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동물법, 변호사가 알려드립니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동물법, 변호사가 알려드립니다

[프레시안 books] <동물법, 변호사가 알려드립니다>

집 밖에 나온 남의 개를 납치했다면, 절도죄일까, 점유이탈물 횡령죄일까?
내 침대 위에서 같이 자는 우리집 댕댕이가 식용 목적의 '가축'이라고?
동물병원에서의 의료사고로 반려동물 상태가 더 나빠졌다면?
가축 전염병은 정말 살처분 말고는 방법이 없는 걸까?
서식지가 파괴되면 멸종될 산양, '법적 당사자'가 될 수는 없나?

'도롱뇽'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2003년께 원효터널을 만들면서다. 원효터널은 천성산을 뚫고 지나가는데 문제는 그곳이 꼬리치레도롱뇽을 비롯한 환경부 지정 법적 보호종이 30종 넘게 서식하는 서식지였던 것이다. 환경영향평가가 부실했던 탓이다. 당시 지율스님이 생태계 파괴에 반대하며 단식에 돌입하는 등 강경하게 반발했지만 결국 터널은 뚫렸다.

어떤 사람들은 "고작 도롱뇽 때문에 사람들이 불편해서야 되겠느냐"고 말했다. 비슷한 일이 얼마 전에도 있었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건이다.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멸종 위기종인 산양의 서식지가 크게 파괴될 것이 자명했다. 그럼에도 몇몇 사람들은 지역 개발과 관광을 위해 케이블카를 설치하자고 주장했다.

그런 생각을 해본다. 도룡뇽과 산양이 말을 할 수 있는 존재였다면, 저항하지 않았을까.

변호사가 알려주는 동물법, 그리고 '동물권'

'한 국가의 권위는 그 국가가 동물을 다루는 방법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한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000만 명이라는 현재,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동물의 생명과 안전에 관심이 부족했다. 반려동물 정책을 개선하자는 목소리에 무작정 혐오를 드러내는 사람도 다수 있고 반려동물과 함께 살면서도 최소한의 규칙도 지키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사람들의 인식도 문제지만 제도는 훨씬 더 뒤떨어져있다. 나에겐 가족인 반려동물을 누군가 해쳤을 때에는 타인의 물건을 훼손했을 때보다 낮은 처벌이 적용된다.

<동물법, 변호사가 알려드립니다>(RiRi 펴냄)은 '동물권을 연구하는 변호사모임 PNR'이 엮었다. 동물과 함께 살려면 알아둬야 하는 소소한 규칙과 법부터 반려동물로 자주 일어나는 분쟁의 유형과 그에 대한 대처법, 그리고 아직 제도가 미비해 벌어진 각종 사건 사고를 다룬다.

책은 우리 곁의 반려동물로 시작해 이들에게도 '권리'가 인정돼야 하는 이유를 다루며 사람과 함께 살지 않는 야생동물에까지 그 범위를 확장한다. 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 함께 살 예정인 사람, 함께 살지는 않지만 '동물권'이란 게 대체 무엇인지 궁금한 사람들 모두 읽어보면 좋다.

'생명이 있는 모두에게' 권리가 있다

이쯤에서 궁금해진다. '동물권'이라는 게 뭔가. 동물에게도 권리가 있을까. 그리고 왜 '사람도 살기 팍팍한 세상에' 동물에게 권리를 인정해줘야 할까. 답은 간단하다. 동물도 생명이니까. 그저 살아 움직이는 예쁜 인형으로서가 아니라 나의 가족, 나아가 함께 살아가는 생명이라면 그 주체로서 권리를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요악하면 동물권이란 모든 동물에게 생명체로서 고유한 가치를 가지고 살아가는 권리의 주체이며, 그들에게 이런 권리의 주체성이 인정되는 한 그들의 권리 또한 당연히 존중받아야 한다는 사상이다.

해외에서는 동물권의 개념이 좀 더 보편적이다. 서구사회에서는 1970년대부터 동물권이 활발하게 논의되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1978년 유네스코는 세계동물권리선언을 통해 "모든 동물은 동일하게 생존의 권리, 존중될 권리를 가지며, 어떠한 동물도 학대 또는 잔혹 행위의 대상이 되어서는 아니 된다"라고 선언했다.

