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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10개 만들기, 그 욕망의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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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10개 만들기, 그 욕망의 구조

[대학문제연구소 논평] 해법은 공공적 대학체제 개편에 있다

지난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교육 분야의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이를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상징적 구호로 삼았다. 이 정책은 표면적으로는 지역 대학을 육성함으로써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그 형성 과정을 들여다보면, 단순한 정책 구상이라기보다 한국 사회의 복합적인 '욕망구조'가 응축된 결과물에 가깝다.

집권 후 정부는 이를 교육부문의 핵심적인 국정과제로 삼아 5년간 4조 원의 예산 증액을 예고하고 올해 8733억 원의 예산을 책정하였다. 그러나 이 정도의 예산 증액으로 지방에 서울대 급의 '일류대'가 만들어질 리 만무하다. 현재의 교육재정 규모에서 서울대에 버금가는 지원을 통해 그만한 인프라를 다수의 대학에 동시에 구축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설령 그에 근접한 수준의 재정 투입이 이루어진다 해도 그것만으로 지역의 특정 대학이 서울대와 같은 위상을 가지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단지 실현 가능성 여부에 그치지 않는다. 여기에는 "왜 지방의 대학들이 '서울대처럼' 돼야 하는가"라는 근본 질문이 빠져 있다.

정치적 구호에 가까운 "서울대 10개 만들기" 기획은 교육 정책 차원을 넘어서 한국 사회의 욕망이 제도화된 형태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 욕망 구조는 몇 가지 층위가 결합된 복합적 메커니즘으로 이루어진다.

첫째, 사회 전반에 깊이 뿌리내린 일류대 중심주의다. 한국 사회에서 대학은 단순한 교육기관이 아니라 사회적 지위를 재생산하는 핵심 장치로 기능해 왔다. 그 정점에 위치한 서울대는 하나의 교육기관을 넘어 상징적 위상, 곧 '성공의 표상'으로 자리 잡았다. 이로 인해 대학 서열은 대학에 대한 질적 평가의 차원을 넘어 사회적 욕망의 구조로 고착됐다. 많은 이들이 이 서열체제를 비판하면서도 동시에 그 내부로 진입하기를 욕망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바로 이 모순된 욕망에 편승할뿐더러 그것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둘째, 이 기획을 이론적으로 정당화하는 담론과 그 이데올로기다. 진보학계에서 오래전부터 제기해온 '국립대 통합네트워크' 구상은 본래 대학 평준화라는 이념적 목적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이 구상은 점차 거점국립대를 중심으로 한 '준 일류대 체제' 구축으로 변형됐고, 일류대의 수를 늘려서 입시 병목을 완화하자는 논리로 발전했다. 이 과정에서 이 담론은 평준화 이념의 퇴색과 더불어 일류대 중심주의와 타협하는 형태로 재구성된다. 그것이 이같은 정치적 구호를 탄생시킨 동기를 이룬다.

셋째, 제도적 이해관계의 작동이다. 거점국립대 운영진과 교수집단은 이 정책의 실현가능성과 무관하게 국립대 예산의 대폭 증액이라는 실질적 이익에 주목한다. 국립대에 대한 재정지원 확대는 이들의 오랜 숙원이었으며,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이를 정당화하는 강력한 정치적 동력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외면받는 것은 한국 고등교육계의 현실이다. 고등교육 보편화의 시대에 대다수 학생들이 사립대에 재학함에도 국고 지원이 소수의 국립대에 집중된다면 고등교육 체제 전반의 불균형은 더 심화할 것이다.

넷째, 정치권의 계산과 허위의식이다. 정치인들에게 "좋은 대학을 늘리겠다"는 발상은 명분도 있거니와 유권자의 지지를 확보하기 쉽다. 반면 대학 서열체제의 근본적 개혁은 사회적 갈등을 수반하며, 정치적 부담이 크다. 이 때문에 서열체제를 비판하는 개혁적 정치인조차도 실제 정책에서는 이를 우회하거나 유보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구호는 이런 곤경을 회피하면서도 정치적 명분을 얻을 수 있는 좋은 도구다. 그것은 개혁의 이름으로 왜곡된 구조를 온존시킨다는 점에서 그릇된 정치적 충동의 소산이다.

