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공적 입양 체계 시행 이후 투명성 부재 및 행정 절차 지연으로 결연이 미뤄지며 아동의 최선의 이익이 침해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현재 나타나는 대기 지연 현상은 과거 부모의 선호에 입양을 맞추던 관행을 정상화하고, 아동의 권리를 최우선으로 하는 '공공결연위원회'가 공정하게 작동하는 과정이다. 부모의 대기 시간을 단축하는 것보다 '아동에게 최적의 가정을 찾아주는 것'이 국가의 최우선 책무라는 점을 전문가·입양인·입양부모의 시선으로 연재한다. 편집자
2020년 10월 13일, 16개월 된 여자 아이가 입양 6개월 만에 입양부모의 학대 속에 사망했다.소위 '정인이 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건으로 한 입양인의 삶도, 입양한 부모와 그 가족의 삶도, 자기가 키우는 것보다 좀 더 나은 삶을 살기를 원하며 입양을 보낸 친생부모의 삶도 모두 무너졌다.
그해 겨울 나는 미국으로 아이를 입양 보낸 어머니와 함께 정인이 묘소를 찾았다. 무거운 마음으로 아이의 무덤 앞에 섰다. "미안하다. 엄마와 같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지 못해서, 좀 더 살펴서 입양부모를 맺어주지 못해서, 어른들의 욕심이 너를 먼저 가게 만들어서"라고 했다.
미국으로 아이를 입양 보낸 어머니는 "어휴, 잘 좀 키워주지"라며 아이 앞에 손으로 뜬 꽃신을 놓아주며 오열했다.
정인이 사건을 겪고 난 후 뜻을 같이 하는 국내입양인, 해외입양인, 친생부모, 입양부모, 미혼모, 입양 관련 연구자들과 '입양연대회의'를 만들었다. '모두에게 안전한 입양'을 위한 입양정책 변화 운동에 뛰어들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2023년 더불어민주당의 남인순, 김성주 의원과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 입양연대회의와 전국입양가족연대 모두 뜻을 모아 '국내 입양에 관한 특별법'과 '국제 입양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들은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됐다.
법이 시행된지 8개월 지난 요즈음 법의 시행과 관련되어 입양이 지체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 온다. 법을 만드는데 참여했던 사람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2년 동안의 유예기간에 기존의 입양기관들이 신규 접수를 받지 않아 작년 7월 이후 신청이 폭주하여 과부하가 걸렸고, 각 과정이 분절적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유기적인 연결이 부족한 모양이다.
과거에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며 법적 후견인 문제를 일으켰던 '입양전제사전위탁제도'를 합법화하기 위해 결연 이후 법원에 입양허가 신청과 동시에 즉각적으로 이루어지도록 계획한 '임시양육허가제도'가 법원에서 다시 심사하느라 4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들이 생겨났다 하더라도 모두에게 안전한 입양의 길은 멈출 수 없다.
모두에게 안전한 입양을 위한 입양 부모의 역할
우리 부부는 둘째를 입양한 2003년 3월 이후 20여 년 동안 우리 아들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성장 과정에 맞게 아이와 입양 이야기를 하며 입양인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함께 했고, 성인이 된 지금도 자기의 속마음을 이야기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면서 우리 부부는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입양 부모들과 경험을 나누면서 단단한 입양가족이 될 수 있도록 서로 의지하며 살아왔다.
'모두에게 안전한 입양'은 아동 중심의 입양이다. 아동 중심의 입양이 되려면 두 가지가 필수적인 것이 있다. 첫째, 입양아동에 대한 이해이다. 입양 아동 이해의 출발점은 입양 아동은 최소 2번의 분리를 경험했다는 것이다. 한 번은 친생부모로부터, 또 한 번은 입양되기 전 보호 받았던 곳이다. 아동은 이 과정에서 양육자를 믿지 못하고 불안해할 수 있다. 그래서 더 섬세한 양육이 필요하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양육자의 역량과 태도이다. 우리 부부는 그것을 제대로 알지 못했기에 시행착오를 거쳤다. 그리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그때그때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기도 하였고 그 마음을 읽기에도 많은 시간을 보냈다. 모든 입양인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입양 부모는 입양인이 그럴 수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둘째, 대부분의 입양 부모는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자신의 갖지 못한 무엇인가를 얻기 위한 원함이 있어 입양을 결정한다. 이 원함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모두 자기의 원함을 얻기 위하여 노력하고 살아가고 삶의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함이 있음을 인정하고 들여다보려고 하는 것과 원함을 외면하는 것은 다르다. 입양 부모의 원함이 해결되지 못하거나 입양인의 원함보다 우선될 때 가정의 어려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입양 가정의 어려움은 입양인이 어릴 때보다는 학령기와 청소년 때 많이 발생하며 회복하는 데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것을 옆에서 많이 지켜보았다. 입양인의 원함을 중심으로 입양부모의 원함이 잘 조화를 이루려고 노력하며 살아가는 것이 입양가족이라고 생각한다.
