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노동계에 전무후무한 '쌍둥이 형제 위원장'이 탄생했다.
전남도청공무원노동조합을 이끄는 형 박성일 위원장(51)과 광양시공무원노동조합을 책임지는 동생 박성이 위원장(51)이 그 주인공이다.
완도 섬마을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신문배달과 미역공장 아르바이트를 함께 하며 성장한 두 사람은 같은 수산고와 대학을 졸업하고, 나란히 수산직 공무원으로 입직했다. 이제는 각자의 자리에서 조합원들의 권익을 위해 싸우는 '동지'가 됐다.
<프레시안>은 지난 22일 박성일 위원장을 만나 노동계 최초라는 수식어보다 더 궁금했던 삶과 꿈에 대해 들어봤다.
일란성 쌍둥이답게 두 사람의 삶의 궤적은 놀라울 정도로 닮았다. 공직 입문 시기는 형이 2년 빨랐지만 노조 활동은 2015년 같은 해에 시작했다. 형은 전남도청노조 고충처리국장으로, 동생은 광양시청노조 제도개선부장으로 첫발을 뗐다. 사회의 부당함에 목소리를 내는 것에 매력을 느꼈다고 박성일 위원장은 회상했다.
박위원장은 "공직에 들어와 보니 상명하복의 위계질서와 인권을 무시하는 문화가 강했다"면서 "노조 활동을 하면서 합리적, 논리적으로 문제를 풀어가고, 그것이 안 될 때는 투쟁을 통해 부당함을 알리는 과정에 큰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형제가 어릴 적부터 무엇이든 앞장서는 성격이어서 뒤로 빼는 스타일이 아니었다"며 "동생 역시 노조 간부들이 좋은 뜻을 갖고 일하고, 지역에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을 보며 노조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의 강한 생활력과 동지애는 치열했던 유년 시절에 뿌리를 두고 있다. 완도에서 어머니가 오일장에서 미역을 팔아 생계를 꾸리던 집안의 두 아들에게 아르바이트는 일상이었다.
박 위원장은 "어려운 가정형편에 어머니를 돕는 건 당연했다"며 "중학생이 되면 으레 신문배달을 해야 하는 줄 알았다"고 했다. 이어 "고등학교 때는 목욕탕 청소, 미역공장 야간 아르바이트도 같이 했다. 그렇게 함께 일하며 서로 의지하는 법을 자연스럽게 배웠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완도수산고, 여수대 수산양식학과까지 같은 길을 걸었고, 둘 다 수산질병관리사 면허를 가진 전문가다. 형제가 나란히 공무원인 아내와 결혼해 이제는 네 사람 모두 공무원 가족이 되었다.
투쟁 현장에서 만나는 쌍둥이 위원장은 서로에게 가장 큰 힘이 된다. 형은 6개월 먼저 위원장이 된 동생에게 조언을 구하고, 동생은 수석부위원장을 거쳐 위원장이 된 형의 경험을 믿는다.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는 "논리보다 일리가 있느냐"를 먼저 보시는 어머니의 지혜를 빌리기도 한다.
물론 웃지 못할 해프닝도 많다. 도청에 찾아온 동생 친구가 자신을 동생으로 착각해 아는 척하는데 누군지 몰라 당황하거나, 반대로 동생이 광양시청에서 형의 직장동료를 만나 어색한 인사를 나누는 일도 있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비슷한 점도 많지만 동생은 자신의 일상을 다룬 시청 유튜브에 출연할 정도로 외향적이고 저는 다소 내성적인 편"이라면서도 "함께 다니면 든든했던 학창시절처럼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2026년 7월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은 두 위원장에게 놓인 가장 큰 현안이다. 박 위원장은 행정통합과정에서 조합원의 권익이 훼손되지 않도록 '연대'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입을 모았다.
박성일 위원장은 "5·18 광주정신과 대동정신을 바탕으로 연대와 상생의 길을 만들겠다"며 "대통합의 시대를 맞아 조합원에게 도움이 되는 변화는 함께 만들고 부당함은 반드시 막아낼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전남도청, 광주시청 노조가 통합과정에서 '노노 갈등' 없이 연합해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