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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석-CJ간 '新밀월'의 숨은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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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석-CJ간 '新밀월'의 숨은 이면

오동진의 영화갤러리<33> CJ의 1백50억 투자 배경

최근 국내 영화계의 최대 화제는 국내 주요 메이저인 CJ엔터테인먼트가 강우석 감독이 운영하는 또 다른 투자배급사이자 자신들의 최대 경쟁자 가운데 하나였던 시네마서비스에 조건없이 1백50억원을 투자한 일이었다. CJ는 강우석측에게 프로젝트 파이낸싱 형식으로 곧 개봉 예정인 <역전의 명수> 등 시네마서비스의 향후 배급 작품 10여편에 각각 15억원씩 투자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프레시안 4월4일자 기사 참조) 바야흐로 CJ와 강우석의 ‘新밀월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CJ와 강우석의 이처럼 유례없는 밀월기는 충무로로서는 놀랍고 충격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영화계 강자들의 조변석개한 결정에 따른 상전벽해와 같은 일이라는 것이다. 지난 해 7월의 대격돌 이후 그동안 충무로에서는 CJ, 강우석 양측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으로 받아들여져 왔으며, 이 둘은 국내 영화계의 대표적인 개와 고양이 사이라고 인식돼 왔다. 따라서 당시는 떠오르는 CJ쪽에 줄을 서느냐, 아니면 지는 해이기는 하지만 개인적인 영향력에 있어서는 여전히 막강파워를 과시하는 강우석쪽에 줄을 서느냐하는 문제야말로 영화계내 생존에 있어 가장 중요한 화두 가운데 하나로 떠올랐던 시기였다.

당시 CJ는 엔터테인먼트 그룹 인 플레너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영화관련 계열사 세개를 편입시키게 되는데 강우석이 운영하던 투자배급사 시네마서비스와 극장체인 프리머스, 영화광고대행 및 세트사업 업체인 아트서비스 등이 바로 그것이었다. 졸지에 CJ 산하로 들어가게 된 강우석은 자신의 회사를 되찾고 영화계 중원 회복을 위해 치열한 싸움 을 벌이게 되지만 결국 프리머스와 아트서비스는 CJ에 남겨두고 자신의 영화사업에 있어 주력업체였던 시네마서비스만을 돌려받은 상태로 전선에서 퇴각할 수밖에 없었다.(프레시안 2004년 7월19일자 기사 참조)

실제로 CJ와의 혈전 이후 강우석의 영화계내 영향력은 현저하게 줄어 들었던 것으로 평가돼 왔다. CJ와의 전쟁에 치중하느라 영화배급에 필요한 신규자본을 끌어들이는 데 실기한 데다 <실미도>를 뺀 다른 투자배급 작품 곧 <천년호>와 <하류인생>, <썸> 등의 큰 작품들이 잇따라 흥행에서 크게 고배를 마셨기 때문이다. 강우석의 시네마서비스는 급격하게 자금난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상황에서라면 시네마서비스라고 파산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얘기가 나돌기 시작했다.

지난 연말 시네마서비스는 한국영화가 아니라 <알렉산더>나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 외화들의 배급라인으로 간신히 명맥을 유지했으며 강우석 감독이 직접 나서서 만든 <공공의 적2>로 다소 숨통을 튼 상태였다. 하지만 여전히 2백억원에 이르는 회사 부채에 대해서는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었다. 지난 3월 강우석 감독이 캐나다 밴쿠버로 여행을 떠났을 때, 회사내의 그의 측근들조차 강우석 감독이 과연 국내로 돌아올 것인가 아니면 그대로 잠적할 것인가를 놓고 농담반 진담반의 내기가 벌어졌을 만큼 시네마서비스의 운명은 풍전등화에 가까운 것이었다.

