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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소독하다 일가족 메탄올 중독, 문제는...

[안종주의 안전사회] “문제는 인포데믹이 아니라 불안이야!”

경기도 남양주의 한 40대 여성이 집에 있지도 않은 코로나 바이러스를 잡겠다며 실내에 독성물질인 메탄올 희석액을 분무기로 가구와 이불 등에 마구 뿌려댔다. 실내는 메탄올 증기로 가득 찼다. 어린 자녀 두 명과 함께 일가족이 복통, 구토, 어지럼증 등을 느꼈다. 급히 병원을 찾아 응급 처치를 받아 위기를 모면했다. 빈대(바이러스), 아니 빈대가 없는데도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울 뻔한 것이다. 지난 7일 있었던 사건이다.

이 여성이 지난 10일 문의해온 내용을 고용노동부 산하 안전보건공단이 22일 뒤늦게 공개했다. 이 사건은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경기도 성남에 있는 은혜의 강 교회 신도들에게 입속 소독을 한다며 분무기로 소금물을 마구 뿌려 코로나 집단감염을 불러온 것과 더불어 대표적 정보감염병, 즉 인포데믹(infodemic)의 폐해로 꼽힌다. 안전보건공단과 전문가, 언론들은 일제히 잘못된 정보에 의한 피해라고 밝혔다.

거의 모든 언론은 이 사건을 자세히 다루고 있다. “메탄올로 ‘셀프 방역’하려다 큰일 날 뻔” “코로나 소독한다고 메탄올 사용 안돼요” “'코로나 소독' 메탄올 뿌렸다가 일가족 3명 병원 행” “소독한다고 메탄올 뿌리다 중독.. ‘실명 위험성’ 경고” “바이러스 소독을 위한 메탄올(공업용 알코올) 사용 경고” “코로나19 방역하다 메탄올 중독.. 국내 첫 사례” “방역한다며 메탄올 뿌린 뒤 중독 증세..‘정보 전염병’ 피해” 등의 제목과 헤드라인을 달아 주요 뉴스로 다루었다.

언론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소독제가 부족한 상황에서 일반 시민이 공업용 메탄올로 소독제를 만들어 썼다가 중독되는 사고가 발생했다.”며 메탄올의 독성과 위험성에 초점을 맞추었다. 또 안전보건공단의 설명을 붙여 “메탄올은 장기간 또는 반복 노출되면 중추신경계와 시신경에 손상을 유발하는 독성 물질"”이라고 경고했다.

이란에서는 수십 명이 몸속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죽인다며 어처구니없게도 메탄올을 마셔 숨지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몇 년 전 휴대폰 부품 제조를 하는 하청업체들에서 안전시설과 장치를 제대로 갖추지 않고 보건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은 채 메탄올을 다루던 젊은 노동자 여러 명이 실명 등 심각한 직업병 피해를 당해 사회·국제 문제가 된 적이 있다.

메탄올이 문제가 아니라 집안 방역 소독 자체가 난센스

하지만 전문가와 언론 등 어느 누구도 메탄올의 위험성만 지적했지 왜 이 가족이 집 안에서 마구 메탄올을 뿌리게 됐는지에 대한 동기에 대해서는 심도 있게 파헤치지 않았다. 정보감염병의 피해로만 돌리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집안을 방역소독을 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다루지 않고 있다.

우리 사회는 코로나19 유행 초기부터 줄곧 방역 소독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며 소독제 사용한 손씻기와 거리 방역 등을 강조해왔다. 특히 군부대와 지자체, 총선 출마자들이 앞 다퉈 거리에 엄청난 소독약을 뿌려댔다. 언론을 통해 이런 모습에 익숙한 시민들은 자구책으로 자신의 집에도 소독제를 마구 뿌려야 한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잡겠다고 집에 소독약을 마구 뿌리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며 난센스다. 언론이 공포를 자극하고 불안에 떨게 만든 결과 이 여성이 집에 있지도 않은 바이러스 잡겠다고 이런 무모한 방역 소독을 한 것이 아닐까싶다.

소독제 원료로 쓰이는 에틸알코올은 메틸알코올에 비해 비싸다. 또 엉뚱한 곳에 엄청난 양의 소독제를 사용하다 보니 공급이 그 수요에 미치지 않아 약국 등에서 구입하기가 쉽지 않았을 수 있다. 그래서 ‘꿩 대신 닭’ 격으로 같은 알코올류니까 비슷하겠지 하는 생각에 메탄올을 구입해 집 안에 뿌려댄 것이다.

만약 지금 우리 사회에서 집안의 집기나 이불 등에 대한 방역 소독이 필요하다면 남양주의 이 가정만 그럴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모든 가정에서 메탄올이 아닌 에탄올로 소독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안전보건공단과 방역 당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일반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정확한 방역소독 메시지나 수칙을 만들어 적극 소통해야 한다. 메탄올을 사용해 소독하지 말라는 위험소통 메시지가 아니라 집안 소독이 필요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보내라.

정부 긴급 보도자료 배포해 실내외 마구잡이 소독 근절해야
그리고 방역당국은 즉각 긴급 보도자료를 만들어 불필요하고 의미 없을 뿐 아니라 소독제 낭비를 부추기는 야외 소독을 금지하도록 강력 권고하기를 바란다. 실내 소독도 필요 없는 공간까지 마구 이루어지고 있다. 무분별한 소독은 외려 국민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 특히 실내 공간에서 소독제를 마구 뿌려대면 그것이 에탄올이 됐든, 차아염소산이 됐든 인체에 해롭다.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소독 작업을 유심히 살펴보면 청소원이나 방역 노동자들의 건강이 염려된다. 도로나 길거리 무차별 소독으로 인한 환경오염과 생태계 위해도 우려된다. 소독약 분무는 마구잡이가 아니라 꼭 필요한 경우에 국한해 안전장치를 갖추고 적절한 환기 등 안전 환경을 만들어놓은 뒤 이루어져야 한다. 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방역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도 꼼꼼하게 살피길 바란다.

남양주 일가족 메탄올 중독 사건의 본질은 메탄올이라는 독성물질이 아니다. 과도한 불안에 휩싸인 시민이 자구책으로 가족, 특히 아이들을 위해 뭔가는 해야겠다는 강박에 사로잡히도록 우리 사회가 만든 것이 근본 문제다. 일가족 메탄올 중독 사건의 결론은 이렇다. “문제는 인포데믹이 아니라 불안이야!”

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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