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여름은 사상 최악의 폭염으로 인해 2016년보다 전기요금 누진제 논란이 더 격렬했다. 폭염 초기에는, 현 정부의 탈핵 정책이 전력공급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는 공급 안정성 논란으로 출발했다. 곧바로 전기요금 누진제 폭탄에 따른 불안감이 언론을 통해 조성되기 시작하면서 급기야 정부는 7∼8월 누진제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그런데 냉정하게 생각해봐야 할 부분들이 있다.
첫째, 한국은 이미 전력공급 자체가 과잉된 상황이라는 점이다. 원전 안전성 강화 조치로 인한 가동 지연 발전소, 또 유지·보수 기간에 들어간 발전소들이 존재하여 설비예비율보다 공급예비율이 다소 낮아진 바 없지 않지만, 2011년과 같은 위기 상황을 맞이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폭염 초기 언론은 탈핵 정책 평가를 중심으로 위기 상황을 부풀리기에 바빴다.
둘째, 누진제로 인한 전기요금 폭탄 논란인데, 일상적 시기 일반 가정에서 통신요금에 비할 바 없이 낮은 것이 전기요금이다. 이 또한 2016년 논란 이후 6단계에서 3단계로 조정하여, 전기를 많이 쓰는 가정일수록 보다 큰 혜택을 받고 있다. 누진제로 인해 한두 달 전기요금의 부담이 클 경우 요금을 나누어 지불하는 방식을 택하거나 혹서·혹한기에 한해 현재와 같이 누진제 조정을 고민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셋째, 유독 전기요금과 관련하여서만 논란이 뜨겁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혹한기 도시가스 요금, 일상적으로 과도한 통신요금 등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은 이토록 뜨겁지 않다. 전력이 공공부문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며, 정부 또한 이를 활용하여, 유가인상 국면 또는 혹서기 등에 과도한 포퓰리즘적 정책을 써왔다.
넷째, 2016년 누진제 논란과 달리 최근의 쟁점은 가정용 누진제만이 아니라 산업용에 대한 저가 공급 논란도 함께 진행되고 있어 다행인 편이다. 물론 산업계는 끊임없이 산업용 요금이 원가 이상이라고 주장하고 한전 역시 이를 뒷받침해 온 편이다. 그런데 산업용 전력은 경부하(심야나 전력소비가 적은 시간과 계절 등)요금이 매우 낮다. 이 때문에 산업용 전력은 비싼 시간대를 회피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어, 산업용 원가에 대한 적확한 규명이 필요하다.
다섯째, 전기를 마땅히 공공재로 여기기 때문에 국민들의 누진제에 대한 불만이 많다는 점은 한국사회의 특징이다. 그러나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는 (물론 산업용과 일반용 요금 등이 함께 재편되는 것을 전제로) 일정한 요금 인상을 감수해야 한다. 원전은 위험해서 싫고 석탄은 미세먼지로 싫다면서 여름철 한두 달 전기요금 부담만을 가지고 불만을 토로하는 것을 옳지 않다. 오히려 혹서·혹한기 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배려가 보다 강화되어야 한다.
여섯째, 그렇다고 에너지 전환에 따른 요금인상을 일반 국민이 무조건 감수해서는 안된다. 현재 주택용 전기는 전체 전력의 13∼15% 수준이며, 산업용이 50%이상이고 이 중 재벌 대기업들의 사용량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단지 누진제를 없애고, 한시적 경감조치를 하는데 있지 않다. 전기를 마땅한 공공재로 여기기 때문에 누진제를 폐지하자고 한다면 (통신요금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으면서) 전력산업 등 에너지 산업의 공공적 역할에 대해 보다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원전과 석탄을 줄이고 에너지 전환이 필요하다고 한다면, 전환의 비용을 형평성있고 정의롭게 배분할 수 있는 구조적 재편에 대해 고민해야만 한다. 에너지 전환의 주체·경로·비용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송유나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은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정책연구실장을 맡고 있습니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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