입양인의 이해와 입양부모의 원함을 들여다보는 과정이 입양의 준비 과정이고 예비 양부모 교육(2026년 교육부터 명칭이 바뀌었다.)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교육 과정에서 이런 내용을 심도 있게 다루도록 계획하였고 입양의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혹시 있을지 모를 위험에 대비하는 것을 알려주려 했다. 하지만 일부 입양부모들이 입양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해서 입양을 못하도록 한다고 주장하며 소위 예비 양부모 교육이 최초 설계보다 축소되기도 하였다. 다행히 올해 교육부터 좀더 체계적으로 3단계에 걸쳐 제도 이해, 입양준비, 아동심리·양육으로 나누어 교육한다고 한다. 입양아동의 특성과 입양아동의 정서와 심리에 대해 2번에 걸쳐 다루는 것은 다행이지만 입양부모의 원함을 마주할 교육이 없는 것이 좀 아쉽다.
첫째, 빨리 입양보내야 한다는 것이 우선되어서는 안 된다. 가정에서 자라지 못하고 시설에서 보호되는 아동을 보면 안타깝지만 아동 중심의 입양, 모두에게 안전한 입양을 위해 예비 양부모는 기다리며 준비하여야 한다. 입양부모와 아동의 애착 형성이 어린 월령에 이루어지면 좋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애착 형성은 유대관계의 질과 양이 중요하고 부모가 아동의 특성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고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가가 중요하다. 물론 지금 분절적으로 이루어지는 과정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그 기간을 단축할 필요는 있지만 무조건 빨리해야 한다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둘째, 입양 대상 아동의 양육이다. 아동권리보장원에 따르면 2023년 기준으로 입양대상 아동으로 결정되고 법원에서 입양허가가 나기까지 약 311일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이 기간 동안에 아동을 단지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양육'해야 한다. 발달 과정과 아동의 요구에 따른 안정적인 양육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 대한 고민이 없는 것으로 보여 아쉽다. 또한 결연에서 임시양육허가가 나오는 4개월 동안에 결연된 아동과 예비양부모가 애착 형성을 위해 어떤 과정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촘촘한 그물망을 만드는 것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셋째, 입양 대상 아동이 모두 입양이 되기를 바란다. 현재 입양을 신청한 예비 양부모는 500여 명이고 입양 대상 아동은 270여 명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빨리 입양 대상 아동을 모두 가정으로 보내라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거기에 대해서는 좀 분석이 필요하다. 500여 명의 예비 양부모가 모두 입양적격심사를 통과한 것도 아니다. 또한 입양 대상 아동의 연령은 0세에서 18세까지이며 아동권리보장원에 따르면 270여 명의 아동 중 24개월 미만의 아동이 100여 명이고 170여 명은 24개월 이상 18세 미만이다. 과거 민간 기관에서 입양을 주도할 때도 예비 양부모가 입양 대상 아동보다 많았다. 국내외 입양을 동시에 했던 기관들은 아동만 있으면 모두 입양을 보냈다고 하나 여자아이와 남자아이의 시간은 달랐고 국내와 국외의 공간도 달랐다. 국내 입양 전문 기관의 경우 만 36개월 이상이 된 아이들이 그룹홈으로 전원됐고 대부분은 남자아이였다.
마지막으로, 입양인은 친생부모를 만나기까지 늘 자기 인생의 한 부분이 채워지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산다. 입양인은 어릴 때 친생부모와 같이 살고 싶다고 하다가 현실로 돌아오지만 자신이 친생모 뱃속에 있을 때를 궁금해 한다. 입양 부모가 입양함으로써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 친생부모도 입양을 보냄으로써 모든 것이 끝난 것이 아니다. 친생부모는 입양인이 원할 때 입양인의 궁금증을 해결해 줘야 할 의무가 있다. 입양인의 간절한 마음이며 그것을 지켜보는 입양부모의 소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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