ⓒ서울대 홈페이지

이처럼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사회적 관행, 담론적 토대, 이해관계망, 정치적 계산이 상호작용하며 형성된 결과물이다. 이 네 가지 요소는 단순히 병렬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순환 구조를 이룬다. 사회적 관행이 담론적 토대와 결합하고 그것이 이해관계망을 부추기고 여기에 정치적 계산이 작용함으로써 이같은 정치적 구호가 탄생한다. 그리고 이 구호는 다시 사회적 욕망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바로 이 순환 구조의 산물이다.

이런 복합적 욕망들의 소산이기에 "서을대 10개 만들기"의 정책방향을 설정하기는 용이하지 않다. 현재 교육부의 추진 과정을 보더라도 애초의 의도와는 달리 거점국립대에 대한 제한적 재정지원 확대에 머무르고 있으며, 정책의 목적은 여전히 불분명하다. 그런 와중에 대다수 지방 사립대는 존폐 위기로 내몰려 있고 지역 고등교육 생태계는 빠르게 붕괴하고 있다. 만약 지방 사립대의 대규모 몰락이 현실화한다면, 이는 단순한 교육 문제에 그치지 않고 지역소멸을 앞당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따라서 이 정책을 일부 수정하는 수준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욕망 구조 자체를 재구성하는 노력이 동반되지 않으면 의미 있는 수정도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일류대 중심주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전환을 위한 노력이 긴요하다. 이를 위해 대학서열이 개인의 능력과 사회적 가치의 척도로 작동하는 구조를 해체 내지 완화하는 것을 대학정책의 중심으로 삼아야 한다.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설정함에서는 다음 두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우선 사립대를 포함한 고등교육 전체를 공공적 체제 속에 편입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현재와 같은 국립대 중심 지원 방식으로는 대학체제 전체의 균형을 확보할 수 없다. 다음으로, 고등교육 정책의 기조를 대학 간의 상호경쟁이 아니라 역할 분할로 전환해야 한다. 모든 대학을 서울대처럼 만들 수도 없거니와 그래서도 안된다. 다양한 성격의 대학들이 공적 체제 속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할 것인가를 중심으로 대학정책을 재설계해야 한다.

이 점에서 "서울대 10개 만들기" 논자들이 자신들의 논거로 앞세우는 캘리포니아 주립대체제가 오히려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 체제는 이 논자들이 주목한 소수의 연구중심대학(UC)만이 아니라 다수의 교육중심대학 및 각 지역 기반의 수많은 마을대학들이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고등교육의 기능을 수행한다. 즉 캘리포니아 주립대체제는 전체 주립대를 그 특성에 따라 역할 분담하고 고등교육기관으로서의 공적 책임을 부여한다. 물론 사립대가 중심인 한국의 여건에서 이를 그대로 도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거점국립대를 연구중심대학으로 키운다면, 지역의 군소국립대와 사립대 및 전문대를 캘리포니아 체제의 모델을 따라 개편하는 것도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둘러싼 문제는 하나의 정책에 대한 논란을 넘어선다. 그것은 한국 사회가 고등교육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배후에서 어떤 욕망이 작동하고 있는가를 드러낸다. 이 정책을 진정한 개혁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제도의 조정만이 아니라, 그 제도를 낳은 욕망구조 자체를 직시하고 해체하려는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 지역소멸이라는 국가적 위기가 가시화되고 있는 지금, 대학체제의 공적 전환을 위한 시간은 많지 않다. 일류대를 더 만들겠다는 발상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고등교육 체제를 공공적으로 재구성하는 것은 왜곡된 사회적 욕망의 방향을 바꾸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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