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은 단순히 물건을 생산하는 산업이 아닙니다. 사람을 살리고 지역을 유지하는 일입니다."
21일 전북 부안군 보안면 오디농원 대표는 기후위기와 소비시장 변화 속에서 흔들리는 농업 현실을 이렇게 표현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전북지원은 이날 친환경 농업과 농산물 인증 정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농정 현장 팸투어'를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유기농 오디 재배 현장을 둘러보고 직접 오디를 수확하는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농장 측은 뽕나무와 오디의 역사, 유기농 인증 과정, 누에 사육을 접목한 친환경 재배 방식 등을 소개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들려온 농업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농장 대표 A씨는 "기후변화와 인력난, 소비시장 변화 속에서 유기농 농업을 유지하는 일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디는 원래 초여름에 천천히 익었지만 최근에는 기온 상승으로 수확 시기가 빨라지고 생산량도 감소하고 있다"며 "날씨가 조금만 흔들려도 농사는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오디는 저장성과 유통성이 약한 대표적인 작물이다.
손으로 직접 수확해야 하는 노동집약형 농산물인 데다 과실이 쉽게 무르기 때문이다.
A 대표는 "이제 농민들은 생산만 해서는 생존하기 어렵다"며 "체험과 가공, 홍보까지 모두 직접 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실제 오디농원은 단순 생산농가에서 체험형 농장으로 운영 방식을 전환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가족 단위 방문객 증가에 맞춰 오디 수확 체험과 누에 관찰, 먹거리 프로그램 등을 결합했다.
'오디 좀비 체험' 같은 콘텐츠도 개발했다.
농업을 단순 생산업이 아닌 문화·교육 콘텐츠 산업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다.
유기농업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A 대표는 "한국 농업은 여전히 화학비료와 농약 의존도가 높다"며 "유기농은 손이 많이 가고 생산량도 적지만 결국 소비자의 건강과 지속가능성을 위해 반드시 가야 할 방향"이라고 말했다.
농원은 누에를 함께 사육하며 친환경 재배의 신뢰성을 높이고 있다.
누에는 농약에 매우 취약해 사육 자체가 유기농 관리의 기준이 된다는 설명이다.
A 대표는 "누에가 살아야 사람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민은 생산에만 머물지 않는다.
최근에는 오디뿐 아니라 뽕잎과 상지(桑枝) 등 부산물을 활용한 가공상품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A 대표는 "농민이 원료만 공급하고 끝나는 구조로는 미래가 없다"며 "지역의 이야기와 체험, 건강한 먹거리, 환경 가치까지 함께 제공해야 농촌이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농촌과 도시, 생산자와 소비자가 연결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지역 농가와 장인, 가공업체 간 협업 모델도 확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전북지원은 이번 팸투어를 계기로 친환경 농산물 인증 제도와 농촌 현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현장 중심 소통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농관원 전북지원 관계자는 "기후위기와 소비 패턴 변화 속에서 농업의 공익적 가치와 친환경 농정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현장 중심의 소통을 지속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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