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이나 항암치료 등으로 음식을 삼키지 못하는 중증 환자들에게 음식 대신 영양분을 공급해주는 경장영양제 중 대표적 경장영양제 중 하나인 엔커버가 지난 5월 생산 중단되면서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경장영양제는 다양하지만 현재 국내에서 전문의약품으로 승인받아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 제품은 엔커버와 하모닐란 등 두 가지 영양제를 주로 처방한다.
그러나 JW중외제약에서 생산하고 있는 엔커버는 일본 오츠카제약으로부터 원료를 수입해왔으나 지난 5월 생산이 중단됐고 독일 비브라운으로부터 수입하는 하모닐란으로 대체를 하게 되면서 수요가 몰려 하모닐란의 공급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자칫 환자회복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경장영양제 공급이 끊기는 것은 아닌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프레시안은 충청권 대형병원 및 의료원과 대학병원의 수급실태를 파악해 보도한다. / 편집자주

대전성모병원 8월초 분량까지 보유
대전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엔커버의 장기 품절로 인해 하모닐란 판매 수량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국내 재고분이 소진되거나 입고 일정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약제팀 약품 관리실 관계자는 “엔커버는 제약회사의 공급중단으로 품절이 돼 못 쓴지 한 달 정도 됐고, 하모닐란은 현재 8월 초까지 쓸 수 있는 양은 확보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8월 이후는 제약회사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부분으로 제품이 공급될지 품절상태가 지속될지는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전 건양대학교병원 관계자는 “엔커버는 현재 수급이 중단된 상태고 하모닐란의 경우 원활하게 수급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모닐란의 경우 과거에도 수급이 원활하지 못한 적이 종종 있어 이번 사태를 위급하게 보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경장영양제의 경우 아직 병원 내 사용물량이 충분할 것으로 보고 있고 처방을 받아쓰는 것으로 필요한 분들 사이에 정보 공유도 잘 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전 선병원의 경우도 현재 엔커버 대신 하모닐란을 경장영양제로 사용하고 있었다.
병원 관계자는 병원 내 재고 물량은 당분 간 원활할 것으로 설명했다.
충남대학교병원 관계자는 “현재 병원 내 중환자 경관급식은 정식품, 중외제약, 대상, 메디푸드 등의 제약회사 제품을 사용하고 있고 환자의 영양 상태에 따라 단백질, 미네랄, 철분 등을 혼합해 제공하고 있다”며 “제품에 따라 주 1회씩 병원에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자 가족들은 “일본에서 원료를 수입하는 엔커버는 이미 생산 중단에 들어갔고 하모닐란까지 품절사태로 이어질까봐 걱정이다”며 “대형병원이나 대형 도매상과 거래하는 약국에 미리 예약하면 그나마 어렵게 구할 수 있긴한데 예약 대기자도 엄청나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환자 가족은 “그나마 보험 적용되는 게 엔커버와 하모닐란 두 가진데 엔커버는 수입이 중단됐고 하모닐란으로 수요가 몰려 언제 어떻게 될지 몰라 불안하기만 하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천안단국대병원·순천향천안병원, 하모닐란도 없어
충남지역 대학병원과 의료원에서도 물량이 없어 처방을 못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천안단국대학교병원의 경우 경장영양제인 하모닐란은 '일시품절' 상태다. 처방을 통해 병원 인근 약국에서 구매가 가능했지만 이번 주부터는 주변 약국도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판매를 하지 못하는 곳도 생겼다. 2~3곳의 약국에서만 소량의 물량 확보가 가능한 상태다.
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병원에서는 하모닐란 대신 식품으로 등록 돼 있는 영양제로 대체하고 있다.
주변 약국에는 보유량이 없는데다 제품 수급도 원활하지 않아 이 같은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병원은 하모닐란 처방을 하지 않기로 했다.
충남지역 의료원도 하모닐란 품귀대란으로 물량 확보가 되지 않아 처방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인 것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경장영양제를 두 곳의 제약사에서 판매를 해왔는데 이 중 한 곳이 판매 중단이 되자 일시적으로 다른 한 곳에 쏠림 현상을 보여 이 같은 품귀현상 벌어진 것이라며 이는 '한시적 상황'으로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한 병원 관계자는 "현재 하모닐란의 수급이 원활하지 못해 처방이 어려운 상황이긴 해도 '8월 이후 물량에 공급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는 제약회사 측의 설명이 있었다"며 "한 두달 이후 물량 확보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충북도내 의료원 하모닐란 450여개 보유
충북도내 주요 의료기관에서는 유사 경장영양제를 구비하고 있거나 준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도내 대표적인 의료기관인 청주의료원은 엔커버의 공급이 중단된 후 하모닐란을 사용하고 있으며 현재 보유량은 약 450개 정도다. 하지만 이 제품에 대한 지속적인 공급 여부에 대해서는 불투명한 상태다.
청주의료원 관계자는 “현재 하루에 30~40개 정도 사용하고 있으며 계속 공급이 가능한지 여부는 두고 봐야 알수 있을것 같다. 만약 이 제품도 수급이 안될 경우 다른 영양 식품으로 대체 하는 등에 대해 논의중이다”고 말했다.
충주의료원도 마찬가지로 하모닐란을 약 450개 정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충주의료원 관계자는 “1명의 환자가 3달에 180개 정도 사용한다”며 “하루 평균 300개 정도를 사용할 수 있도록 주문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충북대학교병원의 경우는 엔커버가 중단된 후 하모닐란을 사용하지 않고 다른 영양제나 식품으로 대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충북대병원 관계자는 “엔커버의 대체품을 찾기 위해 심의가 열렸으며 곧 결정될 것”이라며 “대용식이 꼭 특정 제품에 한정된 것은 아니라서 큰 문제는 없다”고 전했다.
의약품 도매업계 관계자는 “엔커버가 중단된 후 하모닐란을 많이 찾고 있는데 수술환자나 중증환자가 많은 대형병원에 대한 물량 공급은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며 “국내산 제품도 사용방법의 차이가 있을 뿐 영양공급 면에서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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