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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편안한 '자궁내 환경'이 최고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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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편안한 '자궁내 환경'이 최고의 선물

에스더의 '노화 이야기' <4>

***'자궁내 환경'이 무엇보다 중요**

현대 보건학에서 강조하는 건강의 3요소는 유전과 환경 그리고 생활습관입니다. 좋은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나 공해없는 깨끗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운동과 영양 등 개인의 섭생에 힘써야 비로소 건강해진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최근 새로운 요인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바로 자궁내(Intrauterine) 환경입니다. 수정란이 어머니의 자궁 속에 머무르는 9개월 동안의 환경이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요소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태아가 자궁 속에 머무르는 기간을 10개월로 알고 계시지만 사실은 9개월입니다. 이는 임신 기간을 계산할 때 마지막 생리일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생긴 오류입니다.)

특히 주요 장기가 형성되는 임신 초기(12~15주 이내)가 가장 중요합니다. 고혈압, 심장병.당뇨병 그리고 암과 같은 질환의 발병도 이 시기의 자궁내 환경에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자궁내 환경에서 중요한 첫 번째 요인은 스트레스입니다. 부모가 직장생활과 실직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게 될 경우 직접적으로 태아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아드레날린이란 호르몬을 비롯해 여러 가지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가 됩니다. 물론 적절한 스트레스가 몸에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그러나 문제는 태아는 산모 체중의 20 내지 30분의 1에 불과하지만, 산모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비되는 스트레스 호르몬은 탯줄을 통해 그대로 태아에게 전달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산모에겐 약간 긴장되고 가슴이 조금 두근거릴 정도의 영향을 미치지만 태아에겐 수십 배의 강한 영향을 미칩니다.

스트레스에 이어 두 번째로 중요한 자궁내 환경이 산모의 영양상태입니다. 1999년 11월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커버스토리를 통해 자궁 내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영국 사우스햄프턴대 바커 교수팀의 연구결과를 인용했습니다. 이들이 1900년대초 태어난 1만3천여 명의 신생아를 조사한 결과 산모의 영양결핍으로 출생시 체중이 2.5㎏ 이하였던 아기는 커서 심장병에 걸릴 확률이 50%나 증가했다는 것입니다.

이유는 태아가 영양실조로 작은 간을 갖고 태어나기 때문으로 설명되고 있습니다. 콜레스테롤을 분해하는 간은 크기가 작으면 활동량이 떨어져 체내에 콜레스테롤이 축적되어 심장병을 일으킨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나라에도 적용이 됩니다. 당뇨병이 대표적이지요. 전문가들은 오늘날 50대 당뇨병 환자들은 한국 전쟁 당시 수태된 세대로서 열악한 영양 등 나쁜 자궁내 환경에서 자라나느라 췌장이 미숙한 상태에서 태어났다고 봅니다. 문제는 이 분들이 고도 성장기를 거치면서 갑자기 영양과잉 상태를 경험하면서 못 먹고 못 살던 시대에 알맞게 형성된 췌장에 고혈당이란 과부하가 걸리게 됐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자 췌장이 탈진에 빠지면서 당뇨가 생기게 됐다는 해석입니다.

자궁내 환경이 중요한 마지막 이유는 유전자 결손 때문입니다. 유전자 결손이란 돌연변이(mutation)처럼 자손에게 대물림되는 심각한 유전자의 손상이나 유전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유전적 다양성의 하나로 인정되어 정상의 영역에 포함됩니다. 비록 대물림되진 않지만 당대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전자의 잘못된 조합이라고 생각하시면 알기 쉽습니다. 문제는 아버지의 정자와 어머니의 난자가 매우 훌륭해도 자궁내 환경이 열악하면 유전자의 복제과정에서 유전자 결손이란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영국의 의학 전문지 랜싯(Lancet)은 1999년 소아 백혈병에 관여하는 유전자 결손이 태아 시절 발생한다는 영국백혈병기금 세포분자생물학연구센터팀의 연구결과를 게재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유전자 결손을 갖고 태어난 자녀는 장래 백혈병에 걸릴 확률이 증가한다는 것입니다.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의 강대희 교수팀도 2000년 발암 물질의 대사에 관여하는 효소인 GST와 COMT에 모두 유전자 결손이 일어난 여성은 장래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무려 11배나 많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유전자 결손이 사람에 따라 일어나고 일어나지 않는 것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바로 자궁내 환경입니다. 정상적인 유전자도 자궁내 환경이 나쁘면 결손형태로 변형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유전이 설계도이며 생활습관 등 개인의 섭생이 건축공사라면 기초공사에 해당하는 자궁내 환경에 따라 설계도 내용마저 변경될 수 있다는 의미지요.

유감스럽게도 아직 어떤 자궁내 환경이 유전자 결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는 아직 정확하게 모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적당한 휴식과 운동, 균형잡힌 영양, 스트레스가 적은 안정된 심리상태가 무엇보다 산모에게 요구된다는 것입니다. 결코 요즘 유행하는 태교나 특별한 분만법은 정답이 아닙니다.

안타깝게도 오늘날 많은 부모들이 자녀의 건강에 관심을 많이 갖지만 자궁내 환경의 중요성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중요한 임신 초기에 임신 사실 자체를 모르는 여성도 있습니다. 신체검사에서 임신한 상태에서 위장이나 대장의 투시검사를 받기도 합니다. 이 경우 산모에게 쪼여지는 방사선은 일반적인 가슴 엑스선 촬영 때보다 수십 배나 많습니다.

직장 여성이 행사하는 3개월의 출산 휴가도 대부분 출산 후에 몰아서 한꺼번에 행사합니다. 대부분 산모가 편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아기를 위해서라면 1주나 2주라도 임신 초기 오히려 직장을 쉬는 것이 타당합니다. 이 무렵 그러니까 태아의 뇌와 복부 장기가 형성되는 임신 초기까지야말로 자녀의 평생 건강이 결정되는 아주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자녀에게 값비싼 보약을 먹이기보다 임신 초기 부모가 합심해 쾌적한 자궁내 환경을 만들어주는 배려야말로 자녀의 건강을 위해 부모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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