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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들 셋, 이곳만은 지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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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들 셋, 이곳만은 지키자

[함께 사는 길] 골프장과 제2공항 건설 등으로 사라질 위기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매년 생태 우수지를 선정해 시상하는 '이곳만은 지키자' 프로그램에서 현재 제주, 천안 아산, 통영 거제 등 3개 환경연합 지역조직이 보호 활동을 펼치고 있는 산과 들 3곳이 선정됐다. 지역환경연합의 헌신으로 지켜가는 산과 들이 어떤 위기 속에 있는가? 저 아름다운 생태 보고를 기어이 희생시키는 게 정당한가?

▲ 아름다운 남해바다와 섬들이 보이는 노자산.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노자산을 골프장에 넘길 순 없다

노자산(565m)은 노자의 <도덕경>의 그 '노자(老子)'산이다. 불로초와 영약이 많은, 신선이 사는 산이라는 전설을 품은 산이다. 노자산은 고려 팔만대장경의 원목 생산지였으며, 조선시대 '봉산'으로 지정돼 벌목과 벌채, 입산이 금지된 산이었다. 노자산의 상록 및 낙엽활엽수림대는 극상림에 가까우며 다양한 숲 생태계를 자랑한다.

노자산 남동쪽에는 거제해금강, 바람의 언덕, 천연기념물 제233호 팔색조 번식지가 있다. 이 산 남서쪽 약 360만 제곱미터를 밀고 골프관광단지가 추진되고 있다. 지난 5월 관광단지를 지정고시했다. 토공량은 덤프트럭 125만 대분이다.

▲ (왼쪽 상단) 거제외줄달팽이. (왼쪽 하단) 긴꼬리딱새가 후박나무가지에 튼 둥지 안에서 알을 품고 있다. (오른쪽) 대흥란 큰 것.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거제 시민들은 거제도의 마지막 미개발지, 생태계의 보고를 지키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지난 여름, 벌레에 물리고 멧돼지에 쫓기며 집중적인 생태조사를 벌였다. 환경평가서에는 없는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을 확인했다. 멸종위기종 267종 중 유일하게 거제지명이 붙은 거제외줄달팽이(이 산에만 산다)를 비롯해 팔색조와 긴꼬리딱새 둥지, 대흥란, 수달, 애기뿔소똥구리, 두견이, 새매 등이다. 조사결과를 모아 낙동강환경청에는 전략환경영향평가의 거짓·부실검증 및 협의 취소를 요구했고, 환경부에는 생태자연도 상향조정을 요구했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거제 노자산을 제17회 '이 곳만은 꼭 지키자' 수상작으로 선정함으로써 노자산 지키기 활동이 큰 힘을 받게 됐다. 기후위기 시대 숲은 탄소를 저장하고 온도를 저감시키는 소중한 존재이기도 하다. 인위 조작, 반생태, 난개발로부터 '노자산'이 온전한 이름을 지키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시민들의 응원과 지지를 부탁드린다.

▲ 거제 노자산 골프장 예정지.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

제주의 건국신화가 시작된 온평리

온평리는 제주의 건국 신화가 깃든 마을이다. 제주시내에 있는 삼성혈은 건국 시조인 고양부 세 신인이 태어난 곳이고 온평리의 황루알 해안은 이 세 신인과 결혼한 벽랑국의 세 공주가 오곡가축을 갖고 도착한 곳이다. 즉, 온평리는 탐라국이 시작된 마을이다. 하지만 제2공항 계획이 확정되면 온평리의 절반 이상이 부지에 들어가기 때문에 이 신화도 덮일 수밖에 없다.

신화 이외에도 온평리는 여러 가지로 소중한 곳이다. 온평리 해안은 제주도 해안 마을 중 해안선의 길이가 가장 길고 바닷가의 방어 유적인 환해장성이 도내에서 가장 잘 보전되어있는 곳이다. 멸종위기 식물인 황근과 갯대추 자생지 군락도 이 해안을 따라 넓게 형성되어 있다.

▲ 제주 온평리의 혼인지. ⓒ제주환경운동연합

온평리는 해안의 경관적·생태적 가치도 매우 높은 곳이다. 조간대(해안습지) 생태계와 육상 생태계가 공존하는 특이 지역이다. 육상에서 바다까지 이어진 '튜물러스'(용암이 흐르다가 가스 같은 압력에 의해 빵처럼 부풀어진 지형) 용암 지형이 조간대 위에 형성되면서 바닷물이 못 들어오는 곳을 중심으로 육상식물이 숲을 형성하고 있다.

바다에 형성되어있는 튜물러스는 도로에 의해 단절되기는 했지만 육지에도 많이 남아있다. 이 튜물러스가 약하거나 분포하지 않는 곳에 제주의 선조들은 손으로 돌밭을 일구어 밭을 만들었다. 반면에 인력으로는 깨기 어려운 튜물러스에는 상록활엽수가 자리를 잡으면서 '작은 곶자왈'을 형성하였다. 이처럼 온평리는 '농경지와 용암지대 숲'이 공존하고 있는 곳이다. 척박한 환경을 일구고 살았던 제주민들의 피땀의 흔적과 용암대지 숲이 공존하는 제주만의 풍경과 생태계를 간직하고 있는 독특한 곳이다.

▲ 제주 온평리 연혼포의 황루알. ⓒ제주환경운동연합

일봉산을 시민의 숲으로

앉은뱅이가 일어나 걷게 된 전설이 있는 일봉산. 2020년 7월로 닥친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 일몰제로 인해 도시민들의 숨통을 틔워주던 일봉산의 숲과 나무들이 개발이란 허울 아래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지난 2009년 도시공원 해제를 막아보겠다며 마련된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무슨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도 되는 것처럼 도심 속 녹지마저 개발의 광풍으로 몰아가고 있다.

천안 일봉산은 생태자연등급과 비오톱 2등급지로 50~60년생 참나무숲과 멸종위기종 소쩍새 등이 서식해 도시공원 중에서도 우수한 생태적 가치를 가진 터라 환경부와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2019년 자연·생태적 보존 가치가 높은 곳으로 평가 선정한 곳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천안시는 왜 아름답게 우거진 일봉산의 나무숲을 베어내고 콘크리트 사막화의 길을 가려는가?

일봉산은 67만 천안시민들에게 미세먼지를 막아주고 맑은 공기를 제공하는 천안시 녹지의 마지막 보루이다. 이 공원마저 2400여 세대의 아파트 숲에 내줄 수 없다. 자연보존은 개발과 환경이라는 구시대적 대립을 넘어 인간과 뭇 생명의 공존을 위한 절대적 가치이다. 일봉산은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할 자연이자 생명이며 우리의 삶이며 행복이다. 일봉산을 그 시작으로 천안에 남아있는 도시 숲을 지켜내어 생명이 살아 숨 쉬는 푸르른 천안이 되기를 시민들은 간절히 바란다.

▲ 천안시민의 쉼터 일봉산의 참나무 숲. ⓒ천안아산환경운동연합

함께 사는 길

월간 <함께 사는 길>은 '지구를 살리는 사람들의 잡지'라는 모토로 1993년 창간했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생태적 약자를 위한 보도, 지구적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보도라는 보도중점을 가진 월간 환경잡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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