국가 차원에서 동물의 권리를 '법적'으로 명시한 나라는 없지만, 독일은 1990년 민법에서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동물은 별도의 법률에 의해 보호된다"라고 규정했고 2002년에는 연방헌법에 "국가는 자연적 생활기반과 동물을 보호한다"고 명시해 헌법적 차원에서 동물을 '생명체를 가진 존재'로서 존중하고 있다. 스위스는 1992년에 헌법을 개정하면서 법적으로 동물을 사물(물건)이 아닌 '생명'으로 인정하고 2002년에는 독일과 유사한 내용으로 민법도 개정했다.

동물을 대리한 소송도 아주 특이한 일이 아니다. 미국의 동물권 변호사인 스티븐 화이즈는 침팬지와 보노보 등은 "유전적으로나 의식 수준으로나 인간과 매우 유사해 법적 인격성을 가질 수 있다"며 법정에서 대리될 수도 있다고 주장하고 실제로 침팬지와 코끼리를 대리해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한국에겐 아직 '머나먼 길'

'동물권' 개념은 서구에서 논의를 주도했지만 동양철학은 일찍이 동물의 생명권과 주체성을 인정해왔다. 예컨대 불교의 윤회사상은 인간과 동물을 달리 보지 않았으며 도교의 무위자연 사상은 자연과의 합일을 강조하여 인간과 천지만물이 서로 통한다고 봤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에게 '동물권'은 아주 낯선 개념은 아닐 테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동물권 논의는 차치하고 동물관련 법조차 뒤떨어져있다. 민법에서는 동물을 생명이 없는 하나의 재산으로 본다. 동물보호법에서는 동물을 생명체로 인정하고 있기는 하나 권리의 주체보다는 보호나 관리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

국제동물보호단체의 2014년 동물보호지수에 따른 조사에서 대한민국은 D 등급을 받은 바 있다. 동물보호지수란, 입법과 정책에 있어서 동물 복지를 보호하고 개선하려는 국가의 노력을 측정하는 지표다.

이 가운데서 특히 '한국정부가 동물복지 기준을 모니터하고 개선하기 위해 목표 달성 정도에 관한 보고서를 발간하는지 여부'에서 최하위인 G등급을 받았다. "정부가 국내 동물복지 증진 정도에 관하여 공적으로 활용 가능한 정보를 수집, 분석 및 발행할 것을 제안하는 정책 또는 입법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동물관련 법 개정 시도는 이루어지고 있지만

조금씩 의미 있는 변화는 이루어지고 있다. 2013년 개정된 동물보호법은 동물을 개인의 재산이라는 관점에서 벗어나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지각능력을 가진 생명'이라는 관점을 반영했다.

또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8년 동물을 죽이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도살이 가능한 경우를 명시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공동발의했고, 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은 같은 해 가축의 정의에서 개를 제외하는 축산법 일부개정안을 공동발의했다. 또 정부는 2018년 헌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동물권' 개념을 도하면서 '국가는 동물 보호를 위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동물의 주체성을 인정하는 동물권 보장까지는 나아가지 못했지만 의미있는 시도였다.

법과 판결은 그 사회가 중요시하는 가치와 사회 구성원들의 보편적 인식을 반영한다. 우리 사회는 동물의 생명을 존중하고, 불필요한 고통을 가하지 않아야 한다는 중요한 원칙에 합의해 나가는 과정에 있다.

도롱뇽과 산양, 동네 고양이와 우리집 댕댕이 모두 법적 당사자가 되는 날을 꿈꾼다. 내가 우월해서도 아니고 그들이 불쌍해서도 아니다. 함께 살아가니까. 이 세상은 모두가 조화를 이뤄야만 유지되는 곳이다. 동물을 싫어하는 누군가를 위해서도 동물권은 필요하다.

지은이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PNR(people for not-human rights)'는 동물보호를 위해 활동하던 변호사들이 뜻을 모아 2017년 6월에 설립한 비영리단체다. 현재 15명의 변호사를 비롯한 전문가들과 시민들이 함께하고 있다. PNR은 비인간 동물의 권리가 존중되고 모든 생명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로 나아가는 것을 목표로 하여, 동물권 관련 소송, 동물복지 법안·정책 마련을 위한 각종 지원, 동물권·동물법 강의, 칼럼 기고 등 비인간 동물을 대변하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주요 활동으로는 동물보호법 개정안 작업, 개 전기도살에 대한 공판을 지원하여 동물보호법 위반 유죄판결을 이끌어낸 사건 등이 있다.

▲<동물법, 변호사가 알려드립니다>(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PNR 지음, RiRi 펴냄, 값 1만5000원) ⓒRiRi

조성은

쫌만 더 힘내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댓글 서비스 준비 중입니다. 이용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