따라서 CJ로부터 1백50억의 투자자금 유치에 성공한 것은 시네마서비스로서는 절대적인 생환의 전기를 마련한 것이나 다름이 아니었다. 이번 일을 두고 영화계 일부에서 강우석 측이 1백50억원을 투자받기 위해 CJ에게 백기투항을 했으며 CJ는 또 이를 계기로 한국영화산업에 대한 수직계열화를 더욱 공고히 하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 것은 그 같은 배경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하지만 실제상황은 그 같은 분석과는 거리가 있어도 상당히 거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강우석은 어떻게 약자의 위치에서 강자인 CJ로부터 거액의 자금을 ‘조건없이’ 투자받을 수 있었으며 CJ는 또 CJ대로 어떻게 과거의 적에게 동지 이상의 융숭한 대우를 하게 됐는가. 그 해답의 열쇠는 바로 CJ 내부의 조직변화에서 찾아진다.

***CJ 내부, 親강우석으로 급격히 재편**

강우석 감독과 그의 영화사 시네마서비스에 대한 CJ엔터테인먼트 내부의 시각변화가 감지된 것은 지난 2월 강 감독의 <공공의 적2>가 개봉되기 직전부터였다 . 그동안의 경영체제를 일신한다는 명분으로 CJ그룹의 이미경 부회장이 CJ엔터테인먼트를 직접 운영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CJ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이미경 부회장의 친정체제가 구축되기 시작한 것이다.

CJ내 이미경 부회장의 친정체제 구축은 몇가지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내포한 것이었다. 이미경 부회장은 미국 영화계의 최고 실력자 가운데 한명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수시로 만날 수 있을 만큼 할리우드에서도 명성을 얻고 있는 국제적인 인사로, 지난 96년 스필버그의 드림웍스에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는 과정에서 국내에 CJ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한 일종의 창업주이다. 따라서 이 부회장의 가장 큰 관심사는 드림웍스를 포함한 할리우드와의 관계 확장을 통해 해외시장을 좀 더 적극적으로 공략해 나가는 것에 있다. 이 부회장이 추구하는 영화사업은 국내시장이 아니라 바로 해외시장인 것이다!

특히 CJ같은 대기업 영화사의 궁극적인 생존방식은 해외시장의 확대 전략이 절대적인 만큼 사업의 방향을 글로벌라 이제션화시키는 것이 지금이 가장 적기일 수 있다. 이미경 부회장이 직접 회사를 챙기기 시작하면서 그간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 등을 미국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시켜 온 LJ필름의 이승재 사장을 미국에 새로 설립할 CJ엔터테인먼트 미주 본사의 책임자로 스카우트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강우석과의 평화협상 체결은 CJ측으로서는 더 큰 그림을 그려 나가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조치였다. 해외시장을 효과적으로 개척해 나가기 위해서는 국내시장에서의 안정이 필수적이라고 판단되는 바, 강우석 등 국내 패자와의 갈등은 매우 부적절하고 비효율적인 일이라는 것이다. CJ가 시네마서비스에게 1백50억원의 거금을 쾌척함과 동시에 지난 7월 강우석 감독과 대립각을 세웠던 조직 내부의 몇몇 인사에 대해 인사조치를 단행한 것은 적장 강우석에게 예우를 갖춰 화전을 요청하는 이 부회장의 읍참마속 격의 고단수 정치적 행보에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결국 강우석의 국내 영화계 패권 회복은 강우석 본인의 여전한 영향력때문이라기보다는 CJ의 향후 사업전략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일부 언론의 분석대로 강우석이 백기투항도 아니며 CJ의 수 직계열화 전략에 따른 것도 정확한 얘기가 아니게 된다. 강우석과의 평화적 협력체계 구축에 성공함에 따라 CJ는 향후 할리우드 드림웍스의 지원에 힘입어 해외시장 특히 아시아 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급속히 확대해 나가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국내 시장의 패권은 한동안 계속해서 강우석 감독 측이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이제 더 이상 한국영화산업이 국내시장에만 머물러서는 안되게 돼있는 시점에 와있다는 점에서 그 영향력은 과거와는 다른 내용과 의미를 가지게 될 것이라는 점에 영화계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필자**
동의대 영화과 교수 ohdj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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