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북한에 대한 적대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입장 표명에도 정부가 유엔 북한 인권 결의안의 공동 제안국으로 참여하고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을 실시하는 등 북한에 적대적으로 보일 사안들을 추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10일 통일부와 경기도, 파주시, 코레일이 주관한 서울역-도라산역 정기 관광열차인 'DMZ 평화이음 열차' 운행 기념식 '도라산역, 평화를 다시 잇다'에 참석한 정 전 장관은 축사에서 "대북 정책은 왔다 갔다 좀 안 했으면 좋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 전 장관은 "대통령이 첫째 북한의 체제를 인정한다, 둘째 흡수통일 하지 않겠다, 셋째 적대 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했으면 대통령 말이 정부 방침인데 지켜져야 하는 것 아니냐"며 "대통령이 체제를 인정하겠다는데 왜 인권 문제를 가지고 시비를 거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그는 "유엔 인권 결의안에 공동 제안국으로 들어가 봐야 북한 인권 개선에 도움 안 된다"며 "인권 개선을 하려면 북한이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개방해서 경제 수준이 올라가야 한다. 우리도 마찬가지였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 전 장관은 한미 연합 군사 훈련도 또 하나의 '적대행위'라면서 "우리는 일상적인 일이고 방어 차원이고 군대가 있으니까 연습을 해야 한다는 식으로 이야기하지만 북한은 이를 적대 행위로 간주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3월에 군사 훈련 하지 않았나? 엊그제 기사를 보니 무슨 해상 훈련을 한다고 한다. 제발 좀 그만해라"라며 "참모들이 대통령 뜻을 뒤집는 발언이나 조치를 하지 말아야 한다. 이랬다 저랬다 하다가는 우리도 아무것도 못한다"라고 꼬집었다.
앞서 정부는 지난 3월 30일(현지시각) 유엔 유엔 제네바사무소에서 열린 61차 이사회에서 제안된 북한인권결의안에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했다. 이 결의안에는 한국을 포함한 50개국이 공동제안국에 이름을 올렸다.
한편 이날 행사는 지난 6년 6개월간 중단됐던 서울역-도라산역 정기 관광열차를 재개하는 것으로 민통선을 넘어 남한의 가장 북쪽 역인 도라산역까지 운행하게 된다.
통일부는 "도라산역의 상징성을 바탕으로 DMZ를 가로질러 남북을 평화로 연결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이번에 운행을 재개하는 열차의 명칭을 'DMZ 평화이음 열차'로 명명했다"면서 "도라전망대 등 DMZ의 평화 관광지를 연계 방문하여 한반도 평화의 의미와 가치를 직접 체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기념사를 통해 "폐허가 되어버린 남북관계 위에서 도라산역은 침묵 그리고 기다림의 공간이 되어버렸다. 서울역에서 이곳까지 평화를 실어 나르던 열차도 2019년 가을 이후에 멈췄다"며 "오늘 여러분과 함께 그 오랜 침묵을 깨고자 한다. 기다림의 시간을 앞당겨 보고자 한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지금 우리는 세계 각지의 전쟁으로 '불안이 일상화'된 시대를 살고 있다. 한반도의 평화는 우리에게 선택이 아니라 생명선"이라며 "평화는 관념이 아니라 밥이고 생명이고 삶 그 자체"라고 강조했다.
그는 "DMZ 평화이음열차의 재개는 국민들이 일상 속에서도 평화를 찾을 수 있는 '평화의 일상화'를 향한 작은 출발점"이라며 "나들이 나온 여행객들이 도라산역에서 평화의 현장을 걷고 보고 느낄 때, 평화는 거창한 담론이 아닌 우리 삶 속에 숨쉬는 일상의 언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지난 몇 년 간 전단과 오물풍선이 난무하고, 확성기와 소음방송의 악순환으로 얼룩졌던 접경지역은 이제 평화공존과 발전의 공간으로 변모할 준비를 하고 있다"며 "남과 북 서로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은,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적대와 대결이 아닌, 평화와 공존, 화해와 협력만이 남과 북이 함께 잘 사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가 먼저 북측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말이 아닌 행동으로 평화를 실천해 나갈 것"이라며 "남북이 '적대적 두 국가'가 아닌 끊어진 철도와 도로를 다시 잇고, 함께 다시 개성공단의 불을 밝히는 '평화적 두 국가' 상태가 서로에게 이익"이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현재 남북 간에는 "평화가 멈춰 서 있다. 남북 관계가 멈춰 서 있다. 청년들의 일자리가 멈춰 서 있다. 그리고 한반도의 미래가 멈춰 서 있다"라며 "평화는 멈춰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진전해야 한다. 오늘 도라산역에서 멈춘 기차가 다시 금단의 선을 거침없이 통과해서 개성과 평양을 거쳐 유라시아 대륙으로 가는 길이 열리기를 소원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만 해협의 불안과 긴장 속에서도 통상(교역), 통항(직항), 통우(우편) 정책을 기반으로 매주 수백 편의 항공기가 오고 가는 대만과 중국 본토처럼 사람과 돈과 물자가 자유롭게 오고 갈 수 있는 남북을 꿈꾼다"라고 덧붙였다.
첫 관광열차 운행은 오는 24일 11시 50분에 시작되며 1인 요금은 3만9600원으로 책정됐다. 이전에는 7만 9000원이었으나 통일부와 경기도가 일정 부분 지원을 하면서 요금이 절반 수준으로 낮춰졌다고 코레일 측이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는 임동원, 이재정, 조명균 전 통일부 장관과 홍지선 국토교통부 2차관, 김경일 파주시 시장, 김태승 코레일 사장, 이우현 코레일관광개발 대표이사 등이 참석했다. 또 명계남 황해도지사, 추미애 박정 이용선 김영배 한준호 이재강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북향민, 이산가족, 외국인 학생, 청소년, 종단 및 민간단체장 등 260여 명이 참석했다.
통일부와 국방부, 경기도, 파주시, 한국철도공사 등 5개 관계기관은 이날 기념식에서 DMZ의 지속 가능한 평화적 가치 확산 및 관광 활성화를 위해 공동 협약을 체결했다. 통일부는 "5월부터는 협약 후속 조치로 열차를 확대 운행(월 4회)하기 위한 관련 실무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라며 "기존 관광지(도라산역, 도라전망대, 통일촌 등)에 캠프그리브스, 도라산평화공원 등 DMZ 주요 관광지를 추가하여 국민들에게 다양한 평화관광 콘텐츠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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