합니다. 지금 새만금에서 시작되는 변화는 단순한 지역 개발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산업 지도가 바뀌는 과정입니다. '희망고문'은 끝을 내야 합니다. 이제 산업 전략과 실행의 시간입니다.

김대홍

전북취재본부 김대홍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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