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 홍성군 '결성향교'ⓒ박정한 기자
아침 일찍 시원하게 뚫린 고속도로를 4시간 넘게 달려 목적지인 ‘결성향교’를 앞에 두고 우리 일행들은 배고픔을 견디지 못해 결국 새조개로 유명한 남당항에서 새조개를 먹겠다는 기대감과 함께 식당으로 향했다.
새조개를 먹겠다는 기대는 잡히는 철이 아니라는 식당 아주머니의 말과 함께 저 멀리 떠나버리고 바지락칼국수와 맛난 해물로 대신 배를 채웠다.

▲끝없이 펼쳐진 충남 홍성의 갯벌ⓒ박정한 기자
식사를 마치고 오후 2시가 돼서야 결성향교에 도착했다. 이정록 시인이 “이제 온 겨”하며 충청도 사투리와 함께 반갑게 맞아주었다. 향교에서는 1박 2일의 행사 진행으로 분주했다.
이번 결성향교 행사는 13일과 14일 이틀 동안 40여명이 참여해 만해문예학교로 꾸려졌다. 문예창작 강의를 시작으로 문학이론, 결성향교 석전제, 문학토크콘서트, 공연, 자연 학당, 사진의 미학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1박 2일간의 일정이었다.
첫날은 명륜당에서 문학 강의를 마친 뒤 제사 공간인 대성전에서 석전제(釋奠祭)가 재현됐다.

▲이현조 유사가 주관하고 이정록 시인이 초헌관을 맡아 약식으로 진행한 석전제(釋奠祭)ⓒ박정한 기자
이어 열린 문학토크콘서트는 1부 초대 작가 권선희 시인의 강연과 2부 민중가수 이수진 씨의 노래 공연과 김정숙 평론가가 진행하는 초대 작가와의 토크로 구성했다.
바닷가 사람들의 신선함을 생명력 있는 언어로 묘파해 ‘구룡포 시인’이라 알려진 권선희 시인은 작품의 무대를 바다로 택한 이유와 시에 얽힌 다양한 삶에 관한 이야기를 관객과 함께 나누었다.

▲권선희 시인이 참가자들과 토크콘서트를 진행 중이다.ⓒ박정한 기자
권 시인은 “늙은 말도 늙은 노부부도 모두가 아름다웠던 젊은 과거가 있지 않겠어요?”, “순간 너무 슬퍼 눈물이 하염없이 나와 그 모습을 글로 담았어요”, “‘꽃마차는 울며간다’는 그렇게 탄생 되었어요”라며 사연을 설명했다.
어느덧 첫날 공식적인 행사는 파워풀한 이수진 가수의 무대로 끝이 났다. 하지만 흥에 못이긴 참가자들은 결국 시원한 홍성의 막걸리를 옆에 끼고 밤을 지새웠다.
1박 2일의 만해문예학교 체험을 마친 권선희 시인은 “600살이 넘는다는 느티나무 어르신이 사는 유서 깊은 향교에서 시와 삶을 이야기하는 시간이 행복했다. 이수진 가수의 노래와 달달하게 넘어가던 홍주막걸리, 참가자들과의 즐거운 대화가 백일홍 만발하는 계절마다 다녀갈 것 같다”며 만족감을 표현했다.

▲이정록 시인이 권선희 시인의 시를 낭독하고 있다.ⓒ박정한 기자
행사에 참가한 분들에게도 "향교의 자연 환경속에서 우리도 자연의 일부임을 생각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며 "함께 한 분들에게 깊은 감사와 응원을 보낸다"고 인사를 전했다.
행사를 마치고 동해를 향해 달려오며 이정록 시인이 남긴 말이 계속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이 시인의 말은 결국 문화재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대에 맞게 활용하고 이어가는 것 또한 중요한 것이며, 관 주도가 아닌 민간 주도로 문학과 미술, 음악 등 다양한 예술과 문화를 접목해 문화재의 새로운 기능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또 다른 의미를 남긴 것이다.
한편 향교는 공자 등 성현들에게 제사를 지내고 지방민의 교육과 교화를 위해 나라에서 세운 교육기관으로 조선시대에는 나라에서 토지와 노비·책 등을 지원받아 학생들을 가르쳤으나 시대가 흐르며 교육 기능은 사라지고 제사 기능만 남아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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